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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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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보고(2024.10.05) 지난달 안성의 양성 산야에서 만난 코스모스 꽃이 저의 마음을 확 잡았는데요. 바로 다음 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떤 우주의 기운이 끌어당긴 필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720페이지에 이르는 긴 글을 읽는 내내 제가 최근 몇 년 천착한 금강경과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금강경에서는 어제의 일도 잡을 수 없고 오늘의 일도 잡을 수 없으며 미래의 일도 잡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는 그 모든 것이라 이름합니다. “없다”와 “있다”로 구별되는 것 같아도 묘하게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종교와 과학이 인류의 공영(共榮)이라는 목표에는 서로 다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코스모스-칼 세이건(Cosmos-Carl S..
골프도 접을까(2024.10.04)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빈약한 운동신경을 가진 저로서는 억지로라도 배워서 유일하게 하는 운동인 골프 95타 정도의 실력 유지를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 연습은 필수적이며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기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낡은 연립으로 이사가 빚은 3주간의 연습 공백은 지난 30일 안성 포웰cc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공이 산이 앞에 있으면 산으로 가고 숲이 있으면 숲으로 가고 물이 있으면 물로 들어갑니다. 눈 앞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은 병풍 속의 그림입니다. 그렇다고 상시 연습장 등록은 비용에 반해 몇 번 이용도 못 할 게 뻔하므로 요원하고요. 이 기회에 접어버리라는 충동이 유혹 중입니다.
책상 이야기(2024.10.03) 책상 앞에 앉아야 비로소 책이 보이는 그런 어릴 때부터의 습성으로 집에서도 책상이 필요한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자신들 책상을 따로 가지면서 제 책상을 놓을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모두 저금 나갔으니 이사 온 집에서는 따로 둘만도 한데 집에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니 그 또한 사치일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가게에는 책상이라 명명할 수는 없으나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세 곳이나 있으니 이곳저곳 옮겨가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 걷기를 생략하고 책 읽기를 선택했는데 집중도 잘되고 사고도 유연합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이명 할아버지(2024.10.02) 할아버지 한 분이 귓속에서 소리가 들려 몇 병원을 들렀으나 신통치 않다며 확실하게 잡을 홍삼을 추천해달라 하십니다. 홍삼 역시 치료제는 아니어서 쉽지 않고 다만 몸을 정상으로 바로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씀과 함께 우선은 그 소리와 친해지라고 권했습니다. 이명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간간 칭찬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잊고 있으면 어느 날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없을 것이라고, 할아버지께서는 건강하시니 반드시 이겨내고야 말 것이라고, 용기를 마구 북돋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얼굴이 확 밝아진 할아버지께서 바로 힘이 난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힘차게 나가셨습니다
쉽지 않은 책 고르기(2024.10.01) 이사를 며칠 앞둔 지난달 애엄마가 짐을 줄이기 위해 버리고 갈 책을 고르라고 합니다. 당연한 지시라서 쭉 훑어보았는데 단 한 권도 버리지 못하겠습니다. 이러다가 또 지천을 들을 것이므로 관점을 바꿔 가지고 갈 책을 선택하기로 정하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양고전 몇 권과 읽으면서 영혼과의 교감이 컸던 책으로 한정하여 50여 권으로 추려집니다. 거기다 부득이하게 버리지 못할 사정을 간직한 20여 권. 여기서 다시 한번 볼 의향이 있다는 기준을 추가하면 약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나 무슨 생각인지 애엄마가 일단은 모두를 옮겨가자고 합니다. 다들 따라는 왔으나 다시 볼 수 있을 책이 실제로 얼마나 되려나요? 일단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추켜듭니다. 도서 리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사돈 어르신 만세(2024.09.30) 만나고 나니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위아래 같은 색의 옷을 입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사이인 줄 알았는데 가장 가깝고 친근한 사이였습니다. 화제가 빈곤해 간간 이야기가 끊어질 줄 알았는데 쉬지 않고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갑니다. 술을 사양하며 조심할 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잔이 오가며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동갑내기 두 사돈 간 나누는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는 마치 옛친구를 만나 폭풍처럼 쏟아내는 한 장의 소설 그 자체입니다. 고맙습니다. 헌신과 봉사 그리고 사랑으로 일관하시는 우리의 사돈 어르신 오동진 선생님 만세! 환대에 감사드리며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
자연스러운 게 더(2024.09.29) 자연스럽게 그냥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누군가가 우면산 맨발 걷기 세족장이라고 명명을 하고 나니 왠지 산만하고 주위와 어울리지 못합니다. 우면산 둘레길 초입 계곡(개울?)의 물이 흘러 내려와 간간 오가는 사람 한둘이 손을 씻거나 발을 담그는 소박한 곳이었는데요. 무장애 숲길 조성부터 인공이 가미되더니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누군가 자신의 사업 선전을 겸할 목적으로 대문짝만한 나무간판을 걸어놓았습니다. 무장애 숲길 장치물을 만들지 않았어도 지나다니는데 조금도 불편이 없었고 드러누운 간판이 없었어도 발 씻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거늘 괜히 자연을 건들어 부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좋아하는 일(2024.09.28) 이른 새벽 단체 카톡방의 김한 친구가 묵직하게 화두 하나를 던집니다. 좋아하는 일 딱 한 가지를 들라는 것입니다. 몸에 배어있어서 바로 튀어나와야 정답일진데 저는 그렇지 못해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일과 후 사람들과 술 마시기가 떠올랐으나 다소 세련되지 못하고 제가 술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어서 좀 더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마침내 “남에게 즐거움을 안기는 거”라는 고상한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저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활기가 돋고 또한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으며 주변 사람 칭찬에도 인색하지 않고 술자리를 즐겁게 하는 재주도 있으니 딱 좋아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몽니를 부린 적도 있었으니 그리 보지 못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