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 사십분쯤 거실로 나오니 가족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가족회의의 특징은 항상 저를 빼놓고 입니다. 뻔합니다. 제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하지마라, 안 된다는 그런 말뿐이니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새 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역시나 제 관심 밖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들아이 얼굴을 거의 한 달여 만에 본 것 같고 가족 모두의 자리는 딱 두 달여 만입니다. 거기에 만족하고 저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 누웠는데 여덟 시에 깨워달라는 아들아이의 카톡이 울립니다. (2020.08.18)
올해 소서에서 초복 중복뿐만 아니라 대서 말복까지 짓이긴 긴 장마의 끝자락에서 잃어버린 한강 길을 보름여 만에 찾아 나섰습니다.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는 길은 얼추 치워져 통행이 가능했으나 한강 가는 쏟아져 내려온 토사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습니다. 계절을 알리며 우리와 함께하던 모든 풀들을 깡그리 덮어 푸르렀던 대지가 시커멓게 울상입니다. 언제 풀씨가 날아들어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길재가 다시 온다면 역시나,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
(2020. 08.17, 스마트폰 밴드: 양정 강남석의 일상)
한 끼 식사량으로 얼마가 적당할까요?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는 햇반을 기준으로 210g 하나가 딱 좋습니다. 그런데 놀랄만한 제품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오뚜기에서 나온 컵누들이라는 간편식인데요. 중량이 38,1g로 일반 햇반의 5분의1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120Kcal에 달하여 저의 한 끼로는 충분하네요. 우동 맛이라지만 감자와 녹두전분을 원료로 한 당면이 주재료라 목에 넘기기기도 한결 부드럽습니다. 가공 식품의 진화가 눈부십니다. 이제 알약 하나로 한 끼를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2020.08.16 스마트폰 밴드: 양정 강남석의 일상)
인위적으로 설정한 17일을 포함해서 3일 연휴의 첫 날입니다. 광복절이자 말복인 오늘 새벽부터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장대같이 쏟아집니다. 16년 전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제일 적응이 힘들었던 게 평일, 휴일, 공휴일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달력의 빨간 날은 쉬는 날, 노는 날이라는 개념에서 남들은 놀아도 나는 일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도심이라 이런 날은 들리시는 분도 당연 드뭅니다. 그냥 문만 열었다 닫고 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이런 날 이렇게 많이 오는 비는 차라리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줍니다.(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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