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439) 썸네일형 리스트형 선계와 속계(2026.11.03) 일요 오후 케이블카로 제천 비봉산 정상에 올라서니 발아래 구름이요, 마을이요, 강이요, 첩첩 산들이라 속세의 묵은 때가 저절로 벗겨져 청정한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대로 가져왔으면 좋으련만 영주에서 밤을 지내며 속세에 발을 내딛자 월요 아침 바로 혼란이 다가옵니다. 첫 고속버스를 타려고 숙소에서 나와 스마트폰에서 학습한 대로 왼쪽을 택해 한참을 갔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마침 반려견과 산책 중인 아짐 한 분을 만나 물으니 반대로 왔다고 대략의 위치를 알려주십니다. 되돌아가는 길은 더 힘이 들지요. 스마트폰을 포기하고 마주치는 분마다 묻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아재들께 물어보기 3회와 되돌아오기 1회를 더 추가하여 터미널에 이르는 약 2km의 길을 45분 걸렸습니다. 속계는 역시 힘들어 예로부터 드물어(2026.11.02) 나이 칠십을 고희(古稀)라고 했는데요. 풀어쓰면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이니 그 나이까지 살기가 어려워서 붙여졌을 것입니다. 제 주변도 둘러보면 확실히 이 나이가 생의 분수령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至難)한 올여름을 지내면서 저와 가깝게 지내는 네 분이 뜻하지 않은 병치레로 고생을 하셨습니다. 네 분 모두 건강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분 들 이어서 더욱 놀랐는데요. 다행히도 각 치료와 시술 그리고 수술과정을 거쳐 모두 건강을 회복하셨습니다. 그중 한 분은 놀랍게도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누구냐고 물어보신 분께는 따로 가르쳐 드릴게요 잉! 아울러 이 자리를 빌려 저와 인연이 있는 모든 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순화아재 대봉감(2026.11.01) 아버지께서는 자서전 1959년 편에서 군자리 외갓집 동생(마순화)의 사범대학 진학을 위해 외가 집안 설득과 등록금 마련에 이모저모 협조한 이야기를 담아 놓으셨습니다. 이런 연유인지 아버지와 순화 아재는 남달리 우애가 두터웠고 가을이면 아재는 우리 집으로 군자리 햅쌀 한 가마니씩을 꼭 보내오셨습니다. 그러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부터는 거꾸로 제가 아재에게 홍삼을 보내드리기 시작했는데요 아재도 가만히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교장으로 정년 후 자리 잡으신 나주 산포에서 가꾸시는 대봉감을 보내십니다. 순화 아재! 아따 감이 빛깔도 곱습니다. 잘 먹을께라우. 으짜든지 건강하게 지내셔요. 솔방울은 3대가 함께(2026.10.31) “솔방울은 가지에서 3대가 함께 살아갑니다.” 지난주 저의 영암동화 동창 야유회 때 전문해설사께서 선정릉 내 소나무 앞에서 솔방울이 달린 가지를 본보기로 보여주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정말로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손주가 층과 모양을 달리하며 붙어있었습니다. 조부모를 위시하여 3대가 함께 살던 우리네의 살림살이와 비슷합니다. 낳아서 현재까지 가장 가까이서 제일 많이 보고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고 애국가 가사에도 나올 만큼 우리와 친근한데 저는 왜 몰랐을까요? 찾아보니 종자가 성숙하기까지 18개월에서 24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3대가 한집에 살게 되겠네요. 또한 잎의 수명은 2년이라고 합니다. 이상 솔꽁 이야기였습니다. 6시 기상의 기적(2026.10.30) 눈을 뜨니 6시 10분! 아침부터 이거 무슨 횡재입니까? 세상에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평소보다 두 시간을 더 잤으니 당연히 작은 기적입니다. 거기다 바로 화장실이 부릅니다. 쾌숙에 쾌변이라 날아갈 것 같습니다. 꿈꾸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오집니다. 세상에 자고 일어나는 일에 이렇게 기뻐하며 야단법석이라니 나이가 들어감이 분명합니다. 점점 일상에서 겪는 작은 성취가 기쁨으로 다가오니 제가 이렇게 가벼운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원래 제가 가볍기는 합니다. 가볍든 무겁든 제가 편하면 그만이지요. 하루 가게 비우고 바깥 세상 햇볕을 받은 덕일 것입니다. 이건 사실 어제 아침 일이고요. 아쉽게도 오늘은 도로 서울로 오는 길3(2026.10.29) 앞차의 연착으로 연달아 익산역에 10여 분 늦게 도착한 저의 차에 올랐으나 여기서부터는 입석이라 차 안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양쪽 문에 각각 1개씩 붙어있는 비상석 확보가 관건입니다. 이건 또 무슨 행운입니까? 두 자리가 동시에 비어있습니다. 일단 다음 정차 역까지는 안심입니다. 그러나 다음 정차 역에서는 문이 열릴 터라 자리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면 올라오는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으므로 문에 바짝 붙어 사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는 제가 좀 부끄러웠습니다. 서울에 다가갈수록 통로에 서 있는 분들이 늘어가면서 저의 부끄러움도 더해갑니다. 다행인 것은 모두 저보다 한참 젊은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서울로 오는 길2(2026.10.28) 익산까지는 4호 차 4C 좌석이고 나머지 수서역까지 여정은 입석이라 우선 4호 차를 찾아갔는데 아니 이게 특실입니다. 그러면 바로 옆 칸이 일반 4호 차인가 싶었는데 그냥 5 호차입니다. 당황한 순간 병훈이 전화가 왔습니다. 잘 가라는 인사가 아니라 청천벽력의 소리를 내뱉습니다. “아야! 그 차가 아닌갑다. 다음 차가 기여야!” 워메! 이게 뭔 소리여? 지정된 시간 지정된 자리에 서 있는 열차에 올랐는데 아니라니, 그러면 내가 부정승차여? 이럴 때는 자수하여 광명을 찾는 게 제일입니다. 지나는 승무원에게 표를 건네며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그냥 익산역에 내려 다음 차를 타라고 합니다. 마침 5호 차 맨 뒤 빈 좌석이 있어 다소곳이 앉아 익산까지 우선 갑니다. 서울로 오는 길1(2026.10.27) 송정리에 도착한 시간이 3시 30분 무려 한 시간의 여유가 있는데 어찌 1913 송정역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배웅차 따라온 병훈이와 소맥 한두 잔을 기울이고 15분 여유를 두고 나왔는데 중간쯤에 이르러서야 표룰 거기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입석과 좌석이 혼용된 터라 반드시 표가 필요하여 다시 갔다 돌아오기에는 이제 100m 달리기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장병훈 순발력 좋습니다. 카운터에 놓여있던 표를 순식간에 들고 온 병훈이와 이제 송정역 승강구를 향해 함께 내빼듯이 달립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도착한 시간이 딱 4시 30분, 등을 미는 병훈이 도움을 받아 간신히 차에 오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차가 출발합니다. 그놈이 술이 웬수여 잉! 칙칙폭폭! 이전 1 2 3 4 ··· 4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