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걸어본지가 까마득한데
오늘 아침에 모처럼 느껴보는 눈 밭에 빠진 발의 정겨움.
동요 구두 발자국과 영화 닥터지바고가 겹쳐 떠오르고.
3일간 쉬었던 가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청소, 정리, 준비의 삼단계를 거쳐
2010년의 일이 시작됨을 사방에 고하고
이제 몸을 단정히 할 차례.
보통은 화장실에 들어가면 먼저 두루마리 화장지
재고 수준부터 파악하고 다음 일로 들어가는데
오늘은 곧 바로 시작,
어제 그제 누적된 피로를 한꺼번에 변기에 쏟아 넣고
잠시 오늘 할 일을 다시 한번 새기며 마무리를 할 즈음
있어야 할 화장지가 단 1미리도 없음을 알고 경악!
혹시 대용이라도 있나 주위 쓰레기 통에 눈이
아침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깔끔하신 마무리에
휴지 한 조각 없이 빈 방!
늘 신문지 한 장 정도는 널부러져 있드만은......
어쩌나, 그럼 주머니에 종이 쪼가리라도 있을까
윗 주머니, 바지 주머니 약속이나 한듯
종이나 손수건 중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허접한 내 명함은 꼭 쓸려고 보면 한장도 없더라.
하긴 명함 한장으로는 어림도 없지.
휴대폰으로 구원요청을 할까?
그런데 누구에게
집에다?.
화장지 들고 차로 와달라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겠다고 느낀 찰나!
아! 그것도 가게 책상에 두고 왔지.
늘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은 어이하여.....
잠시 숨 죽이며 옆 칸의 동태 파악!
물 내리는 소리가 거의 다 되어가는 모양
그런데 어떻게 이 상황을 이야기 하지?
아! 그냥 포기하고 기다려 보자.
저 분은 뒷 처리에... 저리 시간이 많이 걸리나.
이윽고.
옆 칸에서 문여는 소리
옹삭하게 서서 머리를 문에 최대한 붙여
문 틈으로 그 분의 다음 동작을 파악!
손 씻고 나기기를 기다려서.
이제 남은 수는 옆 칸으로 신속하게
그리고 일점 흔들림이 없이
이동하여 자리 잡는 방법 밖에.
반쯤 내린 옷을 그대고
문을 열고 껑충 껑충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를 할 때 이 걸음이었나?
다음 칸 문을 열고 몸을 숨기고.
잽싸게 다시 문을 닫고.
금년 한해 액땜을 오늘 아침에 다 해내다.
당황스럽다기 보다 스스로도 웃음이 나오는
즐거운 일로 받아들여진 행복한 오늘 아침!
그래! 올 한해는 좋은 일만 많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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