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건물 주위로 약국이 넷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침 9시 무렵이면 네 약국 모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살아생전 약국의 긴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일종의 자연재해로 봐야하나요? 아니면 인재? 1968년 전남 지방에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해 목포 용당동의 우리 동네 수도도 어림없어서 물 공급차가 오기를 양동이나 바께쓰와 함께 줄을 섰던 기억이 선한데요. 비가 오면 해갈 되듯이 어서 빨리 그저 신기루였구나 싶었으면 합니다. (2020.03.10)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아침 우면산 길을 따라 가면 몸 일부가 꺾여 본 나무에 어렵사리 붙어있는 가지 하나를 만납니다. 포기하기가 더 쉬었을 텐데 땅에 가까스로 몸을 의지하고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어린 잣나무도 응원하고 옆의 생강나무도 박수를 보냅니다. 우면산에 낮과 더불어 봄기운이 올라오면 봄은 위나 아래나 크거나 적거나 분별이 없으니 꺾어진 나무에도 봄이 옵니다. 새싹을 피웁니다. 그리고 봄을 노래합니다. (2020.03.10)
몸 속 나트륨의 효과적인 배출을 돕기 위해 콜라비를 매일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하게 생겼습니다. 무도 아니고 양배추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파도 아닌 것이 겉은 보라색에다 단단하기가 칼도 잘 안 들어갑니다. 본시 양배추와 순무를 교배한 품종이라는데 꼭 옛날 어릴 적 먹었던 배추 끌떵(뿌리) 맛과 비슷합니다. 당연 뿌리려니 생각했는데 줄기라고 합니다. 아삭아삭 식감도 좋아서 계속 당깁니다. 한 달을 매일 먹고 몸의 변화를 관찰하렵니다. (2020.03.09)
우면산의 소나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서초구청의 따사로운 은혜에 힘입어 모두 재선충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그 증명서를 일련번호로 발급 받아 가슴에 달고 폼을 잡습니다. 옆의 참나무들이 샘이 났습니다. 봄이 다 가도록 새 잎을 내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집니다. 벗이 없으면 자랑꺼리도 있으나마나 소나무들이 얼립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참나무 너희들이 비닐 옷을 얻어 입었잖아! ㅋㅋ이래저래 나무들에게는 미세벌레들이 인간사회에서는 바이러스가 문제입니다. (2020.03.09)
새벽 세시에 일을 마치고 들어온 애엄마가 짠합니다. 사기를 북돋아주기로 했습니다. 별 거 있나요? 칭찬입니다. “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야. 세상의 일을 가치의 높낮이에 따라 정확히 구분해서 거기에 맞게 시간과 마음을 배분하고 정성을 다하네. 그리고 모든 일에 감사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드만. 나도 당신한테 많이 배우네. 이 만큼이 모두 당신 덕이야요!” 싫지는 않은지 저더러 냉수 한잔 가져다 달라 합니다. 누구 말씀인데, 바로 가슴에 안겼습니다.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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