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62) 썸네일형 리스트형 반찬가게에서(2024.11.08) 인근 건물 반찬가게에 목요일이면 실가리 된장국이 나오므로 간간 사옵니다. 어제 역시 어김없이 들렸는데 오랜 서초동 아짐 고객이 먼저 와 계시다가 손자를 준다며 한두 가지 음식을 골라 놓고 다른 상품을 보러 옆 슈퍼로 잠깐 가십니다. 몇 년 전 남편을 여의고 제 앞에서 눈물을 보여 짠하기 짝이 없었는데 요즘 기운을 차리고 예전의 웃음을 되찾으셨는데요, 기회다 싶어 계산을 미리 하고 왔더니 한참이 지나 감사의 인사가 왔습니다. 그간 우리 가게에 쌓인 정을 작지만 전달할 기회를 가져서 되려 제가 고마운데요. 그리하여 서초동 이웃 간 아름다운 인연은 계속됩니다. 금줄을 만들까(2024.11.07) 우리 어릴 때 동네에서 아기를 낳은 집에는 대문이든 사립문이든 위 양쪽으로 새끼줄에 숯이나 고추 또는 솔가지를 끼워 넣은 금줄을 걸었었는데요. 산모와 아기를 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경계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즘은 아이 출산도 드물고 더구나 출산과 조리를 위해 병원과 산후조리원을 거쳐 집으로 오니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서 사라져버렸는데요. 이번 겨울에는 제가 왼 새끼줄에 숯과 고추를 끼워놓은 금줄을 만들어 찬란한 내년 봄을 기다릴까 합니다. 새끼줄 꼬기는 해 보기는 했으나 아주 오래전 일이라서 조금은 어려울 듯싶은데 태어날 새 생명을 위해 도전해보렵니다. 죽음은 무순서(2024.11.06) 월남(강진) 이모는 저보다 위인 남자 형제 넷과 저보다 아래인 여 자매 둘을 두셨는데요. 이번에 둘째 형이 유명을 달리하시면서 남자 형제들 모두 이모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더니 1,2,3,4로 오셨다가 3,1,4,2로 바꿔버리셨습니다. 사는 동안 후회 없는 삶을 누리라는 속담이겠지만 이제 부모님 세대가 아닌 온전히 우리 차례가 되었으니 깊숙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찰하고 학습하고 비워내고 주변을 사랑하고 감사하면서 겸손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고(故) 이효덕, 이효동, 이효진, 이효율 형님을 생각하면서! 아루사루민과 겔포스(2024.11.05) 술을 먹는 횟수가 일주일에 서너 번을 넘는 저는 처음 배울 때부터 위장 보호를 위해 간간 위장약을 투입해왔습니다. 그것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처음에는 노루모에서 시작하여 아루사루민을 거쳐 지금은 겔포스를 애용하는데요. 어제는 약국에서 아무리 생각을 해도 겔포스가 얼른 떠오르지 않습니다. 별수 없이 젊은 여약사에게 아루사루민을 달라 했더니 자신은 전혀 모르는 약이라며 비슷한 효능의 약을 안깁니다. 아무래도 효과가 덜한 것 같아 밤을 새워가며 생각을 거듭했더니 비로소 겔포스가 떠오릅니다. 역시나 저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중외제약의 아루사루민은 2019년 9월 수익성 악화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도로 인프라 덕분에(2024.11.04) 서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홉 시 가게를 나서 12시에 광주광역시 봉선동에서 약속된 점심 식사 모임을 즐겁게 가졌습니다. 이어 이종 형님의 갑작스러운 부음에 전라남도 강진군 서성리 산림조합 추모관에서 조문과 함께 친지들과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한 후 일찍이 정해진 광주 친구들의 모임에 말미라도 참석하려 다시 광주로 내달렸으나 차편 연결이 여의치 않아 그냥 고속버스 편으로 서울로 향해 서초동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정각 24시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을 열다섯 시간 만에 해낸 것입니다. 올라오는 차편이 열차였다면 열두 시간에도 가능했을 일인데요. 우리나라의 우수한 도로 인프라 덕분입니다. 너무 바삐 움직이느라 영암 금정면 거리의 가을 대봉감 행렬을 눈에 담지 못한 게 조금 아쉽습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2024.11.03) 본인의 유지에 따라 지금은 절판된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다시 읽었습니다. 부처께서는 서른한 살에 설법을 시작하셨는데 스님의 이글들은 주로 삼십 대 후반 무렵 쓰셔서 사십 대 중반 무렵 공개하셨네요. 두 분의 깊이야 제가 감히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만, 무소유를 처음 읽은 2004년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대목에서 저와 생각을 같이하셨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회현상을 보는 눈이 아닌 마음 현상에서 두드러지는데요. 그것은 2004년 제가 처했던 상황과 2024년 지금의 상황이 다른데 기인할 것이며 또한 그간 20년 세월이 가져다준 제 나름의 성장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성장했다니 이 또한 잘난 체입니다. 어떤 축하인사(2024.11.02) 3년여 공실로 비어있던 상가 한 곳에 레브헤어라는 미용실이 자리를 잡아 모처럼 1층이 만석이 되었습니다. 과거 기준의 미용실이라면 여성 고객 위주일 것인데 며칠 지켜본 바로는 남자 미용사라서 그런지 파마머리를 하는 남자들만 보입니다. 홍삼 선물을 들고 젊고 잘생긴 미용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축하합니다. 그런데 부인께서 진주강씨라던데 여러 가지로 힘드시겠습니다.” 제 얼굴을 미소와 함께 쳐다보더니 “네! 바짝 엎드려 말 잘 듣고 있습니다.” 공사 시작 전 부인되시는 분이 인사를 와서 제가 자신과 종씨라는 사실을 알고 갔기에 가능했던 말도 안 되는 축하 인사였습니다. 야쿠르트 한 병을(2024.11.01) 가게 개업과 동시 찾아온 한국야쿠르트 아짐으로부터 야쿠르트 한 병씩을 배달받아 먹어왔는데요. 20년간 담당 아짐은 3번 바뀌었고 제품도 멀티비타 프로바이오틱스로 한 단계 고급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두 병씩이 배달되어왔는데요. 매일 마시지 못해 버려지는 게 반이 넘습니다. 반을 줄이면 아짐이 서운하실 터라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한 개는 저에게 배달하시고 한 개는 그날 거리에서 제일 불쌍하게 보이는 분에게 주시던가 아니면 가장 즐겁게 보이시는 분에게 건네시라고 했습니다. 물론 금액은 지금처럼 하루 2병 값을 청구하시라고 하면서. 일단 아짐께서도 그렇게 하시겠다니 아깝다는 생각 하나를 지웠습니다.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