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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하루 현충원(2025.01.02) 2025년 을사년 정월 초하루 동작동 현충원의 하늘에는 조기가 걸려있습니다. 지난 연말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 위로를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충혼당 내 어느 영정 앞 할머니의 애달픈 울음소리와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어린 손녀의 모습은 오늘의 슬픔을 더하게 만들었는데요. 오가는 길목의 산수유 나무들도 이를 알았을까요? 붉은 빛 열매가 올 봄 꽃이 필 때까지는 영령들 옆을 지킬 양으로 그대로 가지에서 추운 겨울을 맨몸으로 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 차례로 이웃 어르신들께도 절을 드렸습니다. 참 올해부터는 익진형님 아버지와 명택 아우의 아버지도 우리 일가입니다.
2025년 해를 찾아서(2025.01.01) 뜰까, 말까? 보여줄까, 말까? 망설이다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2025년 첫날 아침 우면산의 해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7시 47분 예고된 해를 맞으려 새해 희망을 안고 우면산을 찾은 여러 민초들 속에 행여 늦을세라 일찍 오른 저도 기다립니다. 뜰 거라던 47분이 지나도 건너 청계산 위를 붉게 물들어야 해가 미동도 없습니다. 엷게 변죽만 계속 울려 그냥 돌아서지도 못하게 붙잡습니다. 8시가 훨씬 지나도 마찬가지 모처럼 나선 저 때문에 해가 숨바꼭질을 합니다. 그리하여 올해 저의 사명은 해를 찾아서입니다. 해를 나로 바꿔 “나를 찾아서”입니다.
2024년 송년인사(2024.12.31) 화든 흉이든 복이든 칭찬이든 모두 자신이 불러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크거나 작거나 스스로 불러들이는 일이지 남이 가져다주는 법은 없습니다. 서론이 거창했습니다. 술에 취한 다음 날 몰려오는 후회는 “왜 많이 마셨을까?” “왜 그리 떠들었을까? 이 두 가지인데요.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자리에 앉으면 잔에 손이 저절로 가고 입이 저절로 열립니다. 올 한 해를 넘기면서 가장 반성하는 부분이며 내년의 숙제로 남깁니다. 뒤숭숭했던 사회 분위기와 달리 우리 집에서는 딸아이 결혼이라는 경사가 있었고 아들아이도 현실에 눈을 떠 면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저도 개근을 했으니 이 점은 칭찬하면서 내년에 더 즐겁게 뵙겠습니다!* 목포 갓바위 가는 길: 주당 김정화 선생 작
제주항공 사고(2024.12.30) "내 새끼 어쩔까나", "어쩌면 좋으냐"를 수십 번 반복하며 20분 이상 오열한 할머니 “우리 엄마 찾아주세요!” 손을 맞잡은 어린 남매의 애절한 호소! “우리 딸” “우리 사위” “우리 동생” 세밑에 실시간 쏟아져 나오는 사연들은 눈물 없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겠습니다. 아는 이름이 없고 있고를 떠나 나의 슬픔이 곧 너의 슬픔이요. 우리의 슬픔이자 이 땅의 슬픔입니다. 삼가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놀라운 로또번호(2024.12.29) 놀라워라! 이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숫자의 조합이 우리 앞에 펼쳐졌습니다. 바로 1152회차 로또 당첨번호가 30,31,32,35,36,37 이렇게 30대 숫자 그것도 두 개의 연번을 연속 토해냈습니다. 1에서 45에 이르는 숫자에서 여섯을 고르는데 일반적인 사고로서는 저런 조합을 도저히 상상해 낼 수 없었을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35명의 당첨자가 나왔다니 그 또한 놀랄 일입니다. 아마도 신의 계시나 점지가 있었거나 조상의 음덕이 그 시간 그분에게만 집중되었을지 모릅니다. 술 취한 김에 산 저의 로또 두 장은 주인을 닮아 술에 취했나 30 딱 한 숫자만 연신 그려내고 있습니다.
혼자 놀기(2024.12.28) 아침부터 혼자 놀기로 즐겁습니다, 누가 놀아줘서 즐거움도 좋지만 혼자 놀면서 즐거우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습니다. 그건 샤워장에 들어갈 때 한꺼번에 옷 벗기와 나오면서 한꺼번에 옷 입기 놀이입니다. 윗옷은 두 개라 함께 입고 벗기가 수월합니다. 문제는 아래입니다. 팬티에 내복 그리고 바지까지 세 개라 약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벗기는 세 개 끝을 동시에 잡고 내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입을 때는 발이 자기 자리를 찾아 잘 들어가야 하는데 서서 한발을 들고 입는 자세라 자꾸 흔들립니다. 단번에 성공하기는 어렵고 넣었다 뺐다를 몇 번 반복하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제일 안쪽 속옷은 한쪽만 들어가 한쪽으로 뭉쳐져 있기도 합니다.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작은 친절(2024.12.27) 10시가 채 못된 시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40대로 보이는 아짐이 들어와 길을 묻습니다. 면접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어느 건물인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밖으로 함께 나가 길이 꺾이는 곳까지 동행했습니다. 오후에는 할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설에 지방의 영감님한테 가야 한다며 고속버스표 예매를 부탁하십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예매사이트에 접속했는데 12월 30일부터 가능합니다. 그때 다시 오시라고 했습니다. 큰 도움도 아닌데 고마워하시는 두 분 덕분에 흐뭇합니다. 가게에 종일 머물면서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 수 있는 일들이 있어 그 또한 삶의 기쁨입니다.
서초동 지는 달(2024.12.26) 오늘 서초동의 지는 달이 왠지 슬퍼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양,음력 모두 26일이네요. 며칠이 지나 금년 말이면 저로서는 회사생활 21년과 밖에서의 생활 21년이 정확히 균형을 이룹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한 결정이었습니다. 편안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아무와도 상의 없이 나오겠노라 불쑥 저지르고 말았으니 생계가 걸린 애엄마를 비롯하여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당황했겠으며, 자랑거리를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걱정거리를 안은 양가 부모님들의 심정은 또 오죽했을까요? 어머니의 치매도 여기가 근원지였을지 모릅니다. 나오면 죽을 줄 알았던 바깥세상 일을 애엄마가 떨쳐 일어나 모두 짊어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