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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밤 채취(2024.10.08) 우면산 다람쥐와 청설모들의 아우성이 받아들여져 드디어 서초구청이 나섰습니다. 떨어진 밤 한 톨이면 입안 가득히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을 그걸 모두 주워 가을을 독차지하려 했던 분들을 저도 세 분이나 보았으니 그분들이 보따리 가득 가져갔을 양이면 다람쥐 몇 가족의 올겨울 나기가 한결 수월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분이 채취에 나섰으면 당국까지 걷어붙이고 나섰을까요? 조선 초기 국가에서 기근에 대비해 서리들에게 도토리까지 거둬들이게 했던 세월에 비하면 진일보는 했습니다만, 그런데 근처에 같이 떨어진 잣은 왜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습니다.
홍구 생일 축하(2024.10.07) 아들 홍구의 36회 생일을 앞두고 우리 애엄마의 자랑 사위 오서방까지 가족 다섯이 축하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도 꽃다발을 준비하여 언제까지 우리 차지가 될지 모를 아들아이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아끼고 순수하게 계속 정진(精進)하기를 마음속으로 바랍니다. 애들이 성인이 되면서 저를 배려했던 식사메뉴가 임산부인 딸아이 중심으로 확 바뀌었습니다. 당연히 술 대신 사이다 콜라가 중심에 놓이고 리조또, 봉골레 등 발음조차 힘든 음식이 일부는 차례로 일부는 함께 나옵니다. 저는 그저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분위기를 돋웁니다.
현수막을 주문(2024.10.06) 친구의 성취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를 계획하면서 즐거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현수막 부착을 결정했습니다. 한 곳에 문의하니 시안, 디자인, 출력, 어쩌고저쩌고하면서 10만 원을 달라고 합니다. 몇 번의 경험이 있는 터라 기존의 디자인에 제가 불러주는 글만 바꿔 넣으면 될 것을 그리 비싸게 받느냐고 생각해보겠다고 끊었습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일반적인 가격과 차이가 나더라도 두 배 수준인 오만 원 정도면 기꺼이 맡겼을 것을. 다른 곳으로 주문을 하고 난 한참 후에 그 업체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마음에 걸린다고 하길래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 이해한다며 다음에 보자고 했습니다.
코스모스를 보고(2024.10.05) 지난달 안성의 양성 산야에서 만난 코스모스 꽃이 저의 마음을 확 잡았는데요. 바로 다음 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떤 우주의 기운이 끌어당긴 필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720페이지에 이르는 긴 글을 읽는 내내 제가 최근 몇 년 천착한 금강경과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금강경에서는 어제의 일도 잡을 수 없고 오늘의 일도 잡을 수 없으며 미래의 일도 잡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는 그 모든 것이라 이름합니다. “없다”와 “있다”로 구별되는 것 같아도 묘하게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종교와 과학이 인류의 공영(共榮)이라는 목표에는 서로 다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코스모스-칼 세이건(Cosmos-Carl S..
골프도 접을까(2024.10.04)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빈약한 운동신경을 가진 저로서는 억지로라도 배워서 유일하게 하는 운동인 골프 95타 정도의 실력 유지를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 연습은 필수적이며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기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낡은 연립으로 이사가 빚은 3주간의 연습 공백은 지난 30일 안성 포웰cc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공이 산이 앞에 있으면 산으로 가고 숲이 있으면 숲으로 가고 물이 있으면 물로 들어갑니다. 눈 앞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은 병풍 속의 그림입니다. 그렇다고 상시 연습장 등록은 비용에 반해 몇 번 이용도 못 할 게 뻔하므로 요원하고요. 이 기회에 접어버리라는 충동이 유혹 중입니다.
책상 이야기(2024.10.03) 책상 앞에 앉아야 비로소 책이 보이는 그런 어릴 때부터의 습성으로 집에서도 책상이 필요한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자신들 책상을 따로 가지면서 제 책상을 놓을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모두 저금 나갔으니 이사 온 집에서는 따로 둘만도 한데 집에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니 그 또한 사치일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가게에는 책상이라 명명할 수는 없으나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세 곳이나 있으니 이곳저곳 옮겨가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 걷기를 생략하고 책 읽기를 선택했는데 집중도 잘되고 사고도 유연합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이명 할아버지(2024.10.02) 할아버지 한 분이 귓속에서 소리가 들려 몇 병원을 들렀으나 신통치 않다며 확실하게 잡을 홍삼을 추천해달라 하십니다. 홍삼 역시 치료제는 아니어서 쉽지 않고 다만 몸을 정상으로 바로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씀과 함께 우선은 그 소리와 친해지라고 권했습니다. 이명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간간 칭찬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잊고 있으면 어느 날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없을 것이라고, 할아버지께서는 건강하시니 반드시 이겨내고야 말 것이라고, 용기를 마구 북돋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얼굴이 확 밝아진 할아버지께서 바로 힘이 난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힘차게 나가셨습니다
쉽지 않은 책 고르기(2024.10.01) 이사를 며칠 앞둔 지난달 애엄마가 짐을 줄이기 위해 버리고 갈 책을 고르라고 합니다. 당연한 지시라서 쭉 훑어보았는데 단 한 권도 버리지 못하겠습니다. 이러다가 또 지천을 들을 것이므로 관점을 바꿔 가지고 갈 책을 선택하기로 정하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양고전 몇 권과 읽으면서 영혼과의 교감이 컸던 책으로 한정하여 50여 권으로 추려집니다. 거기다 부득이하게 버리지 못할 사정을 간직한 20여 권. 여기서 다시 한번 볼 의향이 있다는 기준을 추가하면 약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나 무슨 생각인지 애엄마가 일단은 모두를 옮겨가자고 합니다. 다들 따라는 왔으나 다시 볼 수 있을 책이 실제로 얼마나 되려나요? 일단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추켜듭니다. 도서 리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