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티샷의 떨림, 공이 앞으로 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이런 삿된 마음들이 어느 사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홀이 다가올 무렵 캐디아가씨가 따뜻한 격려를 보내옵니다. “이제 어디 가서 공 못 친다는 말씀은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물론 잘 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조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따라만 다니던 긴 세월이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순간입니다. 입문 동기 이홍국, 최진호 그리고 늘 차 옆자리를 내준 황오연, 오기주님을 비롯 저와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20.04.28)
멀리서 해가 얼굴을 내밀 무렵 한강 흑석동 다리 아래 한 조사(釣師)의 손놀림이 분주해졌습니다. 들어 올리는 낚싯대가 물에 잠길 듯 휘어지면서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낚싯줄을 감기가 영 힘에 부칩니다. 적어도 1m이상의 고기가 물린 게 틀림없습니다. 지나가던 저도 길을 멈추고 응원을 보냅니다. 밀고 당기기를 몇 분여, 드디어 낚싯줄의 끝이 물을 박차고 얼굴을 드러냅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큰 고기의 허황된 꿈이 허무와 허탈로 바뀝니다. 그분도 저도! (2020.04.26)
지역화폐다 뭐다 결제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제가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기기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며칠 전 젊은 총각이 스마트폰에 들고 온 바코드 역시 기기가 읽어 내지를 못했는데요. 그냥 상품은 가져가고 결제는 나중에 하라고 했더니 자신을 어떻게 믿느냐면서도 즐거워합니다. 역시나 3일이 지난 어제 왔습니다. 저도 스마트하게 결제를 끝냈음은 물론이고요. 나가면서 “꼭 다시 오겠습니다!” 요즘 세대가 훨씬 밝습니다. 믿음직합니다. (2020.04.25)
거울을 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선 맹렬하게 돌진하는 탈모전선을 육탄으로 막아내어 아직 앞에서 보면 멀쩡하게 보이게 하는 앞머리들에게 고개 숙여 절합니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스마트폰이다 책이다 혹사해도 전혀 내색을 하는 두 눈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날이 갈수록 외계에서 온 인조이가 자리를 빼앗아감에도 아무 불평 없이 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자연이들에게도 청정제를 부여하며 칭찬합니다. 돋보기를 받쳐주고 얼굴의 중심을 잡아주는 코도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0.04.24)
애엄마의 입맛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복죽을 사서 들고 갔습니다.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싫지는 않은지 반 정도를 비웁니다. 옆에서 쳐다보던 딸아이가 처음 일이라며 감탄합니다. 내친 김에 어제는 나주곰탕을 사들고 갔습니다. 잘 먹겠다며 이번에는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선행(?)이 이미 광주의 처가에 알려져 장모님을 비롯 그 칭송하는 소리가 드높다합니다. 칭찬 듣자고 한 일은 아니고 사실 애엄마 건강이 우리 집 최우선 순위입니다.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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