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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절정(2026.09.11) 이른 새벽 차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둔 어린 고양이에 애잔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게 바로 혼란의 전초전이었습니다. 평소 아침 일찍 오는 상품이 10시가 지나도 오지 않아서 물류센터에 물었더니 배차조차 되지 않았다 합니다. 급한 건들이 많은데 그때부터 센터에 30분 단위로 재촉을 했음에도 감감무소식이니 혼란의 크기가 점점 더해갑니다. 가게 운영 22년 동안 오후 4시 넘어 배달되기는 처음 일입니다. 그러나 혼란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어찌어찌 마치고 집에 들어와 오늘 얼마나 걸었나 살피니 삼성헬스와 손목닥터 9988이 서로 다릅니다. 언제나 같은 걸음 수를 가리켰는데 별일입니다. 혼란의 절정입니다. 이 혼란들은 오늘 아침 7시에야 겨우 수습이 되었습니다.
인간 측면충돌(2026.09.10) 남부터미널 앞 길을 가는 제 앞으로 배낭을 멘 건장한 군인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 조금 앞에서는 우람한 체격의 젊은 사내가 걸어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잠깐 사이 둘이 측면 충돌을 하면서 군인의 스마트폰이 길에 떨어지는 놀라운 상황이 연출됩니다. 오는 사내는 이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전진합니다. 몸을 구부려 스마트폰을 손에든 군인 아저씨는 몹시 억울한 듯 멀어져 가는 사내를 바라봅니다. 바라본들 이미 가버린 사내에게 전달될 감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올여름 지난(至難)한 더위에 시달린 능소화만 피곤합니다.*능소화 열매를 무려 12개나 찾았습니다. 이 행운을 여러분 모두에게 나눠드립니다.
서울우유 촌극(2026.09.09) 우유래야 어머니께서 즐기시던 바나나 우유를 일 년에 서너 번 먹는 정도인데 어느 유튜브에서 시중 우유 중 서울우유의 A2+가 품질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가끔 들르는 인근 롯데슈퍼에서 그게 보여 사 와서 맛을 보니 좀 고소한 느낌이 뭔가 다르다 싶어 반쯤 마시고 남은 걸 애엄마에게 들고 가 자랑을 했습니다. 마치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칭찬을 듣고 싶어서. 바로 핀잔이 떨어집니다. “바보! 가격이 배나 비싼데 그럼” 그렇게 가격이 비싼지 몰랐는데 멋쩍습니다. 그런데 또 이건 무슨 연입니까? 다음 날 아침 간간 들리는 서초동 아짐께서 서울우유 나 100%라는 우유 한 팩을 맛있는 거라며 놓고 가십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ㅋㅋ 나 100%라는 이름에 의미가 있나?
오늘의 깨달음(2026.09.08) 새벽에 집을 나서 발을 옮기자마자 “어여쁜 눈썹달이 뜨는 내 고향~~~”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순간 깨닫습니다. 그렇지! 이게 바로 양정 강남석 너의 본모습이야.. 젊은 시절 너는 학교에 갈 때나 직장에 갈 때도 항상 노래로 생을 기뻐하며 즐거워했어. 그간 어떤 번뇌나 걱정이 나를 흔들었을까요? 오늘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잠시 뒤죽박죽 되었던 아침 일정을 정해진 순서대로 행합니다. 걷기, 샤워, 영혼에 이끌리는 삶 낭독, 금강경 독송, 인생독본 오늘 분 독서에 이어 지금 글쓰기까지. 스스로 정화하고 있음을 또 느낍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다 덕분입니다.* 인생독본 오늘 첫 머리: 어린 아이에게는 가장 크고 많은 가능성이 있다.
양재천 벼를 재수해서(2026.09.07) 제 인생에 있어서 초등학교 입학에서부터 어제 양재천 논 보기에까지 재수(再修)는 필수입니다. 아침에 결행했던 양재천 가기가 카드분실에 따른 혼란으로 무산되었으나 예서 말 수는 없어 오후 시간 기어코 다시 나섰습니다. 매봉역에서 내려 양재천변에 돌입하자 신우대밭이 먼저 반깁니다. 마치 여수 오동도의 신우대밭을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 조금 더 걸어가자 눈앞에 이제 고개를 숙인 벼들이 펼쳐집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천 옆에 논을 조성해서 저리 벼를 심어 가꾸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기분을 어린 시절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을까요? 마구 칭찬해도 남음이 없습니다. 그런데 올 추석 저 논의 올베쌀(찐쌀)은 누구 상에 먼저 올라갈까요?
양재천의 벼들이(2026.09.06) 양재천에 벼가 자란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오늘 첫 일정으로 그를 보기로 했습니다. 어젯밤 안양에서 나대다가 시니어 카드를 분실하여 집에서 일단 가게로 걸어와 카드분실 신고를 하고 빛의 속도로 남부터미널역 개표구 앞에 섰으나 대안 카드가 없습니다. 다시 계단을 바삐 올라 가게를 뒤졌으나 역시 안 보입니다. 아하 어제 집에 오면서 사용 후 양복 주머니에 넣어둔 사실을 잊고 그냥 니온 것입니다. 요즘 카드 없으면 아무 일도 못 하는 세상이라 다시 집을 향해 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러는 사이 양재천의 벼는 저를 기다리다 모가지가 빠지고 말았습니다. 미안하다 나락들아! 느그 성이 오늘 아침 나락(奈落)에 빠져부렀다야* 아침마다 양재천을 달리는 유상호 친구가 찍어 보냈습니다. 달리기로 다져진 덕으로 지금도 혈기 왕..
택시 속의 형동생(2026.09.05) 어제는 하루 사이 그것도 택시 속에서 형이 되고 아우가 되는 놀라운 능력을 발현했습니다. 먼저 가는 택시 옆 기사님이 나이가 들어 보여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나옵니다. 목포 대성동 출신이며 목포 상고를 나왔다고 합니다.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5년 아래 우리 셋째 동생과 같은 나이이니 바로 제가 형이 되었습니다. 이제 오는 택시 속 기골이 장대하신 기사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냅니다. 벌교 상고를 나왔으며 젊은 시절 한가닥했다고 하십니다. 저보다 4년 위이시고 또 우리 진주 강씨 같은 항렬입니다. 바로 “워메 그라믄 형님이십니다. 말씀 낮추십시오.” 이렇게 바로 제가 아우가 되었습니다. 두 분의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니 언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서초동 하늘의 하현달은 봄날과 가을날이 다릅니다...
몸무게 66.6kg(2026.09.04) 스포츠 센터 탈의실에서 마침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벌거벗은 채로 체중계에 올랐습니다. 66.6이라는 숫자를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 요한계시록의 짐승이 되었습니다. 불완전성의 극치라고 하지요. 정확합니다. 아직 제가 인간완성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으니 더욱 정화와 정진을 거듭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사진으로 찍어 기념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누가 들어올까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다시 올랐는데 이번에는 66.8과 66.7을 왔다 갔다 합니다. 66.6을 바코드로 이미 몸에 찍어버린 체중계가 저를 흔들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지 마라 잉! 나도 가끔 교주로 불리는 사람이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