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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버릇이(2024.11.29) 술자리에서 나대며 말이 많아지는 큰 흠 외에 요즘 또 하나의 바람직하지 않은 버릇이 늘었습니다. 그것은 손아래 상대에게 반말을 하는 일입니다, 물론 친근함의 발로이며 가려가며 한다고는 하지만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손아래여도 다들 60을 넘거나 경계에 있는 나이들인데 옆에서 보기에 썩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소 가까운 손위분들께도 나름 다정함을 표출하기 위하여 중간말을 잘 사용하는데요. 반말과 중간말이나 예의를 중요시하는 분들께는 피장파장일 것입니다.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유의하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아예 술자리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생활바보 만세(2027.11.28) 다른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일들이 생활 바보인 제가 포진한 우리 집에서는 사건이 되고 기적이 됩니다. 새로 설치한 샤워기가 바로 얼굴을 직사한다며 다시 교체할 때까지 그냥 손으로 잡고 하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가 거치대 부분을 손으로 살짝 누르니 그게 돌아가 고개를 숙여 알맞은 위치가 됩니다. 애엄마가 간과한 부분입니다. 너무나 자랑스러워 일부러 그 상태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가게에 있는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찌 그것을 알아냈느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별일 다 있다!”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ㅋㅋㅋㅋ 제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입니다. 바보도 간간 기적을 연출합니다. 즐겁습니다. 기쁩니다. 바보 강남석 만세이!
첫눈이 왔으나(2024.11.27) 첫눈치고는 제법 많이 내린 덕분에 곳곳이 하얗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경계선의 날씨 탓으로 눈과 비가 섞어 내리면서 첫눈 내린 날의 감흥을 앗아갔습니다. 눈이 내리는 출근길에 비를 피해 우산을 써야 했으며 녹다 말다를 반복한 길은 아주 엉망진창이 되어 신 사이로 물이 들어와 양말을 적시고 발끝에 살얼음을 안깁니다. 한번 발을 잘못 딛으면 여지없이 넘어질 정도로 모든 길이 미끄럽습니다. 덕분과 탓이 혼재한 첫눈에 몇 번의 위기를 기우뚱 좌우뚱 넘기고 아슬아슬 도착한 가게에서 신과 양말을 여벌의 것으로 갈아신으며 오늘 하루 일상을 시작합니다.
지하철로 출근(2024.11.26) 추위를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이사하고 처음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정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초역에서 타서 한 정거장을 지난 교대역에서 3호선 환승 거기서 한 정거장을 더 가 남부터미널역에 내려 가게까지 걸어옵니다. 소요시간 25분에 1,730보를 걸었습니다. 평소 걸었을 때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은 25분 똑같습니다. 다만 걷기는 800여 보가 더 많은 2,500보. 지하철을 이용해서 얻는 소득은 오늘의 경우 비를 덜 맞는다는 거라도 있지만 다른 날의 경우는 걸음걸이 수가 줄어드니 오히려 손해입니다. 역시 저의 숙명은 걷는 데 있습니다. 걷자! 걷자! 오늘도 내일도!
마지막 승부를(2024.11.25) 올해 마지막 결전을 위해 모여든 포천 푸른솔의 파란 하늘에는 까마귀 떼가 분주히 날며 환영하고 동산은 물아래 잠겨 수산을 이뤄 마치 오늘의 승부를 예측 못 하듯 어느 산이 원래 자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진한 단풍은 덤입니다. 친구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유머에 재치를 더하고 익살과 해학은 나무속을 파던 딱따구리도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이어지는 우리들의 합창 “앞산의 딱따구리는 생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 저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 뚫네. 어랑어랑 에헤야 에헤야 디여 내 사랑아!” 승부는 딴전이고 즐거움만 가득한데 이미 서산에는 해가 기울어 내년을 기약합니다. 호일아! 올 한 해 수고 많았다!
생활교육을 받고(2024.11.24) 거실에서 잠시 쉬는 제 앞에 이틀째 두루마리 화장지 봉지가 놓여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애엄마의 질문이 시작됩니다. “저걸 보고 아무런 생각이 없느냐?” 생각이 있을 리 없는 제가 대답을 합니다. ”화장지가 뭔 생각을 한당가?“ 바로 한 소리가 나옵니다. ” 그래서 바보 소리를 듣는 거야. 옆 수납장에 넣어야지. 언제까지 그대로 둘 거냐?“ 네! 이런 정리정돈도 가끔 저의 일로 인식해야 하는군요. 이사이래 쓰레기 분리수거만 열심히 하고 있는데 화장지 정리도 저의 일입니다. ” 당연히 잘하겠습니다. 충성!“ 이어서 또 하나의 생활교육이 시작됩니다. 온수와 난방을 조절하는 작동방법입니다.이건 너무 쉽습니다. 진작 배울 걸 요즘 좀 추웠는데.
아침식사는 정상을(2024.11.23) 돈바바 아짐사장께서 퇴원을 하셔서 저의 아침 식사는 정상을 되찾았으나 이번에는 아재 사장께서 3일째 아침잠에 푹 빠지셨습니다. 항상 씩씩하게 저를 반기시던 분인데 그간 사모님 병간(病看)이 무척 힘드셨을 것입니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이 몰려오는 순간입니다. 치매 어머니 옆에서 꼼짝없이 10여 년을 함께하시며 온갖 일을 다 겪으셨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정말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셨음에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궁색한 저는 마음속으로 그간 술주정으로 어머니를 괴롭혔던 업이려니 생각하시라고 뭉개고 말았는데요. 같이 공감하고 위로를 해드렸어야 했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들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아버지! 겁나게 미안했습니다. 용서하세요!“
전국 꼴찌가(2024.11.22) 인삼공사의 야심작 혈당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제품 GLPro가 출시 2주 만에 1만 세트 판매를 돌파하는 등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동시에 매장간 경진대회가 진행 중이면서 100개 이상을 판매한 매장이 여럿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고객을 상대로 열심히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덕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단 한 번 알려주는데 그친 저는 희동친구에게 딱 하나 판매한 게 전부여서 전국 꼴찌를 달리고 있습니다. 작은 폐라도 끼치지 않으려는 저의 성품 탓과 하루하루를 안일하게 보내는 저의 일상에서 빚어지는 결과입니다. 정년과 은퇴라는 단어 둘이 왔다 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