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건물의 여러 곳에서 근무가 시작될 무렵 앞 은행의 남직원이 인사를 왔습니다. 새해인사려니 했는데 지방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하직인사였습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섭리이기는 하지만 유난히 예의가 바르고 목표와 실적에 부담을 느끼던 그였기에 애잔한 마음이 우선합니다. 제가 이곳에 자리 잡은 후 은행의 지점장은 여덟 번, 직원들은 수시로 바뀌었고 한 여직원은 여러 곳을 돌아 다시 이곳에서 만나 지금에 이르기도 했는데요, 지방에서 마음 편하게 잘 근무하라는 덕담과 함께 등을 두들겨 제 정(情)을 전했습니다. (2021.01.05)
한적한 일요일의 인근 중국 음식점에 황혼의 노부부가 들어오십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한 할아버지가 바쁩니다.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히시더니 마스크를 벗기고 앞치마를 두릅니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자 섞고 자르고 먹기 좋게 해서 할머니 앞에 놓습니다. 동작하나하나가 진지하고 정성이 배여 있습니다.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질만 하실 뿐입니다. 매끼가 저럴 것이고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의존하실 텐데 할아버지 대단하십니다. 거룩합니다. 본인 몸 추스르기도 쉽지 않을 연세인데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2021.01.04)
지난달 수술이후 한 달여 중단했던 아침운동 즉 걷기를 새해 들어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습관이란 게 참 무섭습니다. 집에서 나와 큰 거리에 나서서 왼쪽으로 틀면 한강이요 오른쪽으로 틀면 샛강역입니다. 이틀은 굳은 각오로 왼쪽으로 곧장 갔으나 일요일인 오늘은 추운 날씨와 맞물려 마음은 한강인데 몸이 자꾸만 샛강역으로 유혹을 합니다. 그러자 마음까지 낮 시간 우면산행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 동조합니다. 제가 나섰습니다. 아서라! 올해 목표는 구축의 토대위에 신축이다. 가자 한강으로......(2021.01.03)
애엄마로부터 기가 막힌 새해 첫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완벽한 어머니 청국장 맛의 재현입니다. 김장 배추김치에 청국장 그리고 멸치 몇 마리를 넣어 끓인 청국장김치찌개인데요. 서울의 어느 음식점에서도 어릴 때먹던 이 청국장 맛을 찾아볼 수 없어서 못내 아쉬웠는데 애엄마 손에서 그대로 묻어 나왔습니다. 시키지도 않았고 특별히 어머니께 전수 받지도 않았는데 면면히 이어지는 집안의 전통이란 게 이런 것일까요? 아무튼 이 청국장 맛은 올해 또 우리 집의 탄탄대로를 예고합니다.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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