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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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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소동(2025.04.11) 여직원을 대동한 아재 고객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들어오셨습니다.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이 다소 생경합니다. “아직 못 받았는데 어찌 된 일이요?” 추궁하듯 단호합니다. 부치면 다음 날 도착하는 택배가 간간 하루가 늦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하루가 이분의 자존심을 훼손했습니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저도 마치 죄인처럼 받으시는 분 이름을 용케 생각해내서 이름을 거명하면서 “네 오늘 받으십니다!” 행여 제가 아직 보내지 않았나 아니면 잊고 있나 지레짐작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여직원이 있으니 더욱 위엄을 갖췄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다음 날 도착해야 하는 택배일수록 하루가 늦어지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사리역과 야목욕(2025.04.10) 정왕역에서 열차에 올라 한대역앞역까지는 아무 일 없이 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역이 사리역입니다. 언제 사리역이 생겼지? 사리가 많이 발견되어 그를 기념하여 중간에 새로이 역사를 지었나보다 이리 생각하며 차분하게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야목역입니다. 이건 또 무슨 비목도 아니고 야목이라니? 뭔가 잘못되었나 황급히 내려 이리저리 확인합니다. 이런 지하철 4호선 오이도, 정왕, 신길온천, 안산, 초지, 고잔, 중앙, 한대앞 이렇게 이어지는 8개 역을 지하철 4호선과 수인분당선이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환승역들이 그 역 하나만 2~3개 노선이 함께 쓰는데 이 경우는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유일할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집에 오는데 한 시간여 더 소모했습니다. 영감이 다된 느낌이었습니다.
신현두 명복을 빌며(2025.04.09) 중학 동창 신현두 군이 어제 아침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현두는 우리 중학 동창 중 김승태, 박동석과 더불어 셋이 영암 학산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학산초등학교는 아버지의 초임발령지이기도 하며 어머니께서도 다니셨던 학교이기도 하니 저하고 인연도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현두는 항상 저보다 어른스럽고 의젓하고 말씀에도 위엄이 있어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단톡방을 같이 하면서는 뜬금없는 새벽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화를 주고받는 다정한 사이였습니다. 엊그제까지도 이런저런 대화들로 즐거웠는데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더니 이런 슬픔을 안기네요. 삼가 현두 명복을 빌며
두 권의 책을(2025.04.08) 지난 주말 저의 목포고등학교 동문께서 쓰신 책 두 권이 동시에 도착해서 저의 삶에 기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한 권은 20회 천득염 형님의 “소쇄원”이며 다른 한 권은 25회 김형중 박사의 “고등학생을 위한 금강경”입니다. 두 분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취와 업적을 남기신 분들로 책 역시 전문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일반인들이 편안하게 읽어 낼 수 있도록 쉽게 쓰셨습니다. 이 책들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니 이미 그때 두 분은 경지에 도달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읽는 순서를 정할 수 없어 저자의 성을 취해 금강경을 먼저 읽고 지금은 소쇄원에 앉아 있습니다. 아니 서서 주변과 어울려 함께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상님들을 뵙고(2025.04.07) 수서역 출발 5시 8분 첫 열차로 나주에 내려 거기서 다시 영산포 정류장으로 가서 드문드문 있는 시외버스 하나를 눈앞에서 놓치고 한 시간여를 기다려 강진군 성전에 이릅니다. 성전 삼거리는 옛 시절 교통의 요지로 번성을 구가하던 곳인데 오가는 사람조차 드물어 한적하기 짝이 없습니다. 봄이 무르익은 시골길을 걸어 송학리 선영에서 친족들과 더불어 제를 올리고 이어서 작천면과 옴천면에 계시는 조상들을 차례로 알현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매년 찾아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아버지 어머니께서 현충원에 계시는 관계로 내려가는 일에 게을러집니다. 앞으로 좀 더 찾아뵙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번 송학리 선영 일에 정성을 기울이신 보원, 찬원 아재께 감사드립니다.
국교 동창의 방문(2025.04.06) 비가 촉촉이 내리는 토요일 오후 1967년 영암초등학교 6학년 2반 같은 반 동창 하헌영 군이 들렸습니다. 양재에서 3반 김윤선 친구의 집안 행사 참석 후 가까운 곳이라 얼굴을 보여준 것입니다. 바로 인근 블루문으로 옮겨 소폭잔을 부딪치며 공통화제로 돌입합니다. 담임이셨던 신지호 선생님 안부를 서로 물으며 내친김에 작년 어느 시점까지 간간 통화를 주고받았던 헌영이가 전화를 돌렸는데요. 전혀 모르는 여자분이 자신의 전화번호라고 합니다. 잠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사이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 확인할 방법도 없어서 중학 시험을 대비해서 열심히 가르치시고 열심히 배웠던 그때를 회상하며 술자리를 일찍 파했습니다.
한식날 현충원(2025.04.05) 다른 해와 달리 좀 특별한 올 4월 5일 한식날 새벽 서둘러 집을 나서 현충원에 들렸습니다. 오늘 첫 참배객으로 현충문을 지나 현충탑 앞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힘을 보태신 호국 영령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을 칭찬하십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충혼당으로 옮겨갑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을까요? 문이 잠겨 있어 종합제단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이웃 어른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우리 집의 여러 즐거운 일들을 고하고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요청드립니다. 부모님과 어르신들 또한 모두 좋아하시며 더 기쁜 일들이 기다릴 거라고 저를 마구 격려하십니다. 대한민국 만세! 우리 국민 만세!
아름다운 마무리(2025.04.04) 4월 중순 즈음 저하고 저녁 식사를 같이하실 세 분을 모십니다. 신청하신 분이 많으면 사다리 타기로 정하렵니다. 저에게 아침을 주시는 돈바바의 아짐 사장께서 건강상의 이유로 이달 19일 그만두시고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라면서 특별히 따로 저녁 한 상을 차려주시겠다며 친구들과 같이 오라고 하십니다. 최근 몇 년간 덕분에 따뜻한 아침 식사로 하루를 힘차게 열어왔는데 저에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서로 오고 간 인간적인 정이 이렇게 우리를 아름다운 마무리 자리까지 오게 했습니다. 아재 사장님께서 개업 후 한때 일 3백 매출까지 올렸던 역사를 들려주시며 폐업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저도 꽃다발을 준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