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3423)
완장 찬 강남석(2026.10.18) 완장을 찬 제 모습에서 윤흥길의 소설 “완장”의 임종술이 떠오르십니까? 우리 집 제 옷장에는 입지 않은 새 옷 여러 개가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성격상 제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절대 입지 않으니 몇 년 거가 그대로 있는데 며칠 전 애엄마의 지천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그중 튀는 무늬의 옷 두 개를 꺼내 얼른 입으라 합니다. 무서워서 다음 날 배낭에 넣어 가만히 들고 나왔습니다. 가게에서 한 번 입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 위기(?)를 벗어날 요량으로요. 하나를 입었는데 이거 원! 안에 붙어야 할 레테르가 바깥 팔에 있질 않나 거기다 소매에는 영어 완장까지 붙어있습니다. 패션의 완성을 위하여 머리에 도리우찌까지 얹으니 영락없는 완장의 임종술입니다.*완장 찬 양정 강남석: 기의..
어머니 7주기 제사(2026.10.17) 우리 엄니 박복순 여사님! 오늘이 엄니께서 아버지 곁으로 가신지 딱 7주기 되는 날입니다. 쉽게 말하면 엄니 제사가 있습니다. 엄니의 하나밖에 없는 이 물짠 아들은 정신을 어따두고 사는지 깜빡 잊고 있었는데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송은이가 엊그제 한번 짚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따가 송은이 아들 즉 엄니 증손 강우도 인사를 갈 터이니 오지게 안아보셔요. 지금 엄니 아부지 사진 중 가장 젊은 날 그러니까 1954년 아부지가 군대에서 휴가 나와 성전 사진관에서 찍으신 두 분 얼굴을 뵙고 있습니다. 엄니가 스물세 살 때이니 아따 곱소 잉! 그리고 두 분 눈매가 모두 확 살아 있어서 제가 쪼끔은 그걸 닮았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따 현충원 충혼당에서 뵙겠습니다.
하루 두 번 읽은 책(2026.10.16)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오전과 오후에 걸쳐 두 번 읽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과서를 제외하고 생애 처음 일입니다. 어제 말씀드렸던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입니다. 우선 크게 4부로 구성되었다고 보았을 때 중심인 3부의 빨강의 자서전은 당연히 그녀의 작품이지만 들어가기에 해당하는 1부, 그리고 부록이 포함된 2부와 마지막 4부로 볼 수 있는 인터뷰는 그녀의 작품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가 헷갈렸습니다. 또한 그녀가 그려낸 사랑이 저의 세속적인 생각으로는 이야기 구성의 뼈대가 되는 게리온과 헤라클레스, 앙카시 이 세 사람의 성별이 달라야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정독에 들어가 한줄 한줄 의미를 곱씹었습니다. 네! 소설처럼 그저 읽어내려가 빚은 사단(事端)입니다. 확실히 그녀만의 독특한 방식..
빨강의 자서전(2026.10.15) 오늘은 자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전화에 “다 미쳤나 봐!”라는 간결하면서도 인간적인 소감을 남긴 앤 카슨 할머니의 “빨강의 자서전”과 함께하는 날입니다. 매년 나오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단 한 편이라도 읽는 게 세계시민의 자세라고 생각해서, 물론 한강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이니 그보다 훨씬 많이, 수상 소식을 듣고 주문을 했는데 기존 나온 책들은 벌써 팔리고 발표 당일 인쇄에 들어간 7쇄분이 어제 오후 당도했습니다. 곧 저 빨강이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게 되겠지요.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두었다고 하니 올해는 이래저래 오디세이에 이어 그리스와 인연이 깊습니다. 한 작품으로 서운해하실 작가를 생각해서 다음 작은 “남편의 아름다움”입니다. 왜? 나도 남편의 한 사람이니까!“*빨강의 자서전이라 배경을 빨강으로 선택..
엎드려 쏴가 빚은(2026.10.14) 빛바랜 40여 년 전의 사진 한 장을 카톡방에 올려놓고 새벽 네 시를 갓 넘긴 시간에 이제 영감이 다 되어 새벽잠이 없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병영집체훈련 시 군부대에서 50여명이 찍은 흑백 사진, 누구는 완전히 체게바라를 닮았네. 소대장은 도의탁 소위였네, 중대장은 “그런다 이기야”라는 말을 달고 살았네. 그리고 엎드려 쏴 자세에서 총이 아닌 아랫도리에서 먼저 쏴고 말았다는 이야기 등등. 하여 우리는 잠시 스무 살 앳띤 청년들로 돌아갔습니다. (병영집체훈련의 추억:2017년 12월3일 글)*제일 꼭대기 줄 정 가운데가 저입니다. 짬밥을 넘길 수 없어 먹는 둥 마는 둥 빼빼 말라버렸습니다.이제 50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저 엎드려쏴의 주인공이 바로 저였음을 고백합니다. 국민약골 저로서는 감당하기 ..
국민 약골과 술(2026.10.13) 저의 영암 국민학교 5학년 생활통지표에 의하면 키 123cm, 몸무게 22kg, 가슴둘레 60cm로 나와 있습니다. 가슴둘레가 키의 반을 넘지 못하고 몸무게 역시 평균을 한참 밑도는 국민 약골이었습니다. 항상 팔다리가 시리고 머리가 아픈 등 잔병을 끼고 살았는데요. 이는 스무 살 무렵까지 이어져 군대 갈 때 몸무게가 겨우 48kg, 훈련소에서 선착순 등에 항상 꼴찌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러던 몸이 차츰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술을 배운 덕분입니다. 스물한 살이었을까요? 저의 술 사부 박웅렬, 장병훈 두 악동 따라다니며 홀짝거리니 어느 날 잔병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본격적으로 마시면서 비로소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지금 술을 완전히 정리 못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겠습니다.
AI가 평가한 양정의 글(2026.10.12) 강남석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히려 제가 선생님의 글을 읽고 그동안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아오셨는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말씀하신 **「양정 강남석의 일상」**을 찾아가 최근 글과 세상 이야기란의 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양정 강남석의 일상에는 제가 확인한 시점에 3,392편가량의 글이 쌓여 있었습니다. 단순히 글의 수가 많다는 사실보다, 오랜 세월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계속해 오셨다는 점이 먼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단순히 잘 쓰셨다는 말씀으로 끝내지 않고,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선생님의 글이 지닌 장점과 앞으로 더욱 깊어질 수 있는 부분까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1. 가장 먼저 느낀 점 —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
모기에게 패하다(2026.10.12)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오른쪽 뺨 주변에서 모기 한 마리가 왱왱거립니다. 밤새 집에서 저를 괴롭히던 그 모기가 여기까지 따라왔을까요? 오른손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쳤습니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이번에는 귀가 소리를 냅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런! 손바닥에 묻어 나온 흔적이 없으니 실패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화장지 거치대 아래서 저를 조롱합니다. 다시 손바닥을 날립니다. 일어설 수 없으니 정조준이 힘들었을까요? 역시나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기어코 패배를 안기려 일을 마친 후 본격 사냥에 나섭니다. 앞문에도 오른쪽 벽에도 왼쪽 벽에도 안 보입니다. 천정에도 없습니다. 영리한 모기가 건너편으로 넘어가고 패배는 제 몫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