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어지께까지는 비가 오드만은 오늘 추석은 날이 좋소야 해가 났어라우. 으째 며느리가 차레준 진지는 잘 드셨소? 현충원에서 이제 자리 잡으셨으면 매느리 하는 사업 잘 되도록 힘 잔 써주시고 그라고 아부지가 질 이빼하는 홍구 송은이도 결혼이라는 말이 생각나도록 어찌깨잔 해보씨요야. 엄니는 그작저작 잘 계신께 너머 걱정하시지 마시고라이. 뭐시냐 나도 지난 2윌 한강길에서 자빠져서 뱅원에 댕개왔는디 그란 일 없께 신경 좀 써주씨오 잉. 인자 갈라요. 가까운덴께 차비는 안주셔도 되아라우.
(2019.09.13)
화환 몇 개가 애엄마 마음을 크게 저에게로 향하게 했습니다. 저를 보는 눈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목소리도 온화하십니다. 저녁 무렵이면 식사를 집에서 하겠냐고 물으며 바쁜 중에도 상을 차려 놓습니다. 예년 같으면 추석 전날인 오늘 목포에 내려갈 일로 갈등 폭발 일보직전일 텐데 그도 없으니 집안에 평화가 가득합니다. 어디 제가 화환뿐이었겠습니까? 이번에는 애엄마 직원들 추석 선물까지 제가 준비하여 대령했습니다. 다들 수고가 많으니까요? (2019.09.12)
명절 때면 꼭 오시는 순님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 년에 두 번 오시는 셈입니다. 절대 그냥 오시는 일은 없습니다. 웃음을 짓거나 정을 나누거나 환하고 밝은 인사를 가지고 오십니다. 물론 혼자 오시는 분은 부모님을, 동료 둘이 오시는 분은 직장 상사를, 부부가 함께 오시는 분은 사돈네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시기 위함입니다만 모두 사랑에 가득차서 주변을 따듯하게 만드는 분이라는 점에서는 한결같습니다. 이 분들을 대하는 저의 마음 역시 한결 같습니다. (2019.09.11)
평소 낮 동안은 거의 나와 통화한 적이 없는 애엄마가 전화를 걸어와 교대역 주변에 매장하나를 오픈하는 날인데 너무 썰렁하다며 화환 몇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런 사실도, 또한 장소도 모르지만 누구의 지시인데 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가까운 지인 몇 분께 요청하였더니 두말없이 속속 도착시켜 제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는데요. 매장의 딸아이가 사진으로 전송해주면서 아빠인 저의 힘을 조금은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ㅋㅋㅋ 저도 언젠가는 매장을 한번 들려야 할 텐데 언제일지?(2019.09.10)
추석을 앞두고 목포 병원의 어머니를 찾은 여동생이 외손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며 부르는 어머니의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반갑고 기쁜 일인데도 어머니의 기억이 다 돌아왔는지 더럭 겁이 났습니다. 그러면 목포 병원에 어머니 혼자 내버려둔 사실에 저를 원망하실 것이며, 아직 어머니 계심에도 목포 집을 팔아버린 사실에 분노하실 것이며,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사실에도 너무 슬퍼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일이란 게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만 또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도 많습니다.(20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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