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 김밥집 사장이 서류 몇 장을 들고 왔습니다. 손님이 너무 없어 직원을 줄이고도 힘이 든다며 임대료 한시 인하 요청을 하려는데 공문 초안을 잡아달라고 합니다. 요즘 모두 간절할 것인데 처음에 불러주고 받아쓰게 하다가 김밥집 사장이 마무리해서 작성하려면 상당시간이 걸릴 것이 뻔해 제가 직접 피시로 작업을 해서 만들어 주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나가는 저분의 호소를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03.07)
저에게는 세상에 어려운 일이 또 하나가 있습니다. 가게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하루 한 끼 정도는 햇반으로 해결하는데요. 조리에 앞서 햇반의 위 비닐을 벗겨내는 일이 생각과 달리 쉽지 않습니다. 손만의 힘으로는 도무지 열 수가 없습니다. 뭘 그리 세게 부착했는지 늘 입에 물고 이로 뜯어내기도 어렵습니다. 위 껍질 비닐 벗기다가 성질을 버릴 지경입니다. 저만 어려운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세게 붙여놓지 않아도 될 텐데요, (2020.03.06)
앞 옷 가게 아짐이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 소리 또한 너무 커 옆에서도 다 들립니다. 스스로 코로나라는 진창으로 마구 빠져 들어갑니다. 우리가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할 때 그게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이고, 문제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그냥 흘러가는 일상일 뿐인데 저렇게 시시각각 반응하며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표정이 밝을 리가 없습니다. 잊고 살아도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며, 모르고 살아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인데요(2020.03.06)
연 이틀 만취해 들어갔더니 오늘 새벽 급기야 애엄마가 좋은 사람 알아보라고 합니다. “그만 살자!” 하면서 그래도 “누가 살자고 할까?” 그럽니다. 얻어들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는 좋은 말로 타이르니 이를 받자온 저는 바로 대오반성을 합니다. 말로 앞으로 안 먹겠다하면 당연히 믿지 못한다 할 터 가슴으로 느끼며 당분간 조신해야지 다짐합니다. 잡혔던 약속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취소가 되니 이 또한 애엄마 기대에 부응하는 일입니다. (2020.03.06)
횡재를 했습니다. 지난 초겨울 잠시 입고 걸어둔 양복바지 뒷주머니에서 무려 23만원이 나왔습니다. 어찌 22만원도 아니고 25만원도 아닌 딱 23만원일까요? 이건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저와 23이라는 숫자는 인연이 많습니다. 중학 3년간 제 번호가 23번이었으며, 장갑의 사이즈가 23호입니다. 오늘의 23만원은 앞으로 23억이라는 더 큰 행운의 전주곡이 틀림없습니다. 몸과 마음을 더욱 청정히 하고 감사와 겸손의 나날들을 만들어가야겠습니다.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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