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가 넓고 눈이 예쁜 아가씨 손님이 갱년기 관련 제품을 찾습니다. 당연히 어머니 선물이려니 생각하고 나이를 물었습니다. 그게 아니고 자신이 이제 오십대로 그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합니다. 서른 중반으로 밖에 안 보인다 했더니 아직 미혼이라 어려보일 거라 하면서도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들에게도 갱년기가 찾아오나요? 차마 물어볼 수는 없어서 혼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우리 애엄마도 결혼을 후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왜? 강남석 너를 만나서!” (2020.08.12)
저는 생애 몇 번에 불과하지만 가끔 신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가 하늘인지 조상인지 모르겠으나 모두가 저의 경거망동을 꾸짖거나 경각심을 불러주는 말씀들입니다. 꿈에서가 아닌 귓전을 확실하게 울리고 제 마음으로 들어와 앉습니다. 제가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이나 자만에 빠져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을 때 들리는 데요. 지난 7월 어느 술자리에서 폼 좀 잡았더니 여지없이 한 말씀과 동시에 징계가 내려왔습니다. 며칠을 지나서야 이를 깨닫고 용서를 빌고 반성과 자기정화를 거듭한 끝에 지난 주말 겨우 풀렸습니다. (2020.08.11)
저의 아침 운동을 방해하려는 하늘의 노력이 집요합니다. 아침에 걷는 강길 8km를 수몰시켜 오도 가도 못하게 하고 우면산 산길 2km는 물에 푹 담가 놓은 듯 발을 딛을 틈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행여 좋아질세라 퍼붓고 또 퍼붓기를 오늘도 거듭합니다. 저라고 가만있겠습니까? 길이 없으면 만들어 내면 됩니다. 전철역사내 단거리 왕복걷기, 가게 주변 마을 뱅뱅 돌기, 제자리 뛰기, 여기에 팔굽혀펴기까지 동원하여 10여일 이상의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승리의 여신이 지금 제 어깨까지 와있습니다.(2020 .08.10)
지난 6월 코로나로 인한 현충원 내 여러 시설이용 제한을 이유로 아버지 제사를 너무 간소하게 지내서 그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마침 어제 비가 개인 틈을 이용해 7월 이후 자유로운 참배가 허락된 현충원으로 달려가 아버지,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역시나 아버지께서는 술 안 사왔다고 뭐라 하시고 어머니는 저를 보는 것만으로 기뻐하십니다. 이제 두 분 영정이 함께 올라오는 제례관에서 절을 드리고 그간의 소홀함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자, 긴 비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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