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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중학 친구가 집에서(2021.03.01)

중학 친구가 집에서 막걸리 식초를 만들었다며 올린 사진은 저를 단숨에 시대를 돌려 엄니의 정지(정개, 부엌)로 끌어들였습니다. 문이라 이름 붙이기도 무색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의 흙이 닳고 달아 반질반질해진 바닥과 뒤켠의 검불들, 벽에 판자 몇 개를 얼기설기 받쳐 만든 살강이 엄니를 반기면 먼저 조왕신에 냉수를 올려 가족들의 안위를 먼저 빌며 하루를 시작하던 그 엄니의 정개 부뚜막 옆에는 예외 없이 식초를 키우던 솔잎 꽂은 대두병이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서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