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면 저는 기꺼이 받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사업이나 가게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며 직접 전달하는 경우와 둘째는 의뢰를 받은 사람이 나눠주면서 자기가 전달한 수량만큼 돈을 받아가므로 두 경우가 모두 자신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길 수밖에 없어 그를 외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잠시 손을 내밀면 되는데 열 중 한두 분 받아가나요? 지켜보고 있으면 짠한 마음이 우선입니다. (2020.02.14)
몸이 자꾸 우면산을 불렀습니다. 그간 겨울이라는 단어에 묶여 엄두가 안 났는데 뭔가 있을 가라 생각해서 몸을 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 우면산은 처음입니다. 미안한 마음에 입구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우면산이 소 웃음으로 저의 인사에 답합니다. 오르락내리락 몇 걸음에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생기와 활력을 동시에 불어 넣는 것입니다. 여섯 살 어린 잣나무의 환영은 덤입니다. 잘 자랐구나! (2020.02.13)
안의섭의 두꺼비,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 신문의 한쪽을 차지했던 네 컷 시사만화의 주인공들입니다. 아침에 배달되어오는 신문을 펼쳐 제일 먼저 보곤 했었는데요. 매일 어떻게 빠짐없이 저렇게 그려낼 수 있을까? 또한 당일 기사를 소재로 한 내용도 있어서 어찌 저리 빨리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늘 궁금했었는데요. 세월이 흘러 저도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저만 글로 생각하지 이게 죽인지 밥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오늘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언제 끝을 낼지는 저도 모릅니다. (2020.02.13)
단백질 흡입을 위하여 소고기 한 팩을 사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집에는 처가에서 부쳐온 몇 배나 많은 고기가 저를 기다렸습니다. 이런! 우선 밥을 푸려고 밥통 뚜껑을 열었습니다. 빈 통이 또한 저를 기다립니다. 이런! 황급히 밥을 하려고 쌀을 찾았으나 빈 뒤주가 저를 또 기다립니다. 이런! 별 수 없이 고기와 채소로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할 수밖에요. 이윽고 고기가 익고 쌈장을 찾았으나 역시나 저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런! 없는 것인지 못 찾는 것이지 이런의 연속입니다. 이런!(2020.02.12)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등장했을 때 어떻게 회충, 요충, 촌충, 십이지장충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더구나 포스터의 눈을 가린 주인공들 땅바닥에 누운 사람을 보고 기생충에 신음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계몽영화인가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일 년에 한두 편 보는 영화가 바로 어제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나는 바로 그 기생충이었으니 저도 축하행렬에 발 하나를 낄만합니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임을 세계만방에 알린 봉준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봉준호 만세!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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