전체 글 (2743)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루사루민과 겔포스(2024.11.05) 술을 먹는 횟수가 일주일에 서너 번을 넘는 저는 처음 배울 때부터 위장 보호를 위해 간간 위장약을 투입해왔습니다. 그것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처음에는 노루모에서 시작하여 아루사루민을 거쳐 지금은 겔포스를 애용하는데요. 어제는 약국에서 아무리 생각을 해도 겔포스가 얼른 떠오르지 않습니다. 별수 없이 젊은 여약사에게 아루사루민을 달라 했더니 자신은 전혀 모르는 약이라며 비슷한 효능의 약을 안깁니다. 아무래도 효과가 덜한 것 같아 밤을 새워가며 생각을 거듭했더니 비로소 겔포스가 떠오릅니다. 역시나 저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중외제약의 아루사루민은 2019년 9월 수익성 악화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도로 인프라 덕분에(2024.11.04) 서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홉 시 가게를 나서 12시에 광주광역시 봉선동에서 약속된 점심 식사 모임을 즐겁게 가졌습니다. 이어 이종 형님의 갑작스러운 부음에 전라남도 강진군 서성리 산림조합 추모관에서 조문과 함께 친지들과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한 후 일찍이 정해진 광주 친구들의 모임에 말미라도 참석하려 다시 광주로 내달렸으나 차편 연결이 여의치 않아 그냥 고속버스 편으로 서울로 향해 서초동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정각 24시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을 열다섯 시간 만에 해낸 것입니다. 올라오는 차편이 열차였다면 열두 시간에도 가능했을 일인데요. 우리나라의 우수한 도로 인프라 덕분입니다. 너무 바삐 움직이느라 영암 금정면 거리의 가을 대봉감 행렬을 눈에 담지 못한 게 조금 아쉽습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2024.11.03) 본인의 유지에 따라 지금은 절판된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다시 읽었습니다. 부처께서는 서른한 살에 설법을 시작하셨는데 스님의 이글들은 주로 삼십 대 후반 무렵 쓰셔서 사십 대 중반 무렵 공개하셨네요. 두 분의 깊이야 제가 감히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만, 무소유를 처음 읽은 2004년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대목에서 저와 생각을 같이하셨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회현상을 보는 눈이 아닌 마음 현상에서 두드러지는데요. 그것은 2004년 제가 처했던 상황과 2024년 지금의 상황이 다른데 기인할 것이며 또한 그간 20년 세월이 가져다준 제 나름의 성장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성장했다니 이 또한 잘난 체입니다. 어떤 축하인사(2024.11.02) 3년여 공실로 비어있던 상가 한 곳에 레브헤어라는 미용실이 자리를 잡아 모처럼 1층이 만석이 되었습니다. 과거 기준의 미용실이라면 여성 고객 위주일 것인데 며칠 지켜본 바로는 남자 미용사라서 그런지 파마머리를 하는 남자들만 보입니다. 홍삼 선물을 들고 젊고 잘생긴 미용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축하합니다. 그런데 부인께서 진주강씨라던데 여러 가지로 힘드시겠습니다.” 제 얼굴을 미소와 함께 쳐다보더니 “네! 바짝 엎드려 말 잘 듣고 있습니다.” 공사 시작 전 부인되시는 분이 인사를 와서 제가 자신과 종씨라는 사실을 알고 갔기에 가능했던 말도 안 되는 축하 인사였습니다. 야쿠르트 한 병을(2024.11.01) 가게 개업과 동시 찾아온 한국야쿠르트 아짐으로부터 야쿠르트 한 병씩을 배달받아 먹어왔는데요. 20년간 담당 아짐은 3번 바뀌었고 제품도 멀티비타 프로바이오틱스로 한 단계 고급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두 병씩이 배달되어왔는데요. 매일 마시지 못해 버려지는 게 반이 넘습니다. 반을 줄이면 아짐이 서운하실 터라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한 개는 저에게 배달하시고 한 개는 그날 거리에서 제일 불쌍하게 보이는 분에게 주시던가 아니면 가장 즐겁게 보이시는 분에게 건네시라고 했습니다. 물론 금액은 지금처럼 하루 2병 값을 청구하시라고 하면서. 일단 아짐께서도 그렇게 하시겠다니 아깝다는 생각 하나를 지웠습니다. 버벅거리는 일들(2024.10.31) 저도 어쩔 수 없이 노인 반열에 들고 말았습니다. 음식점 커피 자판기 탁자에 종이컵이 놓여있어서 그 종이컵을 자판기 아래 놓고 슬쩍 밀면 커피가 나오려니 아무리 밀어도 요지부동입니다. 뒤에서 이를 안쓰럽게 보고 있던 청년이 위의 버튼을 누르면 컵과 함께 커피가 나온답니다. 그렇지 참! 익히 알고 있던 일인데 왜 헤맸을까요? 시내버스에 오르면서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하는데 읽히지 않습니다. 지방이라서 서울카드가 통하지 않나 당황스러운데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소년이 더 아랫부분에 태그를 하라며 저를 돕습니다. 아 그렇지! 이것 역시 늘 그래왔던 일인데 왜 새삼스럽게 버벅거렸을까요? 토란 농사 수확(2024.10.30) 저를 비롯하여 오가는 사람들에게 푸르름을 선사한다는 사명을 다한 토란 열다섯의 수확에 나섰습니다. 토란이라 부를 수 있는 몇 개와 함께 토란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푸른 빛이 남아 풋감에서 떠온 풋토란이라 불러야 할 것 같은 여럿이 쟁반 하나를 가득 채웠는데 마치 보기 좋은 조약돌을 모아 놓은 모양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옥수수 다섯을 심어 제일 처음 농사에 나선 이래 두 번째 결실이니 그간 딱 6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내년 토란 재배는 실력이 늘어 올해보다 배 이상 더 수확할 자신이 있습니다. 배우고 익히고 실습과정까지 마쳤으니 굳이 보험까지는(2024.10.29) 지난 금요일 수재와 관련하여 피해보상을 위한 보험회사 손해사정 담당자의 조사 방문이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천정의 파손과 눈에 보이지 않은 상품의 일부 피해가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이고 무엇보다 이 건물 아래위에서 20년 고락을 함께 해왔는데 그분의 아픔에 편승해서 보험까지 청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설물이라는 게 시간이 가면 마모도 되고 훼손도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굳이 미래를 생각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담당자의 큰 복을 받으실 것이라는 덕담의 인사를 받았으니 그거로도 충분하고 위아래 우리 둘은 조만간에 술자리를 같이하기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끝! 이전 1 ··· 4 5 6 7 8 9 10 ··· 3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