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79) 썸네일형 리스트형 우리 집 이사(2024.09.07) 가노라 여의도야 다시 보자 한강수야 아침길 동무하던 왜가리도 잘 있거라 시절이 바뀌고 나면 다시 올까 하노라 엄니! 내일부터 동작역에서 문안 인사를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없더라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셔요. 오늘 우리 집은 여의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합니다. 엄니랑 살면서 열 번의 이사를 하였는데 저에게 짐 하나 나르는 일을 시키지 않으셨는데요. 애엄마 역시 오늘 저랑 살면서 열 번째 이사인데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짐 나르는 일을 원치 않아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한강길을 걸어오며 주변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사가 끝나는 저녁 무렵 집이 어디인지 물어서 들어가렵니다. 아부지랑 실가리국에 아침 진지 잘 드시고요. 저는 이제 추석날 찾아뵙겠습니다. 팔레스타인과 비긴(2024.09.06) 서열 23위가 96위 약체를 만났으니 더구나 상대는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으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팔레스타인 아닌가? 기량이 월등한 우리 선수들이 가볍게 잡아낼 것이니 나는 간간 선수교체를 하는 탁월한 전술을 보여주면서 벤치에 가만히 앉아 즐기다가 경기 후 예전의 가오를 되찾으면 된다. 내가 누군가? 10년 전에도 월드컵을 이끌었던 나 홍명보 아닌가? 그러나 어쩌랴! 다득점 승리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쉽게 골은 안 터지고 간간 역습에 시달리는 아찔한 순간까지 있었으니. 데뷔 첫 승에 월드컵 3차 예선 첫 승은 날아갔고 남은 것은 비난과 야유뿐. 그래도 어떻게 잡은 자리인가? 으짜든지 버티다 선수들이 오만을 잡으면 다시 오만해져야지! *그리하여 오늘 새벽 무궁화도 울었다 대통령 말씀(2024.09.05) 물가는 안정되고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각하의 말씀과는 달리 요즘 아침 식사를 하는 우리 동네 음식점의 자리는 한 둘이 앉아 숨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인근 회사의 직원들, 공사현장의 인부들, 시내 청소를 끝낸 미화원들이 모여 흥겨움이 잔뜩 묻어나는 지리였는데요.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하시는 아짐 사장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시고 염려가 깊게 베여있고, 늘 저에게는 국을 두 개나 해주시는데 이거 참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 하더라도 웬만큼 현실에 맞는 이야기를 하셔야지 딴 나라에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굳건하게 2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시니 그 또한 대단하십니다. 두 황신혜 양(2024.09.04) 살결이 고운 여성 고객이 결제하라고 내민 카드의 이름이 황신혜입니다. 일고의 겨를도 없이 바로 튀어나옵니다. “아따 황신혜 씨보다 훨씬 더 곱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황신혜이면서도 해맑은 웃음으로 즐거워합니다. 당연히 탤런트 황신혜를 떠올렸을 것일 텐데요. 자세히 쳐다보는 제 눈에는 사진이나 그림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탤런트 황신혜 씨보다는 앞으로 저희 가게의 우수고객으로 자리할 지금 제 앞의 황신혜 양이 훨씬 더 예뻐 보입니다. 이름이 같아서 잠시 함께 웃었던 한 장면인데요. 인터넷에 강남석을 쳐보면 변호사 강남석과 세무회계사 강남석 두 분이 자리하고 있는데 홍삼 장사 강남석 저는 “양정 강남석의 일상”을 쳐야 겨우 보입니다. 화요일 추석(2024.09.03) 금년 추석은 9월 17일 화요일입니다. 좌우 어느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한, 즉 대체공휴일이 필요 없는 완벽한 날의 한가위를 즐기시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곡(哭)소리가 절로 나왔으니. 주위가 온통 오피스 건물인 우리 같은 가게의 경우는 한창 매기가 많을 추석 3일 전인 14,15,16일이 모두 공휴일이라 사무실 공동화 현상에 직면하게 됩니다. 반면 그 수요는 인근 백화점이 흡수하고 아파트 단지나 마을 가운데 있는 매장으로 일부가 흘러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모두 공휴일이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평일이 휴일 같고 휴일은 더 평일 같습니다. 아버지 졸업장(2024.09.02) 아버지께서는 일찍 할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와 형들 밑에서 어렵게 자라 공식적인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입니다. 15리를 훨씬 넘는 등굣길에 허기를 못 이겨 길가에 쓰러진 아버지를 지나가는 이웃 동네의 어른들이 지게에 져서 학교까지 데려다주면 담인 선생님께서 당신의 도시락으로 끼니를 채워 주셨다는 말씀을 저 어릴 적 간간 들었습니다. 그 후 독학으로 여러 곳 시험에 합격하여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셨는데요. 당시 아버지 혼자 공부했던 책 가위가 너덜너덜한 “힘 앎”이라고 제목을 붙인 책을 강진 큰댁에서 본적이 있는데 아마 물리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져올걸!) 아버지로서는 대단한 성취였는데 아들인 제가 몰라줬으니 희망의 9월 1일(2024.09.01) 어제 그러니까 음력 7월 28일 한강 여의도 지구에 들어서자 저의 왼쪽에 뜬 그믐달이 동무해서 같이 가자며 옆서거니 앞서거니 하면서 따르다가 한강 철교를 들락날락하는 묘기까지 선보였는데요. 정작 자신의 날인 오늘 7월 29일 그믐날에는 구름에 가려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저의 서운함을 달래려는 듯 구름 사이 터진 틈으로 얼굴을 내민 별 하나가 음력으로는 지는 날이지만 양력으로는 뜨는 9월 1일 새달이 밝았음을 알립니다. 유례없는 무더위와 간헐적인 소나기에 우리 모두 힘들었던 8월이 드디어 물러갔습니다. 아침에 부는 선선한 바람은 가을도 곧 우리 앞에 있음을 알립니다. 희망의 초승달을 기다리며 전국에서 제일 먼저(2024.08.31) 8시도 덜 된 아침 시간 어제 주문한 상품을 카트에 잔뜩 싣고 배송기사께서 들어 오십니다. 낯이 익지 않아서 “처음 오셨나요?”라는 인사를 건넸더니 전에 한 번 왔었다면서 “정관장 남부터미널역점이 전국 매장 중 제일 먼저 문을 열고 일을 시작한다”라고 모든 배송 기사분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면서 그래서 가장 먼저 들리게 된다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항상 7시 전에 가게에 나와 저의 개인적인 일상과 더불어 하루를 시작하는데요. 어떤 특별한 매출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이른 아침 생각을 정돈하는 글을 읽거나 쓰는 등 흐트러지지 않은 삶을 위한 방편입니다. 그러나 오후 5시가 넘어가면 또 다른 변신을 하게 되니!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