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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회양목과의 키크기 경쟁에서(2020.04.08~2020.04.12)

한가한 일요일 떠오르는 해와 함께 우면산을 철저하게 해찰을 부리면서 걷습니다. 동서남북과 위아래가 벗이 됩니다. 위로는 참나무에 싹이 돋기 시작하고 귀룽나무에도 흰 꽃이 날립니다. 아래로는 족두리 풀이 가냘픈 몸을 가까스로 들어 올렸습니다. 땅위에 걸친 꽃이 앙증맞습니다. 고사리류 식물들은 땅을 뚫고 나오기 미안했는지 고개를 숙인 모습이 겸손의 절정입니다. 꽃 지고 잎 나오는 진달래를 뒤로하며 다시 일상으로 들어갑니다. (2020.04.12)



봄바람은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흔들어 땅속의 물을 끌어올리기 쉽게 해서 잎이 나는 것을 돕고, 아짐들 마음도 사랑으로 흔들리게 한다는데요. 어찌 올봄의 봄바람은 찬 기운만 몹시 많이 담았습니다. 시절이 그래서인지, 유난히 일교차가 다른 해보다 커서 그런지, 제가 나이가 들어 그런지 모르겠으나 봄바람이 봄바람 같지 않으니 옷 입기도 옹색하고 주위의 아짐들 얼굴도 밝지 않아 보입니다. 사랑이 들어갈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하, 마스크 때문? (2020.04.10)



할머니 고객께서 오셔서 한 시간여 이야기를 하시는데 제가 저의 어머니 경우를 보건데 지금 치매 초기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요즘 뭘 깜박깜박 잊는 정도라 하니 본인은 물론 기족들은 생각조차도 못할 텐데요. 10여분 거리의 댁에까지 같이 걸으며 모셔다 드리면서 저걸 어떻게 가족들에게 알려드릴까 궁리를 했습니다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를 해도 가족들이 믿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의 저지는 어려워도 지연은 가능한데요. (2020.04.10)



사전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기존의 절차에 손 소독, 체온측정, 비닐장갑착용의 세 절차가 추기되어 다소 시간이 더 걸려 줄이 길어졌습니다. 저는 선거가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택하고 그도 없으면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오늘 역시 마음에 쏙 드는 후보가 없어서 그냥 늘 하던 대로 표를 던졌습니다. 성인이 되어 첫 선거였던 통일주체대의원선거에서는 후보 모두를 다 찍어 무효표를 안겼었는데요. (2020.04.10)



회양목과의 키 크기 경쟁에서 승리한 우리 가게 앞 화단의 철쭉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승전가를 부릅니다. 쭉 응원을 아끼지 않은 저도 같이 부르며 즐거워합니다. 철쭉만 있는 옆 가게 앞은 아직 멀었습니다.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역시 나무나 꽃들도 경쟁상대가 있어야 긴장하고 분발하는 것이 사람들 사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일체 만물은 모두가 평등합니다. 차별이 없습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합니다. (202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