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2743)
홍시를 기다리며(2024.11.21) 가게 창가에 늘어놓은 순화 아재표 대봉감이 차례로 홍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봉감 하나하나에서 아버지 외사촌 형제로서 유난히 두 분간 우애가 깊었던 순화 아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제일 첫 감에는 강진군 작천면 군자리에 있었던 아재의 결혼식 풍경입니다. 휜 두루마기에 흰 장갑을 끼셨던 신랑 마순화의 상기된 얼굴입니다. 두 번째 감에서는 음악 교사 마순화 선생의 지휘 모습입니다. 세 번째 감에서는 성전중학교 마순화 교장 선생님 훈화 모습이 여간 진지하지 않습니다. 네 번째 감에서는 정년 후 나주에 자리 잡으신 농군 마순화 보리떼 모자를 쓰시고 땀을 흘리고 계십니다. 아재! 아직 감이 더 남아 있으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아침식사 고민(2024.11.20) 그리하여 가방의 지갑에서 1만원권 한 장을 들고 저의 아침 식사를 주시는 음식점으로 달려갔습니다. 1주일 입원예정이셨으니 산술적으로는 오늘은 문을 여실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불을 밝히시지 않으셨습니다. 아재 사장님의 바람과는 달리 아직 병세가 호전되지 않으셨거나 아니면 회복이 늦어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걱정됩니다. 올해 유난했던 더위와 날씨에 주위에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이 많으니 더더욱. 얼른 나의 음식점 돈바바에 아침 햇살이 빛나기를 바라며 저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디로 가서 아침을 때울 끄나? 정성깁밥 윤사장에게로 갈까요?
급한 성질머리(2024.11.19) 조금 더 진중하게 생각하고 천천히 잘 찾았으면 될 것을 급한 성질머리를 따라가다 일을 망칩니다. 항상 아침 식사 후 놓고 나오는 만 원짜리가 없어 인근 은행의 자동 인출기로 달려갑니다. 아침 7시 전이라 아직 문이 잠겨있습니다. 날마저 추운데 허망하게 돌아오다 가게 한구석에 놓아둔 가방의 지갑 잔돈이 생각났습니다. 갔던 만큼 손해이지요. 지난번 없어진 열쇠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었던 양복을 두루 잘 찾아보았으면 될 일을 급하게 책상 서랍 윗부분을 드라이버를 꽂고 망치로 내리쳤으니 시건장치(施鍵裝置) 내부가 완전히 망가질 수밖에요. 저에 있어서 마음을 비워내는 첫째는 서두름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둘만의 외식(2024.11.18) .조금 일찍 들어가 집 현관문을 열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립니다. 저녁 외식을 할 의향이 없냐는 애엄마의 전화입니다. 평소 집에 들어서면 좀체 밖으로 나가지 않은 저인지만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문을 열며 어서 나오라고 환영의 세레모니를 펼칩니다. 지엄하신 지어미의 제안에 몸 둘 바를 모르며 황송해하는 저의 팔짱을 끼며 나선 서초동 거리의 진한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잎들은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부부라고 칭송하고 어느 횟집 수조의 새우들은 모두 몸을 바로 세워 마치 열병을 하듯 고개를 우리 쪽으로 일제히 돌려보며 신기해합니다. 당연히 그럴 만도 합니다. 둘만의 외출이 얼마 만인지 저도 모르니
다시 나타난 열쇠(2024.11.17) 고등 친구 문흥원은 열쇠가 사라져 느낀 마음의 응어리를 시로 표현하고 더 나아가 “열쇠가 사라졌다”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2012년 출간한 바가 있었는데요. 2024년 저에게는 며칠 전 사라졌던 열쇠가 뜬금없이 나타나 저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없어진 열쇠를 찾느라 전날 술자리 족적을 더듬고, 입었던 옷들의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도 없어, 결국 열쇠업자가 달려와 여러 기구로 온갖 재주를 다 부려도 쉽게 열리지 않아 전기드릴로 자신의 집을 완전히 부숴 버렸는데요. 어제 석양 무렵 양복 주머니 속 깊이 보일락말락 터진 틈을 타고 재봉선 아래 끝부분에서 저를 조롱하듯 앉아 있으니 여지없이 차 지나간 뒤 손들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단추를 달다(2024.11.16) 계절에 맞게 콤비 자켓을 꺼내 입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와 단정하게 앞을 여미려는데 윗단추가 헐렁거립니다. 금방이라도 가출을 감행할 기세라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어 방법을 구상합니다. 첫 번째 이런 바느질에 아주 익숙한 친구(누굴까요?)를 불러 부탁을 한다. 그런데 하잖은 일이라서 서초동까지 오라고 하기에 영 미안합니다. 두 번째 오늘을 그냥 보내고 집에 들어가 애엄마에게 들이민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데 성질이 급한 저에게 하루는 너무 긴 시간입니다. 세 번째 강남석 네가 직접 해라! 좋습니다. 제가 하지요. 바늘과 실꾸리를 사러 인근 다이소로 달려갑니다. 어머나! 이런 종합세트가 있었나요? 어머니께 사드렸으면 아주 좋아하셨을 것인데
상품들 자리바꿈(2024.11.15) 가게에 진열된 상품의 자리들을 모조리 바꿨습니다. 새로운 자리에서 자신들을 서로 먼저 알리려는 상품들의 미소와 읍소로 모처럼 활기가 넘칩니다. 우리 가게에 잠시 들린 양재역점 여사장님께서 둘러보시면서 조심스럽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십니다. 고객들의 출입이 제 가게보다는 훨씬 빈번한 곳을 수년 운영하시면서 축적한 나름의 노하우를 접목해주시는 친절입니다. 느낌이 바로 들어와 즉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그간 보이지 않던 먼지도 닦아내고 노출의 필요가 없는 상품을 치워내고 여유 공간도 확보했습니다. 금방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올 기분입니다. 양재역 사장님 감사합니다!
돈바바 아짐 입원(2024.11.14) 아침 식사를 하러 들리는 음식점 돈바바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평소 새벽에도 인근 일하시는 인부들을 위해 불을 밝히시고 계시는데 아무래도 평소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으신 아짐 사장님께 무슨 변고가 있지 않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정오 무렵 일부러 들렸더니 아재 사장님께서 혼자 지키시다가 그렇지 않아도 헛걸음하였을 거라 생각했다며 일주일 입원 사실을 알립니다. 역시나 예상이 맞았습니다. 평소 제가 홍삼 헛개수를 가져다 드린 것도 그분의 섭생을 돕고자 함이었는데요. 얼른 회복하셔서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당분간 아침 식사는 어디로 갈까나? * 그리하여 오늘은 나주곰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