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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전부는 아닌데(2026.10.06) 9호선 지하철 교통약자석 제 옆 두 자리가 비었는데 사평역에 이르자 두 손에 물건을 든 아가씨가 덥석 앉습니다. 빈자리이고 주위에 나이 든 사람도 없으니 딱히 비난을 받을 일은 아닌데 다음 역인 신논현역에 이르러 모자를 쓴 할아버지 한 분이 표정이 일그러지며 앉으시더니 여지없이 그 아가씨를 나무랍니다. 제가 가만히 말렸습니다만 무참해진 아가씨가 일어서서 문 옆에 그냥 서 있으면서 상황이 종료됩니다. 7~80연대 현대건설에서 임원으로 나름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에 가득 찬 80대 어르신입니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이런 일을 또 보시더라도 모른 체하시라는 저의 말씀에 고개를 끄떡이십니다. 다행입니다. 저도 면박을 받을 줄 알았는데.
페이스북 광고 현혹사(2026.10.05) 사실 페이스북 광고 수난사는 지능 테스트 이전 달걀후라이 용기에서 출발합니다. 간단하게 달걀을 깨서 용기에 넣어 전자레인지에 돌려내면 바로 조리가 되는 거였습니다. 바로 저에게 즉시 필요한, 즉 프라이팬이 없고 불도 없는 가게에서 영양 보충이 가능한, 이 얼마나 신문명입니까? 잉! 그런데 한 개씩이 아닌 세 개가 최소단위입니다. 개인통관 고유번호 어쩌고저쩌고하는 절차를 거쳐 도착한 용기에 바로 실망입니다. 광고에서 보여준 그림과는 달리 플라스틱으로 찍어낸 조악 그 자체입니다. 이 정도라면 가격 역시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습니까? 날달걀 한 판을 사와 바로 시험에 들어갑니다. 숙달이 덜된 탓인지 아직은 한 번도 제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건 내 잘못으로 치더라도 앞으로 페이스북 광..
부산 상어와 서울 메뚜기(2026.10.04)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출현한 상어 부캉이가 20일 가까이 머물면서 8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바다로 돌려보내려는 두 번의 친절도 마다하고 요리조리 기가 막히게 빠져나가 아직 인기몰이 중입니다. 반면 우리 가게 앞 고구마 숲에 나타난 메뚜기 한 마리는 양정 딱 한 사람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나마 머문 시간도 한 시간을 채 넘지 못했으니 이런 차별 또한 없습니다. 거그 상어나 여그 메뚜기나 여러 무리 중 한 마리에 불과하고 있을 곳을 벗어난 점에서 똑같은데 메뚜기로서는 여러모로 서운했을 것입니다. 부캉이에게는 먹이도 던져주고 기자도 달려오고 시장까지 나서서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했는데 메뚜기 앞에는 송송 구멍 뚫린 고구마 잎뿐이었으니
페이스북 지능 테스트(2026.10.03) 페이스북의 광고에 현혹되어 그 절차를 따랐다가 큰 낭패를 볼뻔했습니다. IQ테스트라는 게 보여 평소 관심 사항이라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시험 보듯 성의를 다하여 주어진 문제를 다 풀고 결과를 보려는데 비용이 있습니다. 카드결제 후 보내온 지능지수는 어린 시절과 비교해 그리 떨어지지 않아 흐뭇하기도 잠시, 그 아래 앞으로 28일마다 청구되는 금액이 있다는 황당한 글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구독 취소 방법이 소개는 되어있으나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어서 등록된 카드를 없애버릴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궁리 끝에 아들아이에게 협조를 구했습니다. 아이고 1분도 안 걸려 구독이 취소되었다는 이메일이 당도합니다.ㅣ
기특한 어린이(2026.10.02) 동네 한 바퀴를 하는데 앞에서 열 살을 갓 넘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어린이가 쏜살같은 속도로 달려옵니다. 행여 제가 방해가 될세라 옆으로 비켜서서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 여학생 같은 속도로 제 앞을 지나면서도 저를 향해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깁니다. 기특했습니다. 예뻤습니다. 등교하는 서일초등학교 학생일 텐데요. 뒤따라 달려가서 용돈이라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엄마나 아빠로부터 좋은 모습을 보아왔고 학교에서도 예절 교육을 잘 받았을 것입니다. 여학생 인사말 하나가 동네를 온통 환하게 만들고 어른들 위상을 확 높입니다. 우리 호호 오강우도 저리 잘 커가기를 바라며.
침묵하라(2026.10.01) 9월의 마지막 날 인생독본은 러시아 시인 튜체프의 침묵하라는 시로 시작합니다. 읽자마자 바로 감동입니다, 어찌 저를 꿰뚫어 보고 이제까지 저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남은 생에 또 하나의 지침을 안깁니다. 그리고 이 감동은 주변의 대지(大地)까지 움직이게 합니다. 여름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가지 않겠다고 아우성이던 더위가 소리 없이 물러갔습니다. 10월 1일 오늘 아침 추위가 침묵으로 저를 응원합니다. 살 것 같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 5월 말부터 9월 말일까지 우리를 반기던 남부터미널 외벽의 능소화 꽃도 한 송이도 남김없이 일제히 자리를 감추고 그 자리에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하여 이달은 그저 침묵입니다. 침묵하라!침묵하라/튜체프침묵하라, 비밀로 감추어라너의 감정, 꿈까지도네 영혼 깊은 곳에그것을 떠..
길거리 농구의 반전(2026.09.30) 평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그런 스포츠 행사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요.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이라 어쩔 수 없이 메달 수에는 매일 눈이 갑니다. 이번 나고야도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런데 항상 두 번째에 자리한 농구가 금메달 3개로 나옵니다. 남녀 2개가 맞을 터인데 잘못 표기되었으리라 생각하고 곧 바로잡겠지 했는데 계속 3개로 머물러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메달도 1개가 또 있습니다. 혼성 경기가 추가되었다면 3개가 맞는데 이건 4개라 저 스스로 추정이 불가합니다. 네에! 별수 없이 찾아보았습니다. 농구 코트 반과 골대 하나만 쓰는 이른바 길거리 농구가 3×3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벌써 오래되었네요. 저만 몰랐을까요?스포애니라는 스포츠센터에 등록한 지 일 년이 거의 다 되어가..
명절 연휴 해프닝 1(2026.09.29) 냉동실에서 나온 김치를 김치라 부를 수 있는가? 아니면 김초인가? 추석날 집을 나서는 저에게 애엄마가 음식 몇 가지를 각각 용기에 담아주면서 냉동실에 넣고 필요할 때 빼내 약간 해동 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라 합니다. 왜 냉장실이 아니고 냉동실인지 의아했으나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이었을까요? 겉절이 김치도 있었던 것이 생각나 냉동실에서 꺼냈습니다. 그야말로 꽁꽁 얼었으니 당연히 해동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좀체 녹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김치를 전자레인지에 둘리는 거는 아닌 것 같고요. 기다리다 식욕은 이미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한나절쯤 지난 김치 용기에는 물 반 김치 반입니다. 미리 주의를 줬으면 빼고 넣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