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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남부터미널(2020.09.16~2020.09.19)

우리 건물 남자용 화장실에는 “지금 용사가 장고에 들어갔으니 깨우지 말라!”는 표지가 무려 두 군데나 붙어있습니다. 일찍이 한 분께서 장고에 들어가셔서 아직까지 그대로 계시니까 옆에 분도 그만 장고에 들어가시고야 말았습니다. 남은 하나로 아슬아슬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화장실은 불쌍하고 쓰는 우리는 불편합니다. 두 달이 다 되도록 원인을 못 찾는 현실에 표지 글“고장 사용금지”를 거꾸로 읽으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볼일을 보고 나갑니다. (2020.09.19)

 

 

 

년 중 병원에 갔을 때나 한두 번 재었을 체온을 요즘은 매일 가는 곳마다 재고 있으니 마스크의 상용화에 이어 가히 체온측정의 생활화f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제 체온이 36,2도를 중심으로 상하 0.1도의 편차를 두고 움직인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정상체온에서 마구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일정하게 유지된다니 체온도 과학이네요. 그래서 정상체온 기준을 36.5도로 규정할 수 있는가 봅니다. 그런데 체온만 생활화되었나요? 요즘은 더하여 이름쓰기도 병행하고 있습니다.(2020.09.18)

 

 

 

평소 아내의 화나 짜증, 불평, 큰소리들을 잘 들어주는 일도 남편의 역할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 부딪히면 참아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어제는 무슨 서류 좀 떼어오라기에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더니 그걸 모르냐면서 성질을 확 냅니다. 순간 맞대응으로 나서려는 저를 제 자신이 스스로 급제동하면서 조용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삭여냅니다. 한 시간정도가 걸려 영혼이 안정을 찾습니다. 저 하나 잘 참아내면 집안이 조용하고 평화가 계속됩니다. 

(2020.09.17)

 

 

 

언제부터인가 남부터미널 주변에 까마귀 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깃줄 위에서 세 마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늘 공중에서만 놀더니 이제 환경에 익숙해졌는지 과감하게 거리에까지 내려와 사람들이 지나가도 비켜나지 않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쓰레기장을 점령해서 먹다 버린 고기 조각들을 찾아내 성찬을 갖기도 합니다.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해 나가는 방법이 놀랐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이치나 식물, 동물들 살아가는 이치나 매 한가지라고 느낍니다. 그저 겸손해야지요.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