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62)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복 상의를(2024.12.02) 겨울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내팽개쳤습니다. 그것은 금번 추위에 내복 상의를 입기 시작한 일입니다. 한겨울에도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려 하얀 속살을 내보이며 내복을 입지 않았음을 은근 자랑하는 반장 인규와 달리 저는 몇 년 전부터 내복 하의를 입고 다녔는데요. 심지어 보온성이 좋다는 기모 바지 속에도 내복을 입어야 추위를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의까지 입었으니 인규가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설마 러닝셔츠까지 벗어 보이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내복 상의 이거 아주 따뜻합니다. 어느 한구석에서도 찬바람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안으로 입었으니 티도 안 나 패션에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결혼식 좌석(2024.12.01) 10여 년 전 세칭 사회적으로 출세한 친구의 딸 결혼식이 우리 무리 중 제일 먼저 있었습니다. 대학 때부터 이어온 인연으로 간간 가족 간 모임도 있었던 터라 우리는 평균 이상의 축의금을 들고 달려갔는데요. 좌석에 참석자의 이름이 붙어있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넷의 이름은 없습니다. 허망하게 돌아오면서 각자의 생각들이 어땠을까요?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모두 멀어졌습니다. 반면 어제 사회적 지인의 따님 결혼식 좌석에는 황송하게도 제 이름 석 자가 놓여있었습니다. 특별한 대접을 받는 느낌입니다. 더욱더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두 음식점 폐업(2024.11.30) 이곳 서초동 우리 가게 주위에서 지명도도 높고 항상 손님으로 붐비던 두 음식점이 갑자기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거의 모든 사람이 아는 우면산 건너편의 버드나무집과 우체국 앞 일식집 최수사입니다. 불황 때문인지 다른 저간(這間)의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들렸을 때 전과 달리 빈 좌석이 많은 것으로 볼 때 어려움에 처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폐업 인사도 없이 내부까지 완전 비운 것으로 보아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보이며 이제 다른 주인이 올 때까지 당분간 빈집으로 있을 것입니다. 오마지 않은 손님을 기다리며 긴 하루를 보내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난리입니다. 반말 버릇이(2024.11.29) 술자리에서 나대며 말이 많아지는 큰 흠 외에 요즘 또 하나의 바람직하지 않은 버릇이 늘었습니다. 그것은 손아래 상대에게 반말을 하는 일입니다, 물론 친근함의 발로이며 가려가며 한다고는 하지만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손아래여도 다들 60을 넘거나 경계에 있는 나이들인데 옆에서 보기에 썩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소 가까운 손위분들께도 나름 다정함을 표출하기 위하여 중간말을 잘 사용하는데요. 반말과 중간말이나 예의를 중요시하는 분들께는 피장파장일 것입니다.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유의하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아예 술자리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생활바보 만세(2027.11.28) 다른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일들이 생활 바보인 제가 포진한 우리 집에서는 사건이 되고 기적이 됩니다. 새로 설치한 샤워기가 바로 얼굴을 직사한다며 다시 교체할 때까지 그냥 손으로 잡고 하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가 거치대 부분을 손으로 살짝 누르니 그게 돌아가 고개를 숙여 알맞은 위치가 됩니다. 애엄마가 간과한 부분입니다. 너무나 자랑스러워 일부러 그 상태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가게에 있는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찌 그것을 알아냈느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별일 다 있다!”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ㅋㅋㅋㅋ 제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입니다. 바보도 간간 기적을 연출합니다. 즐겁습니다. 기쁩니다. 바보 강남석 만세이! 첫눈이 왔으나(2024.11.27) 첫눈치고는 제법 많이 내린 덕분에 곳곳이 하얗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경계선의 날씨 탓으로 눈과 비가 섞어 내리면서 첫눈 내린 날의 감흥을 앗아갔습니다. 눈이 내리는 출근길에 비를 피해 우산을 써야 했으며 녹다 말다를 반복한 길은 아주 엉망진창이 되어 신 사이로 물이 들어와 양말을 적시고 발끝에 살얼음을 안깁니다. 한번 발을 잘못 딛으면 여지없이 넘어질 정도로 모든 길이 미끄럽습니다. 덕분과 탓이 혼재한 첫눈에 몇 번의 위기를 기우뚱 좌우뚱 넘기고 아슬아슬 도착한 가게에서 신과 양말을 여벌의 것으로 갈아신으며 오늘 하루 일상을 시작합니다. 지하철로 출근(2024.11.26) 추위를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이사하고 처음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정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초역에서 타서 한 정거장을 지난 교대역에서 3호선 환승 거기서 한 정거장을 더 가 남부터미널역에 내려 가게까지 걸어옵니다. 소요시간 25분에 1,730보를 걸었습니다. 평소 걸었을 때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은 25분 똑같습니다. 다만 걷기는 800여 보가 더 많은 2,500보. 지하철을 이용해서 얻는 소득은 오늘의 경우 비를 덜 맞는다는 거라도 있지만 다른 날의 경우는 걸음걸이 수가 줄어드니 오히려 손해입니다. 역시 저의 숙명은 걷는 데 있습니다. 걷자! 걷자! 오늘도 내일도! 마지막 승부를(2024.11.25) 올해 마지막 결전을 위해 모여든 포천 푸른솔의 파란 하늘에는 까마귀 떼가 분주히 날며 환영하고 동산은 물아래 잠겨 수산을 이뤄 마치 오늘의 승부를 예측 못 하듯 어느 산이 원래 자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진한 단풍은 덤입니다. 친구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유머에 재치를 더하고 익살과 해학은 나무속을 파던 딱따구리도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이어지는 우리들의 합창 “앞산의 딱따구리는 생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 저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 뚫네. 어랑어랑 에헤야 에헤야 디여 내 사랑아!” 승부는 딴전이고 즐거움만 가득한데 이미 서산에는 해가 기울어 내년을 기약합니다. 호일아! 올 한 해 수고 많았다! 이전 1 ··· 3 4 5 6 7 8 9 ··· 3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