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3405)
침묵하라(2026.10.01) 9월의 마지막 날 인생독본은 러시아 시인 튜체프의 침묵하라는 시로 시작합니다. 읽자마자 바로 감동입니다, 어찌 저를 꿰뚫어 보고 이제까지 저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남은 생에 또 하나의 지침을 안깁니다. 그리고 이 감동은 주변의 대지(大地)까지 움직이게 합니다. 여름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가지 않겠다고 아우성이던 더위가 소리 없이 물러갔습니다. 10월 1일 오늘 아침 추위가 침묵으로 저를 응원합니다. 살 것 같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 5월 말부터 9월 말일까지 우리를 반기던 남부터미널 외벽의 능소화 꽃도 한 송이도 남김없이 일제히 자리를 감추고 그 자리에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하여 이달은 그저 침묵입니다. 침묵하라!침묵하라/튜체프침묵하라, 비밀로 감추어라너의 감정, 꿈까지도네 영혼 깊은 곳에그것을 떠..
길거리 농구의 반전(2026.09.30) 평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그런 스포츠 행사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요.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이라 어쩔 수 없이 메달 수에는 매일 눈이 갑니다. 이번 나고야도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런데 항상 두 번째에 자리한 농구가 금메달 3개로 나옵니다. 남녀 2개가 맞을 터인데 잘못 표기되었으리라 생각하고 곧 바로잡겠지 했는데 계속 3개로 머물러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메달도 1개가 또 있습니다. 혼성 경기가 추가되었다면 3개가 맞는데 이건 4개라 저 스스로 추정이 불가합니다. 네에! 별수 없이 찾아보았습니다. 농구 코트 반과 골대 하나만 쓰는 이른바 길거리 농구가 3×3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벌써 오래되었네요. 저만 몰랐을까요?스포애니라는 스포츠센터에 등록한 지 일 년이 거의 다 되어가..
명절 연휴 해프닝 1(2026.09.29) 냉동실에서 나온 김치를 김치라 부를 수 있는가? 아니면 김초인가? 추석날 집을 나서는 저에게 애엄마가 음식 몇 가지를 각각 용기에 담아주면서 냉동실에 넣고 필요할 때 빼내 약간 해동 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라 합니다. 왜 냉장실이 아니고 냉동실인지 의아했으나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이었을까요? 겉절이 김치도 있었던 것이 생각나 냉동실에서 꺼냈습니다. 그야말로 꽁꽁 얼었으니 당연히 해동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좀체 녹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김치를 전자레인지에 둘리는 거는 아닌 것 같고요. 기다리다 식욕은 이미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한나절쯤 지난 김치 용기에는 물 반 김치 반입니다. 미리 주의를 줬으면 빼고 넣었을 것을
애엄마 생일(2026.09.28) 음력으로 8월 18일 오늘은 애엄마 생일입니다. 이제 생신으로 불러드려야 하나요? 어제 전야제는 딸아이 송은이와 며느리 영화 둘의 아이디어로 1부와 2부로 진행되었습니다. 1부는 미리 공개된 여의도의 “모던 샤브하우스”입니다. 신선한 채소 등 식재료에 애엄마가 아주 흡족합니다. 덩달아 제 기분도 좋습니다. 궁금했던 2부는 이랜드 크루즈입니다. 즉 한강 유람선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엄마 속을 저렇게 확 꿰뚫어 보았을까요? 강우까지 일곱 가족이 한강 가운데 높이 뜬 달을 보며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마냥 즐겁습니다. 물론 올해도 꽃바구니는 제 몫입니다. 김희원 만세!
운동화 임무교대(2026.09.27) 호카 운동화의 신구 임무 교대식이 있었습니다. 2023년 5월 아이들의 선물로 신기 시작한 이 브랜드 운동화를 1년에 한 켤레씩을 소모하여 벌써 4대째에 이르고 있습니다. 워낙 편하고 가벼워서 이제는 다른 신은 못 신을 정도가 되었는데요,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제 손으로는 절대 구입을 못하는데 아이들이 매년 제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사한 일지요. 이에 새 운동화의 저를 향한 맹세를 함께 들으시겠습니다. “나는 긍지 가득한 주인의 발밑에서 그분의 안녕과 건강을 위하여 진땅이나 마른땅이나 똑같은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여 모실 것을 다짐합니다!”
길가의 도토리에(2026.09.26) 서초동 어느 음식점 앞에 일부러 키우는 갈참나무와 그 줄기에 줄줄이 달린 도토리에 저절로 환성이 터집니다. 지난번 목화꽃을 보았을 때의 감흥 그대로입니다. 저분도 어린 시절 성묘를 가면서 절을 할 때마다 도토리 하나씩을 주머니에 넣어가며 헤아렸을까요? 제가 가게 앞뜰에 고구마를 심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가는 분들이 겨울방학이면 점심때 싱건지와 더불어 찐 고구마를 주야장천 먹었던 기억을 소환하는 기쁨을 안겨드리려는 것인데요. 작년에는 줄기를 잘라가는 즐거운 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입니다. 물론 섬서구메뚜기도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잎 가운데를 송송 구멍 내는 벌레는 몸을 감추고 좀체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떤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라드만.*이에 질세라 어떤 분이 집에서 기르는 새를 우면산에 장난스레..
추석날의 현충원(2026.09.25)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빠릅니다. 추석날 아침 현충원 개방시간이 여섯 시라고 고지를 했음에도 다섯 시 반을 살짝 넘어서자 이미 앞길은 모두 주차장입니다. 어서 빨리 들어가게 해달라 아우성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집에서 걸어 나와 그 시간 도착한 저도 채근 없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얼른 들어가고 싶기는 마찬가지였으니. 주위의 교통체증을 우려해서인지 사십오 분 무렵 문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그 사이에도 왜 왼쪽을 먼저 들여보내냐고 화풀이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자신이 먼저 왔다면서. 그래봐야 1분여 차이고 정식 개방시간보다 무려 15분이나 이른 시간인데 아무튼 못 말리는 백성입니다. 개인사 축적을 위하여 오늘 현충원 성묘 내용을 사진으로 남깁니다,강남석 318..
얼굴 이름 기억력(2026.09.24) 나름 좋다는 평가를 받던 저의 기억력도 시절의 흐름과 더불어 점점 쇠잔해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이름으로 얼굴을 기억하는 일은 아직 괜찮으나 얼굴을 보고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도무지 어렵습니다. 일 년에 두 번 명절에만 그것도 간간 건너뛰면서 오시는 아짐 고객이 있습니다. 이번에 들리셨는데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가 어렴풋이 뵌 적이 있는 것 같아 그냥 내질렀습니다. “아하! 김옥경님 너무 예뻐져 몰라봤습니다!”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 어머나 기억력 좋으세요. 화장도 않고 왔는데!” 대 성공입니다. 얼굴로 이름을 기억해내는 일을 해내다니. 자연스럽게 처음 지목한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으로 수량도 더 많이! 물론 제가 의도한 바는 절대 아닙니다.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