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79) 썸네일형 리스트형 능소화가 벌써(2024.05.27) 아직 5월도 채 가지 않았는데 남부터미널 담벼락에 자리한 능소화 덩굴 중 성질 급한 몇 송이가 꽃을 피웠습니다. 시절이 빨라도 너무 빨라 웬일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뒷벽에 붙은 에어컨 실외기 조기 가동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가 불러온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올여름은 우리 한반도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예보가 있는 터라 저 능소화 꽃들이 전조일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꽃을 아름다운 눈으로만 보지 못하는 세월이 되었고 시국도 두루 하 수상하니, 슬프다! 이내 몸은 어디로 갈꼬? 개구리가 가져온(2024.05.26) 토요일 이른 아침 만경강변을 산책하던 김 한 친구가 보내온 개구리 한 마리에 엄청난 행운을 선물 받았다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연세 많으신 할머니께서 지하 3층 주차장 가는 길을 묻습니다. 따라나서서 건물 왼쪽 모퉁이에 있는 현관문과 엘리베이터 문까지 열어드렸습니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이번에도 할머니 한 분이 우리은행이 이사 간 곳을 묻습니다. 역시나 건물 밖까지 따라나서서 편하게 가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습니다.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친절을 베풀 수 있었으니 큰 행운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어지는 양재역에서의 또 하나의 친절까지 겸하면 행운 셋이 잇달았습니다. 오는 길의 황금낮달맞이꽃이 저를 반기는 이유입니다. 불쌍한 한강의 풀들(2024.05.25) 한강의 풀들은 슬픕니다. 조금 키를 키우고 몸집을 늘려 햇볕을 좀 잘 받는다 싶으면 어김없이 예초기 예리한 칼날 앞에 무너집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자전거 도로 업그레이드 공사라는 날벼락을 맞아 살던 터에서 뭉개지고 몽땅 뽑혀 나가고 콘크리트를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여러 곳이 몸살입니다. 기존의 도로를 손보는 게 아니라 풀밭을 갈아엎어 길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길을 조성하는 중이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풀들에게 돌아갑니다. 통행에 불편이 없고 조망(眺望)에 그리 불편을 주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크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시 그들의 터였거늘 분노의 아짐(2024.05.24) 서초동 우리 건물 앞 거리를 배회하며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고함을 끝없이 질러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중년의 아짐 한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이 분이 아침 일찍 우리 가게에 물건을 사겠다며 들어왔습니다. 비상사태입니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큰 소리 봉변을 당하기 십상일 것이라 바짝 긴장과 더불어 태도를 낮춥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품 하나하나에 질문을 던지며 거짓말하지 말라며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맞대응은 금물이라 꾹 참고 친절 곱하기 제곱을 합니다. 5분여의 면접전형 업무를 마치시더니 슬그머니 나갑니다. 어느 한 가정의 어머니이며 아내일 텐 데요. 토란 싹을 보며(2024.05.23) 드디어 토란 다섯 형제가 싹을 트고 세상을 향한 그들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중순 토란의 뿌리를 심었으니 1개월이 넘도록 은근하게 기다렸던 보람이 있습니다. 가게 앞 화단의 작은 터에 작년에는 고구마를 심어 싱싱한 잎을 보는 즐거움과 함께 섬서구메뚜기도 불러들였는데요. 올해는 관리실에서 빈 곳을 영산홍으로 채워놓아서 여력이 없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나무와 앞문 조금 빈 사이를 찾아 토란 15개를 아무렇게나 그저 파묻고 왜 싹이 안 트나 매일 궁금했는데 마침 길에 모종 파시는 분이 있어서 물었더니 진득하게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병풍 1폭 같은 사진 1장을 남기며 내일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부질없는 실험(2024.05.22) 세상에서 제일 부질없는 실험을 하고 하나마나 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9호선을 타고 여의도 롯데캐슬 우리 집에 가는데 급행을 타는 것과 완행을 타는 것 중 어느 경우가 더 빠른가였습니다. 단 급행은 완행보다 2분 먼저 출발하여 중간에 동작역과 노량진역에만 정차하고 여의도역에서 내려 집에까지 걸어갑니다. 완행의 경우는 급행보다 2분을 늦게 출발하면서 구반포, 신반포, 동작, 흑석, 노들, 노량진역을 차례로 정차하고 여의도역 직전인 샛강역에서 내려 집에까지 걸어갑니다. 급행이 빠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집에 이르는 가로 거리는 같으나 급행은 여의도역에서 샛강역만큼의 세로 거리가 추가되므로 집에 이르는 시간은 똑같습니다. (급행 19시 17분 출~43분 착, 완행 19시 19분 출~ 4.. 청구회 골프모임(2024.05.21) 모내기를 마친 안성평야 은빛 물결의 환영을 받으며 양성면 루나힐스에 들어서자 연못 속 가장자리에 촘촘히 자리 잡은 노랑창포꽃이 고개를 흔들어 반깁니다. 저런 습한 곳에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라다니 장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몇 홀을 지나자 온통 바위로 덮인 산자락에 빈틈을 찾아 자리한 금계국도 활짝 꽃을 피워 지천에 노랑 일색입니다. 저런 척박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저리 씩씩하게 살아가다니 저도 오늘만큼은 좀 낫게 쳐보자고 마음 다짐을 새로이 합니다. 실력이야 어디 가지 못하니 거기서 거기지만 18홀에 이를 때까지 공 하나로 버텨 이번 세컨샷 고비만 넘기면 기록이다 싶은 순간 물가로 들어갑니다. 아뿔싸 기록이 물속으로 갔을까요? 창포꽃들이 막아서서 저를 기다립니다! 교통카드 소리음(2024.05.20) 몰랐을 때는 지하철 출입 개표구에서 교통카드를 태그하면 나오는“행복하세요!” 인사가 그렇게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일 수 없었는데요. 그게 “삑삑” 두 번 울리는 소리와 함께 “이분은 공짜 손님입니다!”라고 만방에 알리는 구별음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이런 발칙한 발상은 누구의 작품일까 고약했습니다. 부정사용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겠지만 들어가고 나가면서 “나는 공짜다!”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주춤거립니다. 그렇지만 이런 혜택도 전철이 없는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꿈 같은 일일 것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지요. *개찰구란 말을 언제부터 개표구로 바꿔 불렀을까요?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3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