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을 장마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저녁 모임에 주 메뉴로 올랐던 어구찜이 반 이상 남았습니다. 먹겠다는 생각보다는 아까워서 플라스틱용기에 담아 비닐봉투에 들고나서는데 사장 아재가 친절하게 종이 봉투에 다시 한번 보기좋게 넣어줍니다. 아뿔싸 이게 화를 불렀습니다. 교대역 부근에 이를 즈음 저 원수같은 비에 종이 봉투가 젖어서 아구찜이 길에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랴! 뒷청소는 내리는 비에 맡기고 서초역에 이르는 순간 이번에는 제 옆에서 걷던 어떤 아짐의 종이 봉투가 터지면서 안의 우유등 내용물이 모두 쏟아졌습니다. 그냥 갈 수 있나요? 제 배낭에 들어있던 비닐을 꺼내 그녀를 도왔습니다. 먼저 떨어진 책부터 주워 넣으면서 감사 인사를 건네십니다. 우면동에 사신다고 합니다.


* 속이 여물어 갈 계절 긴 비에 키만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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