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양력으로는 2월 12일 그리고 음력으로는 정월 초사흘입니다.
그냥 흘러가는 날 중의 하나이지만 우리 집으로서는 의미있는 날입니다.
어머니 82회 생신이십니다.
서울에서 주무신 어머니께서 일어나시면서 묻는 첫 마디가 여기가 어디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지리적 감각마저 상실하신 어머니는 우리 집도 기억을 못하시는 것입니다.
강진에서 아버지를 찾으러 여기 왔다고 오늘 아침은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애엄마가 미역국을 끓여 모처럼 어머니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어머니 옆에 앉아서 조기를 발라드리고 갈치를 숟가락에 얹어드리자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이를 받아드시며
며느리의 정성에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설 뒷머리에 생일이 붙은 어머니께서는 아직까지 생일상을 제대로 받아보신 적이 없습니다.
사시면서 우리들을 키우면서야 당연 다른 어머니들처럼 자신의 생일을 내세울 수 없었겠지만.......당연 지금은 자식들인 우리들이 챙겨야 할 몫인데 설을 쇠러 내려가면 바삐 또 올라와야하는 현실 때문에 아니 올라가야한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항상 어머니 생신은 뒷전이었습니다.그리고 설날 저녁 케잌 하나로만 그 알량한 마음을 형식적으로 전달하고 말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함과 아쉬움을로 묻어두고 있었는데 올해는 드디어 그 날이 온 것입니다.
치매가 어미니를 괴롭히기 시작하면서는 항상 본인의 정신이 전과 같지 않음을 한탄하시면서도 어머니의 일상은 온통 아버지를 위한 시중과 자식들을 위하는 생각이 전부셨습니다.그런데 요즘은 아버지께서도 보행이 불편해지시면서 아버지의 주문사항과 짜증이 늘자 두 분 사이에 작은 분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기억이 자주 지워져가는 어머니를 그런 입장에서 따뜻한 말씀으로 대하셔야 하는데 정상인을 대하듯 말씀을 하시고 자주 정신 차리라고 지적을 하시니 어머니께서도 이제 그런 말씀이 듣기 싫으신 것입니다.
더구나 아버지께서 술에 취해 말이 많이지시면 억양이 높아지면서 어머니를 자극하십니다. 일찌기 아버지 술 주정에 이골이 난 어머니는 싫을 수 밖에요. 지금의 이 치매에 아버지도 일정 부분 작용을 했는데......
아무튼 전에 다르게 어머니께서도 아버지 말씀에 대들고, 급기야는 어머니께서 집을 나가셨다가 혼미해지는 기억 탓에 집을 못찾는 그런 일들이 요즘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한번도 떨어져계셔 본 적이 없는 두 분 사이라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의 존재 의미를 잘 모르십니다.
본인의 수발을 쭉 들어오신 어머니의 정성과 희생을 모르시는 것입니다.
잠시라도 떨어져 계시면서 필요를 조금이라도 느껴보시라고 이번에 어머니를 어렵사리 모시고 올라 왔습니다.물론 아버지께는 어머니 병원에 들려야된다는 핑계를 내세워서..........
오시면서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는 기억이 돌아오시면 그저 아버지 걱정입니다.
어서 집으로 가서 아버지 식사를 차려드려야된다고 하십니다.
아버지께서도 어제 저에게 직접 전화를 하셔서 오늘이 어머니 생일이라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들이 모를까봐 챙기라는 말씀이겠지요.작은 변화라면 좋겠습니다만.......
어제 저녁에는 여동생 가족들까지 모두 우리 집으로 모였습니다.
손자손녀들이 할머니를 반겼습니다.꽃다발을 안겼습니다.
열번 이상을 누구냐고 물어보시며 아이들을 품에 안으시면서 마냥 좋아하십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82회 생신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2013.02.12)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겸손하지 못하고(2013.02.15~2013.02.16) (0) | 2013.02.15 |
---|---|
정치적으로 온통(2012.02.12~ (0) | 2013.02.12 |
아직 날이 밝지않은(2012.02.08 (0) | 2013.02.08 |
어머니를 모시러(2013.01.27~ (0) | 2013.01.27 |
내 일상을 잡아주는 힘이(2013.01.21~ (0) | 2013.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