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내 화장실에 들어섰는데 빈 곳의 화장지통위에 스마트폰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누군가 놓고 간 게 틀림없습니다. 평소 하는 대로라면 제가 가져가 주인과 연락을 취해 돌려주는 게 맞는데 망설여집니다. 세상이 하도 상식 없는 일들이 횡행해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그대로 두는 게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잃어버린 것을 알고 곧장 달려올 테니까요. 그때까지 온전하게 있기를 바라며 저는 그 칸을 두고 다른 칸으로 옮겨갔습니다. (2020.04.08)
어느 모임 건너편 가장자리에 나이가 저 보다 훨씬 들어 보이는 분이 기품이 있어 보입니다. 언어도 절제되고 공손합니다. 다가가 인사드리고 몇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동갑입니다. 순간 제 자신을 깨닫습니다. 남들 눈에는 저 역시 저분처럼의 나이를 느낄 텐데 너무 까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정해야지, 가볍게 보이지 않아야지, 과거 이야기는 무조건 말아야지, 말 수를 확 줄여야지, 더욱 더 겸손하고 감사해야지! (2020.04.07)
선거일이 다가오자 남부터미널 거리에도 입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기 시작합니다. 우선 1번과 2번이 제일 먼저 내걸었습니다. 1번은 파란색에 아짐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2번은 분홍색에 아재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파란색을 좋아하면 1번을 찍고 분홍색을 좋아하면 2번을 찍으면 됩니다. 아짐을 좋아하면 1번을 찍고 아재를 좋아하면 2번을 찍으면 됩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좋은 분이 있기는 한데 표하고 거리는 멉니다. 우리 동네 후보 이름조차 잘 모릅니다.(2020.04.07)
증산교의 강일순은 한바탕 질병이 휩쓸고 간 세계에 상생의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고 그 중심에 우리나라가 있게 된다고 예언을 했습니다. 마치 지금의 형국을 보는 듯합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하여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손길을 요청하는 모양새가 그리 보입니다. 꼭 부합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문득 증산교의 태을주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훔치 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 사파하’ (2020.04.06)
저에게서 세상일은 겸손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어려서 입학시험에 떨어진 일, 주말이면 수없이 봤던 선, 안정된 직장에서의 뜻하지 않은 퇴직, 15여년 계속된 어머니의 치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 정국 등을 거치면서 겸손만이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 느끼며 그리 실천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잘 지켜가다 술이 취하면 문제입니다. 슬그머니 교만이 머리를 내밉니다. 마구 나내다가 아침이면 후회합니다. 당 멀었습니다. (20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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