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79) 썸네일형 리스트형 긴 장마에도(2024.07.21) 비가 오든 말든 대추나무 대추들은 추석을 향해 달려가고 해가 뜨든 말든 석류나무 석류들도 이제 제 자리를 잡아가고 달이 뜨든 말든 아침의 달맞이꽃들은 수줍은 미소로 기다리고 손님이 있든 말든 여의도 홈마트는 오늘부터 장사를 접고 바람이 불든 말든 모감주나무 열매들은 스스로 머물거나 떠나고 고기가 물든 말든 한강 낚시꾼의 기다림은 낚싯줄 길이 만큼 길어갑니다. 순간포착 갈매기똥(2027.07.21)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아침 걷기의 막바지 동작역 인근 다리에 이르자 앞에서 오던 붉은 해병 셔츠의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양팔을 들어 올리고 양발을 꺾어 양 팔자 춤으로 휘청거리시더니 이내 우산을 들어 가로등 위의 갈매기 둘을 향해 소리를 지르십니다. 걸어오시다 갈매기들이 내지른 똥에 정통으로 맞으신 것입니다. 막강 해병을 건드린 갈매기 한 마리는 아는 듯 모르는 듯 할아버지 위를 또 한 바퀴 선회합니다. 분노 가득한 해병전사를 제가 달랩니다. 백만분의 일에 해당하는 큰 복을 받으셨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래도 화가 덜 풀린 할아버지. “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갈매기 똥을 맞을 뿐이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2024.07.20) 광주의 친구 인기로부터 책 한 권이 배달되었습니다. 일본 노인들이 삶에서 겪는 소소한 애환들을 짧은 글로 표현해 공모전에 출품 입선한 작품들을 소개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란 책입니다. 내용은 단체카톡방들을 통하여 읽은 바 있어서 조금 알고 있었으나 다시 읽어도 하나하나에 고개가 끄떡여지고 때로는 웃음과 슬픔이 교차합니다. 지금 제가 겪고 있고 또 앞으로 충분히 겪어야 할 일들이어서 더욱 공감이 가는 글들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앞뒤 구별이 간간 어려운 점을 표현하고자 함인지 보통의 책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데 이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도록 편집을 했네요. “경치보다 화장실이 신경 쓰이는 관광!”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비(2024.07.19) 시대가 무상하게 변화하니 이제는 비마저도 선택과 집중을 합니다. 여의도 집에서 한강을 걸어 동작역에서 다시 전철로 이동 이곳 서초동까지 오는 데 여의도 다르고 노량진 다르고 동작대교 인근 다르고 서초동 다름을 여러 번 경험합니다. 올해 들쭉날쭉 심술 장마에 전국 여러 곳에서 비 피해가 보고는 되지만 중국에서의 기후 재앙만큼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이 또한 이웃인 중국, 일본 등에 반해 우리 조상님들께서는 착하게 살아온 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을 거울삼아 저는 또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그 답이 바로 나옵니다. 항상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영혼을 맑게 가져가고 겸손과 감사의 삶 바로 그것입니다. 누가 앉을까요?(2024.07.18) 이번에는 지난 일요일 조문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 각자 갔던 가는 길과 달리 광주송정역에서 애엄마와 처제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함께 열차에 오릅니다. 둘이 앉게 놓여 있는 좌석에 누가 함께 앉을까요? 세 경우가 있습니다. 애엄마와 저, 저와 처제, 애엄마와 처제. 당연히 애엄마와 제가 같이 앉았을 거라고 하겠지만 땡! 틀렸습니다. 제가 열차 내에서 시끄럽고 촌스럽게 군다고 애엄마가 같이 앉기를 거부하므로 자연스럽게 저와 처제가 자리를 같이합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일반석임에도 평일 밤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많아 애엄마는 평소처럼 혼자 앉을 수 있었고 저도 자리를 옮겨 셋 다 두 좌석씩 차지했습니다. 다소곳한 저를 잘 만들어 다음에는 애엄마 곁에 앉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성하의 계절이(2024.07.17) 한두 마리에 그치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매미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함께 울음을 터트려 여의도가 본격적으로 성하(盛夏)의 계절로 돌입했음을 알립니다. 한편 예보와는 달리 큰비가 다른 곳에 머무는지 한강에는 여유만이 잔잔히 흐르고 하늘은 아직 기회를 노리는 듯 무섭게 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간밤 동작역까지 날아온 갈매기 형제 세 마리는 가로등 위에서 돌아갈 자리를 엿보고 있습니다. 어서 떠나세요. 거기는 귀하들이 머물 자리가 아니에요. 이른 새벽 병상(病床)의 웅렬이와 전화 통화로 건재를 확인하고 얼른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 7월 17일 수요일을 시작합니다. 열차 방송 사고(2024.07.16) 광주 조문울 위해 수서역에서 올라탄 열차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도 없이 그대로 달립니다. 그러려니 하는 사이 동탄역에서도 슬그머니 서고 가고를 반복합니다. 정신 차리고 밖을 보고 있어야 내려야 할 역을 안 놓치겠구나 싶었는데 천안아산역에 이르자 화면과 방송이 동시에 도착한다는 멘트를 정상적으로 내보냅니다. 안심하고 눈을 살짝 붙였는데 갑자기 열차가 동탄역에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자는 사이 천안아산역에서 방향을 바꿔 다시 서울로 향하고 있을까요? 깜짝 놀랐는데 다른 손님들은 미동도 없습니다. 곧 잘못 나갔다는 육성방송이 흘러나오며 열차는 공주역 도착을 위해 서행합니다. 열차 타면서 겪기 드문 경험을 한 날입니다. 더위를 견디며(2024.07.15) 집에서 혼자 있을 때나 잘 적에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에는 손이 가지 않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저만을 위한 에어컨 가동은 일절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비단 경제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고 어릴 적부터 몸에 밴 헝그리정신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 진일보해서 가족 중 누구라도 같이 있으면 기꺼이 켜는데 동의하고 제가 스스로 먼저 가동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방으로 가 혼자가 되면 다시 온몸으로 더위를 견뎌내는데요. 지금 거처하는 아들아이 방에는 흔한 선풍기마저 없어서 어떤 날은 땀에 흥건합니다. 그러면서 하루도 못갈 “나에게 투자하는 일을 아까지 말자!” 다짐합니다.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3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