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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반갑습니다(2026.09.17) 아직은 사방이 어두운 새벽 서초동 이면길에서 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던 아짐이 저와 마주치자 큰 소리로 “반갑습니다”라고 외칩니다. 어찌나 큰소리인지 주위가 쩡쩡 울립니다. 엉겁결에 저는 죽어가는 소리로 “아하 네 반갑습니다”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아짐의 선의를 곡해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보통은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건네는데 이 아짐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보게 되는 제가 늑대로 보였을 것입니다. 행여 잡혀먹힐까 두려워 자신의 용기를 북돋고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 보호이자 자기 과시였을 것이라고 그냥 억지를 부려봅니다.*그리하여 저도 사방이 어두운 우면산으로 접어듭니다. 아직은 아무도 안 보이는데 누구를 만나려나요?*아하 어제 칠엽수 열매와 비교를 당한 우면산 밤나무가 분발했습니다. 추석..
밤과 칠엽수 열매(2026.09.16) 우면산의 밤들이 추석 상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으나 어찌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제가 마구 응원을 보내는 사이 서초동 길가의 칠엽수 열매들이 자신들이 올라가겠다며 먼저 떨어져 아우성입니다. 밤나무도 아니고 울릉도의 너도밤나무도 아닌 것이 일본 땅을 두고 여기까지 건너와 이제 차례상을 넘보며 저리 설쳐 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로는 먹을 수도 없는 것이 겉만 우리 밤을 닮아서 번지르르합니다. 볼썽사납습니다.추석을 앞두고 저 역시 실속 없는 일에 매달리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강남석 강남구에서(2026.09.15)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 한강을 택했습니다. 서초 도심을 벗어나 한강 가에 이르자 조용히 잠을 자던 한강 물도 깨어나 오랜만에 만났다며 감격합니다. 감격하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길과 물과 그리고 나무와 감격에 겨운 대화를 마치고 한강을 빠져나와 강남 도심을 통과해 길마중길로 가려는데 도통 감이 오지 않습니다. 문득 앞을 보니 논현역입니다.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쭈욱 갔어야 하는 길을 옆으로 쭉 왔나 봅니다. 왔다 갔다를 몇 번 반복하다 길옆 대나무밭을 보고 나서야 안심이 됩니다, 요약하면 강남석이가 강남구에서 길을 잃은 것입니다. 두 시간 예상한 걷기가 세 시간을 넘어 2만 보에 이르렀습니다.
단체카톡방 정리(2026.09.14) 50여 개에 이르는 단체카톡방 정리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그 역할을 다해 사실상 휴면상태에 있는 방은 당연하고요. 어쩌다 한둘 참여하고 나머지 분들의 참여는 전혀 없는 방과 활성화는 되어 있으나 지극히 편향적인 정치 관련 글과 있지도 않은 사실을 들어 특정 지역을 폄훼하는 글을 마구잡이로 퍼 올리는 그런 카톡방입니다. 물론 안 보면 그만이지만 오는 카톡은 무조건 보고 필요한 경우는 답을 하는 나름의 성격 때문에 어려웠습니다. 몇을 정리하니 편안해졌습니다. 고요가 찾아온 듯 마음의 평정이 유지됩니다. 조용히 나가기를 선택했으니 특별히 관심 없었던 분은 알지도 못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한솥 도시락을 다시(2026.09.13) 옆 롯데슈퍼 내 도시락 가게 폐업으로 간단 점심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미리 준비된 것 중 하나만 들고 오는 편리함 때문에 자주 이용했었는데 이제 한 건물 건너 다른 도시락집을 드나들어야 할 형편이 되었습니다. 미리 주문을 하고 얼마간을 기다리다 가서 가져와야 하는데요. 3년 전까지는 간간 이용했는데 다시 들리려니 왠지 어색합니다. 그래서 아짐 사장이 저를 몰라보기를 기대했는데 도시락을 건네면서 제 얼굴을 보는 순간 “오래만에 오셨습니다,” 바로 알아보십니다. 속으로 “짜아식 이제까지 쩌그 이용하다 별수 없으니 들렸지?”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문태학원 날개(2026.09.12) 아시다시피 우리 문태학원의 교지명은 “날개”입니다. 각 학교가 교지를 만들고 그 역사를 기록해 나가겠지만 교지명만큼은 이 날개를 따라갈 학교가 없다고 봅니다. 왜? 우리 문태의 날개가 이미 밤이나 낮이나 그리고 세계 어느 곳이든 날개를 활짝 펴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장자도 호접몽에서 나비의 날개에 기대어 꿈과 현실 사이에서 이를 환영했으며 천재 작가 이상 역시 그의 소설에서 “나도 날개를 달고 싶다.”라고 했을까요?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2724 동창생 중에는 글에 뛰어난 친구들이 많습니다.제가 제일 처음 느낀 학동은 중학 3학년 때 박진규입니다. 저보다 훨씬 실거(슬거) 보이던 진규답게 실거운 시로 당시 박순범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지금도 제가 진규 앞에서는 깜박 죽는 이유입니다..
사람 대접을 받다(2026.09.12) 서초동의 인간미 넘치는 회사 하나를 소개합니다. 배달을 나가면 거기가 집이든 사무실이든 보통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달랐습니다. 문을 열고 맞으며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합니다. 사람대접을 받은 느낌이 들어 절로 흐뭇해집니다. 반가웠습니다. 바로 이런 친절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서가에 꽂힌 여러 전문 서적을 비롯하여 직접 쓰셨다는 세 권의 책에서 정승이 사장님의 내공이 그대로 전달되어 옵니다. 메가판넬! 미련한 디자인, 다양한 컬러감, 뛰어난 시공감을 내세우는 소개 책자와 더불어 그간의 실적은 주변과의 조화와 자연 친화에 이 회사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메가판넬 만세! 영원하라 메가판넬!* 친구인 황오연 성아의 대성판넬과는 성격이 완전 ..
혼란의 절정(2026.09.11) 이른 새벽 차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둔 어린 고양이에 애잔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게 바로 혼란의 전초전이었습니다. 평소 아침 일찍 오는 상품이 10시가 지나도 오지 않아서 물류센터에 물었더니 배차조차 되지 않았다 합니다. 급한 건들이 많은데 그때부터 센터에 30분 단위로 재촉을 했음에도 감감무소식이니 혼란의 크기가 점점 더해갑니다. 가게 운영 22년 동안 오후 4시 넘어 배달되기는 처음 일입니다. 그러나 혼란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어찌어찌 마치고 집에 들어와 오늘 얼마나 걸었나 살피니 삼성헬스와 손목닥터 9988이 서로 다릅니다. 언제나 같은 걸음 수를 가리켰는데 별일입니다. 혼란의 절정입니다. 이 혼란들은 오늘 아침 7시에야 겨우 수습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