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의 아짐 두 분이 놀러 오셔서 자연스럽게 남편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습니다. 은퇴해서 집에만 있는데 집안 일 하나 거들어주는 법이 없고 조석으로 끼니까지 챙겨야하니 아침 일 나오면서 성질이 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저더러는 애엄마 모르는 돈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고 충고를 합니다. 말년에 간섭없는 부담없는 자유를 누리라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모르는 돈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고 말년에 그냥 꽁무니만 줄줄 따라다니면 귀찮아서 용돈을 주지 않을까요?(2020.04.22)
어제 밤 모처럼 애엄마, 딸아이와 더불어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딸아이의 추궁이 시작됩니다. “아빠 며칠 전에 생라면 먹었지?” 군입거리로 라면 한 봉다리를 다 먹은 적이 있었는데 어찌 알았을까요? “ 제발 좀 흘리지 마셔요. 주방에서 안방 그리고 거실에 이르기까지 라면 부스러기가 줄줄이 떨어져 있었어요.” 제가 이렇습니다. 뭘 단정하게 못 먹습니다. 묻히고, 흘리고는 저는 모릅니다. 설령 보여도 치울지도 닦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뭔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2020. 04.21)
요즘 저는 전철에서 경로석에 빈자리가 보이면 주저 없이 앉습니다. 물론 연로하신 분이 오시면 바로 비켜줄 양으로요, 어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되어서 앉았는데 깜박 잠이 들었나봅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살짝 눈을 뜨자 제 앞에 분노에 가득 차 금방이라도 저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 눈빛의 할아버지 한분이 서 계십니다. 앗, 뜨거워 벌떡 일어나 그 칸도 아닌 옆 칸으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옴 마니 반메 훔!(2020.04.20)
“송알송알 싸리잎에 옥구슬” 여기까지는 잘 부르다가 이후 가사는 뒤죽박죽입니다.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이던가? 아침마다 노래를 부르면서 나오는데 아무래도 최근 배운 노래들이 없어서 오래 전 노래들이 주를 이루는데요. 이마저 이제 기억들이 희미해져서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거의 없습니다. 우습게도 군가는 몇 개를 끝까지 불러냅니다. 잊혀지고 잊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좀 아쉽습니다. 하긴 너무 많이 남아있으면 과다기억증후군이라든가요? (202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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