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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여러분 오래 기다렸습니다.(2020.04.14~2020.04.18)

결혼 전 우리 둘은 어느 것 하나 맞는 게 없다는 궁합이 나왔습니다. 도대체 부부의 연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역시나 제 마음이 집으로 향하니까 애엄마 마음이 밖으로 향합니다. 이틀 연속 안 보여서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양 이모(처제)집에 차례로 들려 쉬고 있다는데 뭔가 음모가 진행 중일지 모릅니다. 딸아이는 알고 있는 듯하면서 저에게는 그냥 아무 일 없으니 걱정마라고만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집 오륜은 부부각방(夫婦各房), 모녀유친(母女有親), 부자무식(父子無識), 장유동등(長幼同等), 재산유별(財産有別)입니다. (2020.04.18)




저는 세상의 여러 아짐들을 두루 좋아합니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꼭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짐 둘이 있었습니다. 둘 다 세칭 예쁜 얼굴을 가졌으나 한 아짐은 마치 자유의 투사나 되는 양 머리를 깎고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며 표독스럽게 말을 내던져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안겼으며, 한 아짐은 빠루(노루발못뽑이)를 들고 나를 따르라며 휘하의 의원들을 공사장으로 내몰아 아직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지 두 아짐에게 똑같이 가정 복귀를 명하셨네요.

(2020.04.17)




이 치료로 인한 금주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별 다른 저녁 약속 또한 없어 본의 아니게 며칠 연속 집에 일찍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한 이틀은 다소 어색하고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는데요. 갈수록 몸과 마음이 편해집니다. 우선 애엄마의 눈길이 한없이 부드러워졌고 술 냄새에 대한 핀잔도 없어졌습니다. 저녁 식사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술자리의 즐거움에 이어 일찍 들어가는 즐거움까지 더했으니 매일 매일이 저에게는 즐거운 날입니다. 만세! (2020.04.16)




새벽 여의도 집을 나와 한강 길을 나서면 별 하나와 달 하나가 저를 맞이합니다. 앞서거니, 옆서거니를 반복하며 가끔 삼중창도 합니다. 그러다 동작역에 이르면 슬그머니 저를 현충원의 아부지 엄니께로 이끕니다. 제가 먼저 손을 들어 인사를 합니다. “아따 뭐 하러 이리 일찍 일어나셨소?” “오냐 네 지나가는데 봐야지, 애미 사업도 잘 되고 얘기들도 괜찮을 것이니 걱정마라 잉!” 갑자기 눈가에 이슬이 젖습니다. “암은이라우 잘 되고말고요!” 그때까지 달도 별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2020.04.15)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기뻐해주십시오. 드디어 새 청소 아짐 두 분 중 더 젊고 예쁘신 분이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구역이 은행만 한정해서 바로 제 가게 옆이라 저를 지켜보고 있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청소하는 저에게 방긋 웃으며 다가와 한번 해드리고 싶었다며 깔판 털기와 아울러 밀걸레질까지 해주십니다. 지난번 아짐의 후의는 다소 부담스러웠는데 이 아짐의 미소는 어찌 반가울까요? 정녕 저도 짐승임에 틀림없습니다. (20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