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2967)
옥수수 껍질(2025.07.27) 생애 저음으로 옥수수 껍질 벗기기 노역에 종사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48개를 쪼그려 앉아서 옷을 벗기고 수염을 정리해서 매끈하게 드러낸 옥수수 나신을 가지런하게 한 곳으로 정렬하는 일입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애엄마의 지인께서 생옥수수 한 상자를 집으로 부쳐왔습니다. 현관문 앞에서 집안으로 옮기는 것까지는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들어서 부엌 근처에 놓았는데요. 이런 껍질 속에서 벌레가 나올지 모른다며 걱정이 태산입니다. 살면서 옥수수에서 벌레를 본 적이 없다는 제 이야기에도 요지부동입니다. 별수 없이 제가 나섰습니다. 처음 서너 개가 어렵지 다음부터는 요령이 붙어 할 만합니다. 어려우신 분 저에게 가져오세요!
의성 마늘을 받고(2025.07.26) 경상북도 의성 안개 마을에서 저의 밴드(카페) 17년 지우로부터 의성 특산 마늘 한 가마니가 배달되어왔습니다. 제가 사회적 소통기구로서 카페 활동을 시작한 이래 저의 글을 보시고 격려의 글과 관심을 아끼지 않으신 분입니다. 물론 아직 얼굴 한 번 뵌 적은 없으나 제가 속한 밴드에 들어오셔서 댓글이나 자취를 남기신 덕으로 늘 가까이 계신 것처럼 느끼는데 이렇게 마늘까지 보내주시니 감동입니다.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야 할지요? 저는 아직 주소도 모르는데. 바로 마늘 한 쪽으로 그 의성 마늘 고유의 맛을 음미합니다. 어느 분일지 궁금하시지요? 아래 2014년 저의 등단소감문에 단서가 있습니다부끄럽습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앞줄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저 혼자만 뒷줄 어머니 치마폭에 숨은 다섯 살 무렵의 ..
소비 쿠폰 작동(2025.07.25) 국내 경기 진작(振作)을 위하여 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민생회복 소비 쿠폰이 시장에서 드디어 그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게에서도 세 고객의 결제가 있었으며 요즘 손님이 없던 길 건너 블루문도 연이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입니다. 역시 뭔가 자극을 주면 반응은 저절로 따라오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흘러가는 상황만 중계하며 마치 일하는 듯 으스대던 전 정부와 달리 죽을 둥 살 둥 일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지금의 정부가 아직까지는 믿음직합니다. 이왕이면 국민들께서도 우리 정관장 매장에서 홍삼으로 이 여름의 더위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아 엘리스파이도 이용해 주세요. 잉!
동해 일출을(2025.07.24) 가족과 함께 동해로 떠난 용욱 친구가 일출 장면을 보내왔습니다. 당연히 거기 서서 의유당의 동명일기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장 너비만큼 반듯이 비치며~~~” 의유당 남씨가 흐뭇한 미소로 함께하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랴! 양정 강남석은 군 시절 강원도 거진군 거진읍 반암리 부대 연병장에 서서 그 바다에 매일 아침 뜨는 해를 보면서 “ 저 해가 몇 번을 뜨고 몇 번을 져야 집으로 갈까?” 이를 보면서 의유당 김씨가 감흥이 그 정도 수준이냐고 실망하여 가마로 들어가 버리셨습니다.
깨진 병과 잔(2025.07.23) 술자리에 앞서 편의점에서 박카스 한 병을 들고 계산을 마치는 순간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져 무수한 파편을 남깁니다. 혼자만 슬쩍 속 단속을 하려는 게 미웠을까요? 이어서 2차 자리. 제 앞에 놓인 생맥주잔을 드는 순간 또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는 대형사고가 나고야 말았습니다. 일행 모두가 일어나 뒷수습에 나설 수밖에요. 원래 안쪽 자리에서 벽 쪽으로 옮겨가 긴장이 풀린 탓일까요? 아니면 손에 힘이 없어서일까요? 그래도 이런 가벼운 병이나 잔 정도는 악력과는 무관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주의집중력이 떨어졌을까요? 요즘 손에서 물건이 빠져나가는 일이 잦습니다. 심지어 젓가락까지.
호호 오강우 백일(2025.07.22) 호호 오강우 백일, 새벽같이 일어나 길마중길로 축하 사절로 오시는 그믐달과 옆의 별 하나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서초동의 길마중길은 강우 백일 맞이 달마중길 별마중길이 되었습니다. 어디 이뿐일까요? 저도 지난 주말 종로3가 금은방 순례에 나섰습니다. 여러 곳을 둘러보며 가장 후덕하고 상이 밝은 아짐 가게에서 백일 축하 반지를 골랐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거와 실제로 보는 거와는 많은 차이가 있네요. 직접 나서 정성을 더 했으니 그 기쁨도 더 합니다. 준공을 앞둔 길 건너 고층 빌딩도 오늘 새벽 모든 층 모든 방에 불을 밝혀 서초동 거리가 온통 축하의 물결입니다. 호호 오강우 백일을 축하합니다. 우리 오강우 만세!
채송화의 추억(2025.07.21) 며칠간 계속된 궂은 장대비 속에서도 문정동 오연이 성아네 아파트 앞뜰에는 채송화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어떤 아짐 한 분이 정성으로 가꾼 덕분이라고 합니다. 동요 “꽃밭에서”서도 꽃밭에 채송화가 한창이고 회문리 동네 입구 동주네 집 마당에도 채송화가 널브러져 있는데 유독 아부지께서 가꾸는 우리 집 화단에는 봉숭아도 있고 국화도 있으며 울타리 따라가며 피던 나팔꽃은 있는데 채송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동주네 집 채송화가 그리 예뻐 보일 수 없었는데요. 어느 날 가만히 줄기 몇 개를 잘라와 우리 꽃밭에 심어놓고 자라기를 기다리는 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장실 변란(2025.07.20) 오락가락 무지막지한 비가 쏟아지는 어제 아침 건물 화장실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급했던 어느 남자 행인이 화장실 전체 문을 열고 들어서서 개별 문을 열기까지는 성공했으나 변기 앞에서 무너진 것으로 보입니다. 입구에서 변기 앞까지 그의 고난의 행적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여러 시간을 참았을까요? 그 양이 솔찬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그분은 바지와 팬티를 어디서 내렸을까요? 이미 반쯤 내리고 진입했을까요? 아니면 변기 앞에서 벗으려는 중 일을 당했을까요? 변으로 변을 당한 그분께 본의 아니게 오늘 글의 주인공이 된 점 미안하게 생각하며 샤프란꽃과 향으로 위로를 드립니다.*샤프란 꽃말: 후회 없는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