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이 훨씬 넘으신 노부부께서 길을 묻습니다. 단서는 중앙로18이라는 종이쪽지 하나입니다. 저도 모르니 찾아드리겠다고 같이 나섰습니다. 두 분이 4번 출구라는 사실만 아셔서 이쪽에서 한 시간여를 헤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분 얼굴이 팽하십니다. 바로 옆 빌딩 지하의 음식점이었습니다. 문 앞에 이르자 사실 약속은 내일인데 오늘 예행연습을 나오셨답니다. 실수하지 않으시려고. 저에게 감사의 합장을 하시는 두 분 얼굴이 바로 부처이십니다. (2020.02.22)
스스로 마음을 닦고자 2015년 시작한 금강경 공부가 이제 5년여를 넘겼습니다. 처음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 강의를 접하고 두 번이나 읽었는데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2년간 세간의 금강경에 관한 동영상을 닥치는 대로 보고 듣고를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자를 들었더니 알듯 모를 듯. 이후 자면서까지 우리말 금강경을 듣기를 3년 아마 기 천 번은 들었을 것입니다. 2020년 2월 드디어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된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신원봉 옮김)! 감격스러우나 실제는 체득이 더 어려운 일입니다. (2020.02.22)
애엄마가 모양은 구두 같은 운동화 한 켤레를 현관 앞에 두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새 신을 신고 싶었는데 어찌 알았을까요? 어릴 때 어머니께서는 영암장(5일,10일장)에 가시면 신전에서 제 고무신을 사오곤 하셨는데요. 검정색이 아닌 노란색이나 푸른색이 있는 고무신을 택하셨습니다. 나름 그래도 더 고와보이는 신을 아들에게 신기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운동화는 6학년 늦가을 서울 시험 보러 가기 전이 처음입니다. 윗목에 두고 보고 또 보고를 거듭하다 기차 타러 영산포로 가면서 껑충! (2020..02.21)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로 진입하려는데 “여성 미화원이 청소 중입니다”라는 입간판이 벽에 등을 두고 있습니다. 순간 당황할 수밖에요. 청소 중이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것인지, 여성이 있으니 미리 바지를 내리고 들어오지 말라는 것인지, 남자 화장실에 이성이 있으므로 놀래지 말라는 것인지. 사실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게 서로 좋겠지만 그 앞의 남성들은 다 급할 텐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가로질러 있는 게 아니라 옆으로 세워둔데 착안해서 미안하지만 그냥 들어갑니다. (2020.002.21)
가게에 멸치볶음을 가져다놓았더니 매끼 식사가 기다려집니다. 지금이야 멸치로 부르지만 저 어릴 때는 이루꾸였고 꽤나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멸치볶음까지 갈 이루꾸가 있었나요? 매일 아침 먹는 실가리국에 몇 마리와 그리고 여름날 입맛 없을 때 장에다 몇 마리 빠쳐 그거 건져 먹는 거만으로도 행복이었는데요. 지금은 말린 거뿐만 아니라 생회로도 먹게 되었으니 비약적인 삶의 진화입니다. 그런데 이루꾸도 머리가 맛있나요? 버리기도 하드만 (202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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