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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아무래도 모자 하나가(2019.08.31~2019.09.03)

삼거리 오른쪽 인도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정면에서 오던 빈 택시가 신호등에 걸렸습니다. 보아하니 저를 발견한 것 같으나 빨간 불이라 도리가 없습니다. 기사님의 마음을 헤아려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직진하는 빈 택시 두 대가 지나갑니다. 제가 세워서 타면 그만이지만 그냥 보냈습니다. 이윽고 우회전을 한 그 택시가 제 앞에서 멈춥니다. 포기했었는데 기다려준 저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건넵니다. 가는 동안 내내 택시 안이 훈훈합니다. (2019.09.03)




남부터미널 곧 출발하려는 버스 앞에서 아짐 일행 셋 중 둘이 말싸움에 여념이 없습니다. 서로 반말을 하고 전화연락 운운 하는 것으로 보아 친구 사이에 의사소통 문제로 서로 마음이 상했나 싶은데 그래도 그렇지 곧 같은 곳을 가야할 사람들이 저리 싸우면 오늘 하루를 어찌 지내려고 저럴까요? 제 또래쯤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친구 사이에 싸울 여지가 있나봅니다. 둘 중 한분만 참아내면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을. 아니면 머리끄덩이 서로 끌어당기며 화끈하게 싸우든가!(2019.09.01)



얼룩이 많은 얼굴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와 양손에는 쭈그러진 쇼핑백, 누구라도 노숙자거나 뭔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짐이 저에게 다가와 백 원짜리 있냐고 물어봅니다. 조금 얼척이(어처구니가)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몇 발자국 못가 이내 후회를 합니다. 진짜로 뭔가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너무 우습게 생각했다 싶어 뒤를 돌아보았더니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갈 용기는 없어 저도 그냥 제 길을 갑니다. (2019.09.01)



어제 김영욱 사우가 편부로 10만원을 의뢰하면서 그 금액의 1%인 천원을 더 보내왔습니다. 받는 순간 얼굴에 미소뿐만 아니라 웃음이 뻥 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발상의 전환, 삶의 큰 선물입니다. 본인은 운송료라고 익살스레 표현하지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그리고 봉투 값이라도 하라는 배려입니다. 저도 한 수 배웁니다. 생각하지 못한 작은 친절이 감동을 부르고 세상을 밝게 합니다. 사랑의 파장을 마구 넓혀갑니다. 영욱이 성 만세! (2019.08.31)



아무래도 모자 하나가 제 골프 운명을 바꿔놓을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쭉 운동모자의 일반적인 형태인 캡(cap)을 저에게 어울리지 않았으나 머리에 얹고만 다녔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신사정장 모자 형태 즉 햍(hat)을 선물 받아 이를 착용하고 나갔습니다. 조금은 어색했는데요. 이게 웬일입니까? 샷이 참 편해졌습니다. 덩달아 퍼팅도 신중해졌습니다. 캡과 달리 둘레 모두에 차양이 있어 눈이 공에서 떨어지는 시간이 좀 더 길어 그러리라 생각됩니다만 희한합니다. 다음 모임이 기대됩니다. (201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