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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어제 저녁 친구 둘과의(2020.05.07~2020,05.10)


목포의 양을산에는 아직 저희 어머니의 발자취가 두 곳에 남아있습니다. 손자인 홍구의 수능이 있던 해 정초부터 매일 돌멩이 하나씩을 들고 올라가 산 정상 인근 수풀 속에 정성을 담아 쌓은 돌탑이 그 하나요. 강진 작천 이모님댁 돌담아래 자생하던 양하를 산중턱에 옮겨다 심어 그게 몇 년이 지나자 군락을 이룬 게 그 둘째입니다. 금명간에 목포에 다시 내려가 양을산을 찾아 두 곳에 어머니 이름을 빌어 복순탑, 복순밭으로 명명하고 와야겠습니다. (2020년 5월10일)




봄비가 제법 주룩주룩 내립니다. 여느 날처럼 네 시에 길을 나서려다 이거는 그간 몸에 축적된 피로를 씻어 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첫 차로 가게로 와 두 시간을 더 잤습니다. 근자 한 달 이상 하루 다섯 시간 안팎밖에 할애하지 못했으니 오늘의 두 시간은 단잠입니다. 역시나 몸놀림이 부드럽고 정신도 더 맑습니다. 그나저나 집 보다 가게에서의 잠이 더 나은 이것도 정상은 아닙니다. 소음, 불빛이 완전 차단된 덕이기는 하지만 점점 집에서의 시간을 늘려가야 할 나이인데요, (2020년 5월9일)




어버이 날입니다. 작년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오늘은 확실히 어버이 날 대접을 조금 받아도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런데 어찌 저는 오늘이 어린이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딸아이가 선물로 전통과자 한봉다리를 들고 와서 흘리지 말고 잘 먹으라고 하니 어찌 제가 어른스럽게 받을 수 있습니까? 강남석 어린이가 되어 함박웃음을 가득 지으며 “네에 가게로 들고 가서 잘 먹을게요” 껑충껑충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동작동 거쳐서 서초동으로 갑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2020년 5월8일)




어제 저녁 친구 둘과의 술자리, 긴장들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음식점이 만석입니다. 2층에 자리 잡고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는데 가만 보니 우리 셋의 목소리가 제일 큽니다. 천정이 쩌렁쩌렁 울립니다. 하나 둘 빠져나가고 우리만 남으니 그 큰소리의 주인이 우리임이 분명해집니다. 본시 우리 셋 다 촌스러움을 면치 못하는데다 더구나 점점 더 많이 잔귀를 먹어가니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로 인하여 집에서도 구박당하는 현실을 서로 동정하면서 그래도 그 집을 향하여 술자리를 마쳤습니다. (2020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