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400) 썸네일형 리스트형 길가의 도토리에(2026.09.26) 서초동 어느 음식점 앞에 일부러 키우는 갈참나무와 그 줄기에 줄줄이 달린 도토리에 저절로 환성이 터집니다. 지난번 목화꽃을 보았을 때의 감흥 그대로입니다. 저분도 어린 시절 성묘를 가면서 절을 할 때마다 도토리 하나씩을 주머니에 넣어가며 헤아렸을까요? 제가 가게 앞뜰에 고구마를 심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가는 분들이 겨울방학이면 점심때 싱건지와 더불어 찐 고구마를 주야장천 먹었던 기억을 소환하는 기쁨을 안겨드리려는 것인데요. 작년에는 줄기를 잘라가는 즐거운 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입니다. 물론 섬서구메뚜기도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잎 가운데를 송송 구멍 내는 벌레는 몸을 감추고 좀체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떤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라드만.*이에 질세라 어떤 분이 집에서 기르는 새를 우면산에 장난스레.. 추석날의 현충원(2026.09.25)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빠릅니다. 추석날 아침 현충원 개방시간이 여섯 시라고 고지를 했음에도 다섯 시 반을 살짝 넘어서자 이미 앞길은 모두 주차장입니다. 어서 빨리 들어가게 해달라 아우성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집에서 걸어 나와 그 시간 도착한 저도 채근 없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얼른 들어가고 싶기는 마찬가지였으니. 주위의 교통체증을 우려해서인지 사십오 분 무렵 문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그 사이에도 왜 왼쪽을 먼저 들여보내냐고 화풀이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자신이 먼저 왔다면서. 그래봐야 1분여 차이고 정식 개방시간보다 무려 15분이나 이른 시간인데 아무튼 못 말리는 백성입니다. 개인사 축적을 위하여 오늘 현충원 성묘 내용을 사진으로 남깁니다,강남석 318.. 얼굴 이름 기억력(2026.09.24) 나름 좋다는 평가를 받던 저의 기억력도 시절의 흐름과 더불어 점점 쇠잔해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이름으로 얼굴을 기억하는 일은 아직 괜찮으나 얼굴을 보고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도무지 어렵습니다. 일 년에 두 번 명절에만 그것도 간간 건너뛰면서 오시는 아짐 고객이 있습니다. 이번에 들리셨는데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가 어렴풋이 뵌 적이 있는 것 같아 그냥 내질렀습니다. “아하! 김옥경님 너무 예뻐져 몰라봤습니다!”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 어머나 기억력 좋으세요. 화장도 않고 왔는데!” 대 성공입니다. 얼굴로 이름을 기억해내는 일을 해내다니. 자연스럽게 처음 지목한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으로 수량도 더 많이! 물론 제가 의도한 바는 절대 아닙니다. 잉! 썰렁한 남부터미널(2026.09.23)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어느 매체가 발 디딜 틈 없던 남부터미널이 이제 이용객이 너무 없어 썰렁하다는 뉴스를 전합니다. 인접한 우리 가게 역시 이번 명절 행사 기간 중 적어도 현재까지는 남부터미널 관련 손님을 한 분도 모시지 못했으니 바로 피부에 와닿습니다,, 기업 관련 택배 일도 어제부로 마무리되면서 이제 오가는 분들을 기대해야 하는데 암울한 현실이지요. 그럼에도 이용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2005년 추석부터 올 추석까지 43회의 명절을 단 한 번의 놓침이 없이 저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신 피지랜드의 강정구 친구, 삼덕의 이호용 사장님과 아이비센터의 두 국제회계사님 그리고 일오삼 농산의 김상무님 감사드립니다. 다 덕분입니다.*썰렁한 남부터미널 내 상가 20곳 중 영업중인 점포가.. 되돌려드린 밤(2026.09.22) 우면산 산길에 떨어진 생밤을 주워와 가을을 느끼던 중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찰나의 깨달음이 왔습니다. 거기 사는 다람쥐와 청설모의 겨울 식량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오늘 아침 모두 도로 가져가 숲 멀리 던져 놓고 길을 재촉합니다. 개운해진 마음 덕일까요? 길에 떨어진 밤이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 다섯 개가 오늘은 열세 개로 늘어납니다. 모두 다 길옆 멀리 돌려주며 다람쥐들에게 그간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무심코 벌인 일이 다른 중생들에게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처럼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습니다. 축제의 신(2026.09.21) 저는 축제를 몰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아니 축제가 저를 따라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의도에 살 때는 방 안에서 문만 열면 여의도 한강공원의 불꽃 축제가 눈앞에 전개되었습니다. 이사를 와서 서초동에 자리를 잡으니 이제 집 앞 서초역 일대 거리에서 서리풀 뮤직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여기는 비록 집 앞이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으니 살짝 걸어 나가야 합니다. 마침 나가자마자 자우림의 열창을 보는 행운이 따라옵니다. 확실히 저는 축제의 신(神)입니다. 사실은 축제를 보러 간 게 아니고 우리 애들과 더불어 손자 강우가 거기 있다고 해서 강우를 만나러 간 것입니다. 강우가 벌써 무리에 섞여 몸을 흔들며 이를 즐기다니..... 한 끼 식사를(2026.09.20) 요사이 그저 때우는 식사가 계속되다 보니 기운이 없고 자주 졸리는 등 영양실조 현상이 뚜렷합니다. 점심 한 끼 잘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한솥도시락에서 송정떡갈비가 딸린 도시락을 가져와 싱싱한 목포 홍어와 신선한 가평 고추를 더해 상을 차렸습니다. 여기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풍성한 식단으로 보여서 기념 촬영까지 해둡니다. 참 홍어와 고추는 이번 추석 선물로 받은 것이니 너무 부러워하지는 마셔요. 잉! 시작과 동시에 몇 숟갈은 잘 넘어가는데 반도 못 먹고 내려놓습니다. 매번 이런 식입니다. 반 정도가 제 정량입니다. 누군가와 같이 먹는다면 그래도 다 비울 수 있을 것을 혼자 있다 보니 늘 한 끼 양으로 두 끼를 해결합니다. 호강에 젖은 소리 마시게, 이도 못 먹는 사람 천지라네! 숭고한 걸음(2026.09.19) 동이 밝아오는 우면산 무장애 숲길에서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반발 한발 어렵게 걷고 그 바짝 뒤에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작은 소리 응원과 격려로 아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따르십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경건합니다. 아니 숭고합니다. 앞서기가 미안했으나 마냥 뒤에서 같이 걸을 수 없어 목례로 예를 다하고 지나쳤습니다, 어쩌다 저리 젊은 나이에 저런 화를 안고 저 고생을 하며 이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또 어떠실까요? 보행이 불편한 광주의 두 친구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저 청년과 더불어 어서 뽈깡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어야 일환이, 웅렬이 알겄제? 이전 1 2 3 4 ··· 4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