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으로 환승하여 들어서니 두 아짐 사이 하나와 가방을 놓아둔 그중 한 아짐의 왼쪽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두 아짐 사이는 좀 부끄러워 가방자리에 걸터앉자 주인인 아짐이 가방을 자기 자리로 가져가는가 싶더니 이내 그 옆자리로 옮겨갑니다.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나한테서 벌써 영감 냄새가 나는가? 아니 마스크를 썼는데도 못 믿어서일까? 그러는 사이 다음 역에 이르자 그 빈자리를 아주 예쁜 아가씨가 앉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 자리를 고수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미운 사람은 미운 짓만 예쁜 사람은 예쁜 짓만!(2020.08.21)
이모님 선물을 의뢰한 중년의 신사가 정작 이모님 이름을 몰라 멋쩍어 합니다. 아 괜찮습니다. 우리 시대에 이모님 이름을 아신 분들 몇 있을까요? 저 역시 두 이모님 이름을 모릅니다. 그냥 생전에 성전 사시던 이모는 사는 마을이 월남리니까 월남 이모. 작천 사시던 이모는 칠골부락에 사시니 칠골 이모로 돌아가실 때까지 그렇게 불렀습니다. 또한 사시던 마을에서는 어머니를 포함 세분 모두 학산면 용소리 에서 오셨으니 세분 다 학산댁이라는 별호로 불렸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그 시절의 명칭이 왠지 더 정겹게 들립니다. (2020.08.20)
지난 장마 기간 가게 앞 빈 터에 국화 가지를 몇 개 꺾어와 삽목, 즉 꺾꽂이를 해놓고 요즘 그게 뿌리를 내리고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에 빠져있습니다. 마음속의 관찰일기가 벌써 몇 장을 넘습니다. 어릴 때 제일 먼저 본 꺾꽂이는 무강에서 자란 고구마 줄기를 일정하게 잘라 밭에 심는 고구마 농사였습니다. 어머니는 꼭 비가 내리는 날을 택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앞터의 저 국화들도 고구마 순처럼 어서 무성하게 자라서 올해 꽃도 피우고 내년에는 더 넓은 터로 자신을 뽐냈으면 좋겠습니다.(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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