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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며칠 전 중학교 3학년(2021.02.21~2021.02.25)

우리 집에서 저의 자리가 마냥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직은 여지가 조금은 있음을 알았습니다. 법적으로는 제가 세대주라네요. 잠시 집을 벗어나 있던 아들아이의 주민등록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가 봅니다. 남들 같으면 결혼을 해서 독립 가구를 일찍이 이뤘어야 맞는데 무슨 연유인지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요즘 전입신고에 세대주 확인이라는 절차가 있네요. 아들아이가 세대주인 제 확인이 필수라며 앉아서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목에 힘을 주고 정부24 사이트에서 세대주 권리를 행사했습니다.(2021.02.25)

 

 

 

면세점에서 그간 홍삼을 사 왔다는 노년의 아재가 들어왔습니다. 비교가 시작됩니다. 면세점이 고형분이 높아서 여기보다 훨씬 좋으면서도 가격은 3만원 정도가 싸다. 병 크기도 이보다 크고 그램(g) 수도 많다. 노인들에게는 홍미삼보다 홍삼근이 더 좋다. 제가 설명을 하려 해도 틈을 주지 않고 자기주장만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재의 말씀은 단 하나도 옳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의기양양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를 교육시켰으니 얼마나 흐뭇하겠습니까? 같이 사시는 분 얼굴을 뵙고 싶습니다.(2021.02.24)

 

 

 

퇴근 무렵 차를 가지고 이곳 남부터미널 근처를 지나던 딸아이가 저를 싣고 집으로 출발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옆에 앉으면 조금은 불안했는데 그간 운전 솜씨가 비약적으로 많이 늘었습니다. 운전을 못하는 저를 보면서 한심했는지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운전면허 취득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차를 몰고 다녔습니다. 아들아이는 군 입대 시에도 사천까지 차를 가지고 갔을 정도입니다. 세 분의 출중한 기사들이 제 옆에 포진하고 있으니 저는 그냥 지금처럼 지내면 됩니다. 아마 무사고 20년은 훌쩍 넘었을 것입니다.(2021.02.23)

 

 

 

“질질 흘리고 얼굴에다 묻히고! 누가 당신하고 밥을 같이 먹겠냐?” 일요 아침 늑장을 부리고 있다 엉겁결에 애엄마와 둘만의 아침 식사(거의 5년만인가?)를 함께하게 된 식탁에서 애엄마가 던진 첫마디입니다.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맞다!” 맞장구를 쳐서 전의를 꺾습니다만 교육은 이어집니다. “한번 집은 반찬은 그대로 가져가 먹어라,” 이리저리 뒤집지 말라는 것입니다. “멀리 있는 그릇은 가까이 당기면 안 흘리고 먹을 수 있다.” 제가 이렇게 수준이 떨어집니다. 손바닥에 적어서 조심하겠다고 미리 마무리합니다.(2021.02.22)

 

 

 

 

며칠 전 중학교 3학년 때 3학년3반 반장이던 박진규 친구와 고등학교 3학년 때 3학년2반 반장 최인규 친구를 양재역 한정식 집에서 같이 모셨습니다. 나는 반원에 불과했으니 모셨다는 표현이 옳습니다. 반장을 지낸 분들답게 둘 다 아직 용모도 수려하고 문학적 소양들도 아주 높아서 옆에 있는 저까지 덩달아 격조가 높아졌습니다. 빈 술병이 늘어 갈수록 화제도 풍부해지고 우정의 깊이도 우물 속만큼 깊어 갑니다. 야간 제한시간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즐거운 자리가 이어지고 있을 텐데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자리를 파하였습니다. (2021.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