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익힌 햇반 하나, 배추김치, 멸치볶음 거기에 김 몇 장, 저의 오늘의 행복을 제일 먼저 가져다주는 아침 식단입니다. 한술, 한술 넘길 때마다 이렇게 달고 맛있는 식사가 어디 또 있을까 스스로 감격해합니다. 새벽 다섯 시 전에 나오므로 집에서의 식사는 어려워 저렇게 소찬을 가져다 운동을 마친 여덟시 무렵 홀로 즐거워합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딱 하나 들자면 매일 아침 엄니가 끓여주시던 배추실가리 된장국 한 사발만 더 있었으면...... (2020.06.17)
심봤다! 오늘 아침 한강에서 제가 외친 말입니다. 아침이면 한강 대교에서 동작대교에 이르는 구간에 매일 50여개에서 많게는 100여개에 달하는 낚싯대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눈이 가며 저도 고기가 올라오기를 오매불망했습니다만 휘어진 낚싯대에 따라오는 것은 늘 허망과 허탈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심봤다에 걸맞게 장어가 그 몸을 드러냈습니다. 이제야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 낚싯대들이 기다린 것은 붕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2020.06.16)
한강을 걸어 현충원 주변에 이르면 노랗게 익은 살구가 강렬하게 저를 유혹합니다. 며칠은 잘 이겨냈는데 오늘은 결국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풀섶을 헤치고 어렵게 다가갔으나 살구 역시 쉽게 몸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제 키로는 팔을 아무리 높이 쳐들어도 어림없습니다. 간짓대로 슬슬 달래며 다가가아 하는데 주위에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살구들이 기회를 잡습니다. “우리는 살구가 아닌가요? 우리라도 안아가세요!” (2020.06.16)
공치는 솜씨는 알량하지만 연습만은 게을리 하지 않아서 드라이버와 피칭의 그립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두 자루의 그립을 교체했더니 그야말로 새 채가 되었으며 손에 감기는 감촉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하여 며칠 뒤 자주 쓰는 7번 우드와 6,7번 아이언의 그립을 교체했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채들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손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며 저를 괴롭힙니다. 결국 나머지 채 모조리 들고 가 새 옷으로 단장했습니다. 한 번에 끝낼 일을 세 번이나! 제가 하는 일이 늘 이렇습니다. (2020.06.15)
예쁜 아짐이 저에게 바짝 다가와 “귀에다 해드릴게요!” 합니다. 어떻게 들리십니까? 저는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오며 “뭣을 이라우?” 할 뻔 봤습니다. 인근 사우나에 아침 일찍 들렸는데 일하시는 아짐이 체온계를 들고 던지신 말씀인데요. 그냥 “귀에다 잴 게요!” 했으면 그만일 것을 묘하게 해드린다 하니 제 귀가 엉큼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라커 키를 받아들고 음흉한 미소를 흘리는 이 상황을 저 아짐은 아마 모르실 것입니다. 아짐! 다른 머스마들에게는 그냥 말없이 체온계를 내미셔요! (2020.06.14)
평소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제가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여의도 집을 출발하여 서초동가게에까지 차가 다니지 않은 길로만 걸어오는 일입니다. 물론 동작역이나 고속터미널까지는 늘 해왔으므로 그보다 좀 더 길게 걸어보려는 욕심이지요. 오늘 드디어 해냈습니다. 해냈다고 광낼 일은 아니지만 집에서 4시30분에 출발하여 한강 잠원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길마중길로 진입하여 8시10분에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에 썼던 우산이 도착 무렵에는 양산이 되었네요! (2020.06.14)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2020.06.24~2020.06.29) (0) | 2020.07.06 |
---|---|
이른 봄부터 쭉 하얀꽃을(2020.06.18~2020.06.24) (0) | 2020.07.06 |
가급적 세속의 일에(2020.06.11~2020.06.13) (0) | 2020.07.06 |
스물일곱 총각이 친구(2020.06.07~2020.06.11) (0) | 2020.06.09 |
술에 취해 아침에 깨어보니(2020.06.02~2020.06.06) (0) | 2020.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