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63) 썸네일형 리스트형 러닝셔츠를 벗을까요(2024.08.06) 저는 소위 난냉구라 불리는 하얀 러닝셔츠를 사시사철 단 하루 단 한 시간도 빠짐없이 입고 지냅니다. 그것도 민소매가 아닌 반 팔로요. 특별히 예의를 갖추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필요도 못 느끼는데 그저 반복적 습관적으로 입게 됩니다, 겨울이야 보온효과라도 있겠지만 지금같이 여름이 한창일 때는 양어깨를 누르는 더위를 가중시켜 밖으로는 김이 나올 지경이고 안으로는 땀에 흠뻑 젖어 짜내야 할 정도입니다. 과감하게 벗어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더위를 좀 덜 느끼게 되나요? 겉옷 한 장으로는 몸의 곡선이 다 드러나니 좀 부끄러운가요? 순서를 기다리는 서른 장의 러닝셔츠들을 어여삐 여겨 그대로 계속 입어야 할지 일단 오늘을 기점으로 며칠 벗고 지내보렵니다. 영매의 출현(2024.08.05) 간밤 비몽사몽 간에 영매(靈媒)의 깜짝 출현이 있었습니다. 지난번 서랍을 열고 지갑 두 개를 들고 간 사람에 대한 언급입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더구나 아직 어린 아가씨였으니 그럴 수밖에. 한번은 이른 아침 제가 도움을 줬고 한번은 며칠 후 다시 와서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길게 끌고 갈 인연은 아닌 것 같아서 자력으로 해결하라고 돌려보냈던 아이입니다. 물론 언젠가 다시 올 것이라는 예감은 들었으나 스스로 도움을 창조하는 방법일 줄 몰랐습니다. 사실 일을 해결한답시고 이리저리 신고하고 CCTV를 돌려서 특정한들 없었던 일처럼 돌아가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잊었는데요. 어떤 연유로 점 찍어 주시는지 모르겠으나 또한 불필요한 억측일 수도 있어 다시 잊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2024.08.04) 보통의 사람들은 언론 매체 출현이 빈번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을 빼고는 아는 사람을 텔레비전에서 접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 1974년 목포고등학교 3학년 2반을 함께했던 조승원 친구가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온다는 동창회의 예고에 본방은 놓쳤으나 며칠이 지난 어제 아침 재방에서 반갑게 만납니다. 거기서도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깊이와 정감이 가득한 이야기로 여전히 선생님입니다. 내친김에 전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장된 번호가 017입니다. 오래전에 통화한 적이 있었는데 이리 세월이 흘렀을까요? 주저할 수는 없어 017을 010으로 변환하는 원칙을 기억해내고 즉각 적용합니다. 7을 0으로 하고 4를 추가합니다. 매미 잔해(2024.08.03) 계절이 8월 초에 접어들자 여름과 무더위가 그 절정에 이른 가운데 새벽 매미 울음이 자지러진 한편 한쪽에서는 자연 수명을 다하고 죽어가거나 숨을 거둔 매미 잔해를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짧고 굵게 사는 사명을 다했으니 기뻐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지구상의 생물 중 사람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노력을 다하고 그 터전 위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을 견인하고 더불어 수명 또한 계속 늘려왔을지 모릅니다. 어느 선에서 만족하고 그칠까요? 전설 속 동방삭의 나이까지? 글쎄요! 현재 사회 해결이 어려운 제 문제들 역시 사람의 수명이 너무 길어져 빚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전화번호 외우기(2024.08.02) 탁상 달력에 음력으로 지내는 저와 애엄마 생일 두 곳을 양력으로 찾아 이름을 써두었습니다. 마침 8월이 되자 한 장을 넘긴 달력의 8월 17일 제 이름을 본 딸아이가 호기심에 자신의 생일 달을 넘겼으나 아무런 표기가 없자 저에게 남긴 카톡 “엄마 생신도 표기해두셨길래 기대하며 12월로 넘겼더니 아무 표기도 없드만!” 시무룩 이모티콘. 그리고 스스로 결론 “ 내 생일은 양력이라 알아보기 쉬워서 그러셨겠지, 하고 정신승리 ㅎㅎㅎ!” 맞습니다. 그런데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딸아이 전화번호 외우기에 들어갔습니다. 숫자 배열의 특징을 잡아내고 옮겨쓰기 몇 번 끝에 성공했습니다. 잠시나마 애비 노릇을 한 느낌입니다. 점심식사가 가져온(2024.08.01) 점심을 위해 건물 내 음식점에 들어선 순간 잘 알고 지내는 서초동 아짐께서 남편인듯한 분과 함께 식사 중입니다. 제가 음식값을 먼저 계산하고 싶었으나 같이 계신 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엉거주춤 앉아 돌솥비빔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아짐이 제 어깨를 치며 남편이 제 밥값까지 내셨다고 합니다. 아하 이런! 제가 헛생각에 선수를 빼앗겼습니다. 벌떡 일어나 남편분께 공손하게 인사를 올립니다. 저보다 훨씬 젊고 잘 생기셨습니다. 아아! 님은 제가 쌓을 공덕 하나를 앗으셨습니다. 다음에 되받아올 기회를 주시옵소서! 엘리스파이 10주년(2024.07.31) 오늘은 애엄마 사업인 엘리스파이 창업 10주년 기념일입니다.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상 특별한 행사가 있을 리 없으나 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꽃바구니 하나에 제 마음을 담습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갖자는 기치 아래 그간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날이 무릇 기하(幾何)이며 아이들의 안정된 장래를 만들려는 숭고한 노력이 또한 무릇 기하이며 직원과 그 가족들의 안위를 염려함이 무릇 기하이며 유지와 발전이라는 명제 앞에 머리를 싸맨 날이 무릇 기하이뇨! 덕분에 얹어서 편한 삶을 사는 저로서는 그저 감사하고 때로는 염치없음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엘리스파이여 영원 하라! 김희원 만세! 한강의 비둘기(2024.07.30) 한강 동작역 인근 갈림길에 터를 잡은 비둘기들이 그 앞으로 다가서도 단 한 마리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간의 학습으로 체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기해서 사진으로 남기려 스마트폰을 들이밀자 잠시 뒤로 후퇴하는 듯하다가 이내 다시 제 주위로 모여듭니다. 이어 발걸음을 옮기자 모두 종종걸음으로 저를 따라옵니다. 흡사 제가 비둘기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느낌입니다. 아하 긴 장마에 먹이 찾기가 힘들었던 비둘기들이 저더러 뭔가를 내놓으라는 눈치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우산 하나가 전부인 제가 모른 체 그냥 앞으로 나아가니 알았다는 듯 일제히 걸음을 멈춥니다. 오늘은 비둘기와 교감을 나눴으니 저도 비둘기입니다. 구(鳩)구(鷗)구(龜)구(狗)!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3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