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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소리음(2024.05.20) 몰랐을 때는 지하철 출입 개표구에서 교통카드를 태그하면 나오는“행복하세요!” 인사가 그렇게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일 수 없었는데요. 그게 “삑삑” 두 번 울리는 소리와 함께 “이분은 공짜 손님입니다!”라고 만방에 알리는 구별음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이런 발칙한 발상은 누구의 작품일까 고약했습니다. 부정사용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겠지만 들어가고 나가면서 “나는 공짜다!”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주춤거립니다. 그렇지만 이런 혜택도 전철이 없는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꿈 같은 일일 것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지요. *개찰구란 말을 언제부터 개표구로 바꿔 불렀을까요?
유공자 할머니(2024.05.19)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자리를 잃은 할머니께서 이곳 서초동 남부터미널 앞에 새로 자리를 마련하셨습니다. 다른 곳도 많은데 어찌 제가 있는 이곳까지 오셨을까요? 이사는 왔으나 모든 것은 하나도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 아니 여기서는 숫제 벽을 보고 계십니다. 눈을 마주쳐도 동정을 살까 말까인데 저리 둘러 앉아계시니 일당을 하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역시나 벌이가 시원치 않았을까요? 며칠을 견디지 못하셨습니다. 안 보여서 궁금했는데 양재역 9번 출구 쪽에서 잠시 보이더니 지금은 교대역사 4번 출구에서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계십니다. 여기서는 얼마나 지내실 수 있을까요? 제 눈에 자주 띄는 이유는 또 무슨 연(緣)일까요?
할머니 국수도 떠나고(2024.05.18) 할머니 국수집은 이제 갔습니다. 아아! 열심히 일하던 아짐 사장 역시 갔습니다. 유니빌 건물 문을 열어젖히고 새로 오겠다는 약국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뒷 건물에 있는 집을 향하여 미련 없이 떨치고 갔습니다.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16년을 서로 옆집으로 때로는 동무하고 때로는 의지하고 지냈으니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마지막 영업일 부러 들어가 고별 점심이라 명하고 억지웃음으로 서로를 달랩니다. 오른쪽의 옷 가게 왼쪽의 할머니 국수 두 집이 오랜 기간을 같이 지내다 차례로 떠나니 골방 샌님 신세가 된 듯한 저도 언젠가 아니 곧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시기가 올 것을 예감합니다.
반장을 3년간(2024.05.17) 지금의 저를 아시는 분은 믿기지 않겠지만 어린 시절 저는 온순하고 말없이 조용한 아동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같은 학교에 선생님으로 계시는 아버지 덕분이 아닌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반장을 3년이나 했습니다.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제가 3학년 때입니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같은 반 같은 동네 여학생이 신작로에서 저를 불러세우더니 뭐라 하면서 한 대를 때렸습니다. 한 대 맞고 찍소리도 못하고 저만의 비밀로 묻고 말았는데요. 세월이 흘러 서울동창회에서 만난 그 여학생에게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니 기억하지는 못하면서도 즐거워합니다. 몰론 저도 어릴 때의 이 일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여학생에게 맞는 일도 때리는 일도 없었으니까요.
감사합니다(2024.05.16) 종교를 떠난 이야기입니다. 호오포노포노의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교의 진언 “옴 마니 반메 훔” 창가학회(SGI)의 “남묘호랭개교” 증산도의 태을주 “훔치 훔치 태을천 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 함리 사바하” 등 모두 반복해서 읊조리는 낱말들입니다. 집중과 몰입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마음속의 궂은 기억들이 지워지면서 그 빈곳을 사랑과 희망이 찾아 들어가 편안해지고 그 파장으로 주변까지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는 것입니다. 축약하면 “감사합니다” 이 다섯 마디입니다. 오늘도 내 주변에 보이는 것 일어나는 모든 일에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초동 거리에서 만난 클레마티스
부처님 오신 날(2024.05.15) 오늘은 2024 갑진년 음력 4월 8일로 남방불기 기준 2568년 북방불기 기준 3051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양력으로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이기도 하니 석가께서 우리나라에서 느끼시는 기쁨은 두 배 이상일 것입니다. 저도 불자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저의 정신 수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니 지금도 현저하게 지배하는 금강경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우면산 대성사에 들려 부처님을 알현하고 왔습니다. 석가께서는 허상을 두지 말라고 했으니 대성사의 포대화상이나 탑이나 불상 모두는 실상을 깨우치기 위한 한 방편일 것입니다만 그래도 은근한 미소로 저를 맞이해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 남자의 생존법(2024.05.14) 토머스 홉스는 자연상태의 인간 존재에 대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역설하였는데요. 지금의 저는 존재는 애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됐든 애들 떠나고 나이가 들더라도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갖은 애교를 다 부리고 있는데요. 4월 이래 술자리를 확 줄이고 가급적 일찍 들어가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해놓으면서 쓰레기 분리 수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화장실 사용도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일말의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그런데 한 달여가 넘도록 애엄마는 이런 저의 노력을 모르는지 한마디 칭찬도 없습니다. 늦은 시간 들어와서 모르는 걸까요? 이래저래 모를 거 같으면 그냥 전처럼 살까요?
우면산 목조데크(2024.05.13) 지난 연말부터 우면산 무장애 숲길 조성사업이라는 이르는 기치 아래 등산길 주변에 설치하던 목조 데크길이 우면산 입구에서 대성사 구간은 공사를 마쳤습니다. 기존의 길을 그대로 두고 그 아래를 택해 새로 낸 길이라 아직 때가 덜 묻어 원시에 가깝고 전과 다른 새로운 풍광이 전개되어 일단은 신선합니다. 아울러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 곡선을 택해 두 배 이상 걷도록 만들었고요. 새로 세운 이정표도 새소리 쉼터 등 새로운 이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역시나 “새것은 좋은 것이여!” 그런데 어느 산보다 찾는 이들이 많은데 저 나무다리가 잘 견뎌낼지 모르겠습니다. 서초구라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