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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아버지 제사를 위해(2020.06.29~2020.07.02)

안방으로 들어온 애엄마가 제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갑니다. 순간 저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만에 보안검사를 하려나? 가만히 전화통화기록부터 카톡, 메시지, 밴드, 사진 등을 차례로 떠올리며 행여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을지 마음속으로 점검합니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뭐 괜찮겠다 싶어 거실로 나가 분위기를 살핍니다.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면서도(뭔가를 주문) 지금 수상한 구석이 있나 점검중이라고 슬쩍 겁을 줍니다. 저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늘 잘 지워내야지 결의를 다집니다. (2020.07.02)

 

 

저는 아직도 봉다리 커피를 달달한 맛으로 먹습니다. 부득이 일반 커피를 먹게 되면 역시 사탕까리를 넣어서 그 맛으로 먹습니다. 오늘 아침 옆 스타박스 앞에 긴 줄이 있습니다. 뭘 나눠주나 생각했는데 일곱 시 개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에서는 직원들이 청소 등 준비에 분주 합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 이미 커피가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습니다. 뭐 하나에 집중하면 세계 최고가 되어버리는 우리 민족의 저력이 커피 전반에 일등이 될 날이 머지않았네요. (2020.07.01)

 

 

갑자기 잘 열리던 엑셀이 안 열립니다. 저장한 각종 문서 중 열리는 게 없습니다. 별 수 없이 서비스센터의 원격지원으로 우회해서 기능을 살렸습니다. 이어 월말이라 세금계산서 발행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공인인증서 로그인 안 됩니다. 염치불구하고 다시 긴 시간의 원격지원으로 겨우 해결했습니다. 제 스스로 해낼 수없는 이런 고장 앞에서면 앞이 깜깜해지면서 다른 일이나 생각으로 전환할 여유조차 없어져버립니다. 해결될 때까지 꼭 붙들고 있습니다. 이것도 집착입니다. 잠시 벗어나 있을 여유를 가져야하는데요.(2020.06.30)

 

 

 

아버지 제사를 위해 여동생들이 각자 집에서 들고 온 반찬 몇에서 역시 어머니 딸들이라 어머니 손맛에 가깝다 느끼고 있는데 딸아이 송은이의 이야기가 더 반갑게 들려옵니다. “딱 할머니 맛이네, 할머니가 음식 못하게 되면서 그 맛이 그리웠는데 오늘 여기서 느껴요!” 무한한 정을 쏟아 부으셨던 할머니를 어찌 아이들인들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만 실제 이를 말로 표현해서 나타내니 제가 마음이 흐뭇합니다. 아버지 제사 자리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202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