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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을 훑다가(2024.09.22) 요즘 공원이나 건물 화단의 가장자리 또는 길 주변에서 맥문동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마침 올해는 날이 계속 더웠던 터라 꽃과 열매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서초동 남부터미널 주변에서 만난 맥문동 꽃대 하나를 호기심이 발동하여 밑에서부터 위까지 꽃과 열매를 쭉 훑었는데요. 마주한 손가락들이 무척 따갑습니다. 혹시 벌레가 숨어 있었을까 살폈더니 꽃과 열매를 받치는 꽃받침(?)이 가시 너덧 개로 이루어져 그게 버티면서 손을 찌른 것입니다. 상처를 낼 정도는 아니어서 물로 씻어내니 금방 가셨습니다만 동물들의 보호색 비슷한 장치가 아닌가 생각되어 경이로웠습니다.
비로소 가을(2024.09.21) 갑자기 10도 이상 떨어진 새벽길 마침 내리는 비까지 더해져 노출된 팔에 추위까지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30도를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니 계절이 바뀌는데 딱 하루면 충분하네요. 입추, 처서, 백로가 무색해지고 내일 추분만이 온전한가요? 저보다 더 많이 사신분도 덜 사신분도 미증유의 긴 여름과 긴 더위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이처럼 덥다면 또 어찌 보낼까 미리 염려하시지 말고 그저 오늘 다가온 가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가로수 은행들이 길에 떨어져 오는 가을을 반기고 추석 상에 오르지 못한 밤들도 무장애 숲길에 몸을 던져 존재를 알립니다.
애엄마 생일(2024.09.20) 홍구 엄마! 생일을 축하합니다. 저를 만나고 36번째니 그간 여러 세월이 지났습니다. 하늘도 이를 축하하여 마침 단비를 내리고 오늘을 기하여 더위도 가져간다 하니 당신의 생일은 우리 가족의 기쁨인 동시에 우리 국민의 기쁨이며 여러 나라 백성들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따로 정한 바도 없었는데 홍구는 케이크를 준비하고 저는 언제나처럼 꽃다발을 그리고 송은이는 미역국을 끓였으니 이 또한 당신의 기쁨입니다. 송은이 미역국 솜씨는 이제 엄마의 맛에 근접하고 아니 능가하여 내년 엄마라는 호칭을 얻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습니다. 이 또한 당신이 부른 큰 덕이옵니다. 감사합니다. 김희원 만세!
어른은 어른다워야(2024.09.19) 어른이 어른스러워야 대접을 받고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위계질서라는 아름다운 서열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 딸 또래의 아가씨 손님이 홍삼을 여러모로 살피며 신중하게 골라서 어디 선물하려고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 물었더니 예비 시댁으로 바구니에 여러 과일을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보냈는데 하필 밑에 깔린 과일이 짓눌렸나 봅니다. 풀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일 터이니 받는 쪽에서 그러려니 넘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시어머니 되실 분의 이런 걸 보냈다는 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왔답니다. 그리하여 별수 없이 다시 홍삼 선물을 직접 들고 가겠다고 합니다. 뭐라 위로의 말을 딱히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2024.09.18) KIA 타이거즈의 2024 정규시즌 우승을 축하합니다. 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호남을 연고로 하는 타이거즈의 성적은 당시의 정치 상황과 반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암울했던 80년대 호남인의 정치적 분노를 야구장에서 달래고 울분을 토하면 해태 타이거즈의 방망이가 이에 덩달아 호흡을 같이하며 펄펄 날았는데요, 세월이 흘러 2024년 아직도 5,18을 왜곡하고 호남사람을 폄훼하는 거짓 기사와 글을 태연하게 생산하고 올리고 퍼 나르는 행태가 계속되자 기아 타이거즈의 방망이가 응징에 나섰습니다. 거침없이 정상을 향해 질주하더니 마침내 민족의 명절 추석날 보란 듯이 1위 자리에 등극했습니다. 초보 이범호 감독의 리더쉽과 선수들 모두의 단합된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순서를 바꾼 올 추석(2024.09.17) 올해는 차례와 성묘의 순서를 바꿨습니다. 이사를 하고 첫 명절이라 저처럼 집을 찾으시는데 어려울 거라 새벽같이 집을 나서 동작동 현충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걸어서는 1착으로 충혼당의 부모님께 그간 집안의 여러 일을 고하고 절을 드렸습니다. 이어서 차례로 옆집인 정화네 부모님과 아래층의 상용이네 형님, 성업이 부모님, 이웃인 제2 충혼당의 홍국 형네 부모님과 김창규 회장님을 뵙고 정성스레 절을 드리고 나오니 아침 7시도 덜 된 시간입니다. 아하! 전국에서 몰려든 성묘객들 차량으로 주차장은 벌써 만차입니다. 들어가고 나가기를 모두 순위 안에 들었으므로 앞으로의 좋은 일 즐거운 일 모두 순위 안입니다. *김정화 320145 *나상용 103129 *양성업 118131 *이홍국 506423 *김창규 502225..
추석 전날의 아침(2024.09.16)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한 음력 8월 14일 추석 전날의 아침입니다. 애엄마가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서 저는 그분의 심사를 헤아리며 조마조마 길 안내를 아이들은 뒷좌석에 앉아 평소보다 몇 배나 걸려 목포에 내려가는 가장 바쁜 날이었는데요. 결혼 후 첫 명절인 딸 내외는 일산 시댁에 갈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저는 당연히 들려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을 피력해 본 적은 없습니다. 며칠 전 바깥사돈께서 아이들 오지 말라고 했다는 말씀을 전화로 저에게 알려주셨는데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세대의 명절 풍습은 우리 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하니 아이들 나름의 사고나 행동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이사와 일주일(2024.09.15) 이사와 일주일을 꼬박 지나자 저의 집을 찾는 어려움은 없어졌고 이곳저곳의 가게 이름도 제법 눈에 들어오는 등 새 동네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또한 애엄마의 못질, 붓칠, 드릴 작업 등으로 비록 겉은 낡았으나 안은 새집으로 거듭나고 있고요, 세간들도 차츰 자기 자리를 잡아서 목표로 하는 추석날 아침 차례상 준비에는 문제가 없겠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여기서 살지 모르겠으나 우리 둘 사는 집 단장에 애를 쓰는 애엄마가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만약 저에게 맡겼다면 오는 날 있던 그대로 가는 날까지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하는 일 하나는 있어야 안 쫓겨날 것이므로 오늘은 쓰레기 분리수거에 나서렵니다. *추석 연휴 분주해야 하는데 *오늘 서초동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