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신고 관계로 작년 일 년간의 경조사비를 망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소 많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정리하고 보니 역시나 제 입장에서는 상당합니다. 한 달에 평균 4~5회에 전체 금액으로는 오백만원이 넘습니다. 지금이야 그럭저럭 서운을 면하고 넘어가는데 앞으로 소득이 없을 때는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보따리 싸들고 산골짝 내 고향 작은 집에 아련히 등잔불 흐를 때 노래처럼 꿈마다 그릴 게 아니고 그냥 거기로 가야지요. 그런데 갈 수는 있으려나요? (2020. 05.15)
자체 격리(휴관)를 끝내고 어제부터 다시 연 아파트 사우나장을 여섯시 개장시간에 들어섰습니다. 밖 여탕 앞에서 원피스 차림의 이쁜 아짐이 저를 반깁니다. 보안카드를 안 가져왔다며 저더러 열어달라는 부탁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여탕을 본의 아니게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윽고 남탕에 들어섰는데 놓인 슬리퍼가 앙증맞습니다. 옷을 벗지 않고 사우나 내부를 들여다보니 역시나 청소 아짐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마터면 누드쇼를 선사할 뻔했습니다. (2020.05.14)
멀리 동이 틀 무렵 한강 예쁘장한 분이 열심히 뛰어오고 있습니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땀을 뻘뻘 흘려 겉으로는 남자인지 여지인지 구별이 안 됩니다. 그래서 더 찬찬히 보는데 그분 역시 저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제 옆을 지나면서도 저를 지나고 나서도 보는 느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저를 부릅니다. 제가 쳐다보는 게 기분이 나빴을까요? 뒤로 고개를 돌리니 “치과의사 선생님 아니세요?” 잠시 착각한 모양입니다. 머쓱하지 않게 최대한 웃는 낯으로 “네에 아닙니다만 뛰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힘차게 “네!”라는 대답과 함께 다시 뛰어갑니다. (2020.05.13)
건너편 건물에 꽈배기점이 얼마 전 개업했습니다. 이 시기에 개업이라니 그 용기가 가상하고 꽈배기 하나를 가지고 가게가 운영이 될까 궁금해서 방문을 했습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그 주인인데 둘 다 씩씩합니다. 체인점이 아니고 자기들만의 솜씨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결의가 대단합니다. 상품도 제법 구색을 갖추고 먼저 온 손님도 한 분 계십니다. 선호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오천 원 한 세트를 주문하며 격려의 말씀을 마구 남기고 왔습니다. (2020.05.12)
한강 길을 걸으며 길가에 난 풀들이 다 반갑고 그 푸르름이 고마운데 유독 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풀이 있습니다. 바로 소리쟁이입니다. 겨울의 추위가 가실 무렵이면 제일 먼저 싹이 나와 맹렬한 속도로 위와 아래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갑니다. 금방 어른 키만큼 자라고 양팔을 벌린 넓이도 굉장해서 다른 풀들을 위협합니다. 꽃 또한 볼품없어서 꽃이라 부르기 민망할 지경입니다. 예뻐해야지 예뻐해야지 하면서도 보이는 순간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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