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63) 썸네일형 리스트형 식사의 신(2024.06.04) 오늘 아침 진정 이 땅의 식사(食事)의 신을 접하고 나가시는 그분의 등 뒤에서 존경과 경외의 뜻을 담은 인사를 드렸습니다. 달걀 후라이 하나, 국 한 그릇과 밥 한 그릇은 물론이고 딸려 나오는 김과 더불어 시금치나물, 상추 겉절이, 배추김치 등 7가지 반찬을 티끌 한 점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드셨습니다. 평소의 식습관인지 아니 나름의 식철학(食哲學)인지 모르겠으나 저렇게 완벽하게 비워내는 분은 처음 봅니다. 저는 항상 반찬의 3분의 2 이상이 남고 한 번도 손이 가지 않는 접시도 서너 개에 이르는데요. 음식점 사장님께 여쭤보니 오실 때마다 저렇게 드신다며 자신들도 탄복해 마지않습니다. 시도해볼 염두조차 두려운데. 뜬금없는 만남(2024.06.03)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반대고 일터 또한 서로 다르며 교통수단 역시 다른 저와 애엄마가 샛강역에서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따져봐야 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영(零)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라 일어난다면 그건 바로 기적입니다. 그런데 어제 바로 그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3시 무렵 내린 샛강역에서 그 시간 회사에 가려고 나선 애엄마가 보입니다. 반갑기도 하고 “아니 저분이 웬일로 전철을 다 타시나?” 궁금했습니다만 애엄마 표를 끊고 함께 들어가 여의도역까지 바래다주며 조금이라도 걸어보려고 처음 이용한다는 말씀에 감동 두 배입니다. 그 결심이 오래도록 가서 기적 또한 반복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희원 만세! 엘리스파이 만세! 6월을 작은 친절로 열며(2024.06.02) 비와 함께 시작한 어제 6월의 아침, 일과를 시작하자마자 남자분께서 고개를 내밀며 프린트 몇 장 할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얼마든지 하시라 했더니 들어와 주변 기기를 잘 다루며 금방 끝냅니다. 나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는 분으로 연구발표를 위하여 아침 열차로 왔는데 이게 빠져 난감했다면서 감사하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저하고도 동문입니다. 원래 공기업에 10여 년 근무하다 좀 더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학교를 선택했다는데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인상도 좋고 예의도 밝고 맡은 바 일에도 열심이니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겠습니다. 저로서도 종이 6장의 작은 친절로 6윌 첫 시작을 하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6월 첫날의 아침(2024.06.01) 이제 여름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6월의 첫날 새벽 계절이 바뀌었으니 옷을 바꿔입을까, 어제 들고 온 새 우산을 가져갈까 망설이다 토요일이니 그냥 가자 나왔습니다. 5월에 매여있는 저에게 6월이 심술이 났습니다. 한강에 들어서 한두 방울 내리던 비가 여의도 지구를 벗어나자마자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뒤로 후퇴도 난망 옆으로 가로지르기도 난망 손수건을 꺼내 뒤집어쓰고 그대로 6월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한강대교, 한강철교를 차례로 지나면서 파크골프장에 일찍 모이신 어르신들을 걱정하고 이웃에 나눠주려 뒷 배낭에 가득 넣은 엘리스파이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도 한강 오리 부부의 응원과 길가 개망초꽃들의 환영은 저의 6월을 희망으로 시작하게 합니다. 강남석 만세! 양정 만세! *친구 오장섭 군이 이 사진을 보고.. 숲길 안내도가(2024.05.31) 우면산 무장애 숲길 1구간인 서초약수터에서 우면산 입구와 대성사를 지나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 뒷길까지 약 3km에 이르는 공사가 끝나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는데요. 처음 출발지에 세운 안내도에 진행 방향과는 반대로 현 위치인 서초약수터 입구를 오른쪽에 놓고 그렸습니다. 안내도는 저리 그리는 게 표준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여러 사람의 지적이 있었나 봅니다. 개장 보름여가 지나자 서초구청에서 방향을 보완하여 정비하겠다는 공지를 하였습니다. 불편을 제기한 시민과 이를 받아들이는 당국 모두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무장애 숲길 또한 기존의 둘레길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자연의 멋이 있어서 좋습니다. 시금털털한 맛(2024.05.30) 한강의 포리똥(보리수)들이 차례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몇 개를 따 입에 넣고 그 맛을 즐깁니다. 무슨 맛이냐 저에게 물어보신다면 바로 “시금털털합니다.” 단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맛도 아닌 것이 떫기는 왜 떫으며 시큼함까지 더불어 “시금털털”이 아니면 달리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아마도 도를 깨쳤을 때의 기분이 바로 이 맛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득도했을 때의 상태나 기분을 정확하게 표현한 글을 본 적이 없으니 자신들 역시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들었으리라는 점에서 이 보리수 맛과 상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무는 좀 다르다지만 석가모니 역시도 보리수나무 밑에서 득도하셨으니 제 생각도 그리 억지는 아닐 것입니다. 아침 밥상의 선순환(2024.05.29) 오늘 아침 밥상의 정식 메뉴는 미역국입니다. 그런데 평소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는 저의 식성을 파악하신 아짐께서는 된장찌개를 비롯한 다른 국들을 저에게만 따로 해주십니다. 오늘 아침은 거기다 고등어 조림까지 더해주시니 아침밥상이 황제의 밥상으로 변해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이렇게까지 특별 대우를 않으셔도 되는데 항상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대우에 저도 그냥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뭔가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고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면 사장 내외분께서도 또 저에게 뭔가를 대접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시니 절로 선의 선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불공정 골프(2024.05.28) 저의 영원한 친구이자 골프 숙적 황오연 군과의 올해 첫 형 따먹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전반은 어설프게 제가 앞선 가운데 후반 시작과 더불어 기세가 오르던 오연이 샷이 갑자기 쏟아진 비에 승부를 가릴 수 없어 다음 달 23일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무리를 했습니다. 사실 이 승부 역시 처음부터 불공정 게임입니다. 져도 즉 밑져봐야 본전인 저에 반해 이겨야 본전인 오연이 부담이 더하고 오케이가 없다는 오연이 당부에도 저는 스스르 오케이를 남발하고 캐디아가씨 역시 두세 홀 지나면 이미 제 편으로 돌아서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승부보다는 오며 가며 그리고 운동하면서 쌓아가는 우리의 우정이 더 값진 일입니다.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3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