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이 아직까지 공부를 잘해서 저를 기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세칭 좋은 학교에 입학해서 저를 기쁘게 한 적도 없으며 또한 반듯한 직장을 가져 저를 기쁘게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대치가 낮아졌을까요? 며칠 전 아들 홍구가 목포 병원의 어머니를 말없이 뵙고 와 저를 기쁘게 하더니 어제는 딸 송은이가 자신의 논문이 게재된 학회지를 들고 와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고맙다는 말로 사기를 진작시켰습니다. 자잘한 기쁨이라도 늘......(2019.08.29)
추석 특수기에는 회사에서 상품 배송에 용차를 잠시 활용합니다. 어제 아홉시를 갓 넘겼는데 용차 기사분이 도착해서 짐을 나릅니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오셨냐고 하니 갈 곳이 많아 서둘러 출발하면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매장을 물으니 선배 기사들의 대답이 우리 가게가 전국에서 제일 먼저라고 했답니다. 사실은 일곱 시 무렵 출근해서 아홉 시까지는 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데 아무튼 싫지는 않은 소문입니다. 물론 부부가 함께 일을 하는 저 용차 기사님께 홍삼을 안겨드렸습니다. (2019.08.29)
집에 아무도 없어 생애 밥 짓기에 이어 두 번째로 익힌 요리 달걀 프라이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늘 두 개로 했는데 세 개로 할 때는 난이도와 맛 그리고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두 개가 들어가면 딱 맞는 프라이팬이라 나머지 한 개를 위에 엎으니 그대로 안겼습니다. 난이도는 그렇게 통과하고 맛 역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두 개에만 익숙해 있던 배가 놀랐습니다. 더부룩에 거북까지 겹쳐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습니다. 역시 세 개는 욕심입니다.(2019.08.27)
마치 석수장이가 돌을 다루 듯 잇몸 가까이 정(綎)을 대고 망치로 쳐서 임시 이를 들여 냅니다. 그리고 빛깔도 영롱한 새 이를 뒤집어씌웁니다. 두 달여에 걸친 앞니 치료가 끝나 제 입속에는 또다시 인공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얼굴도 인공이고 이도 인공이니 어느 친구가 제가 시끄럽다며 지어준 별호 인간 공해의 준말 또한( 비록 그 의미는 다르지만) 인공이니 드디어 제가 제 별호 인공에 가깝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겉모습은 멀쩡하니 인공이 양정이고 양정이 곧 인공입니다. (2019.08.27)
가끔은 오시는 손님들께서도 저에게 감동을 안기십니다. 주로 할머니 고객들이 그러는데요. 어제 역시 간간 오시는 할머니께서 아홉시 전에 오시더니 저더러 부지런하다는 칭찬으로 포문을 여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제 표정이 밝아서 좋다고 하시며 긍정적인 사고 또한 마음에 든다고 하십니다. 칭찬 앞에 으쓱해진 저는 할머니를 건물 밖까지 배웅했습니다. 그리고 가게로 복귀한 순간 할머니 양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쏜살같이 들고 달려 나가 할머니를 다시 뵙습니다.(2019.08.26)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면 그분의 힘이 손을 타고 저에게 전달됩니다. 다 저보다 힘이 세고 어떤 분은 아플 정도입니다. 어려서 국민 약골이었던 저는 힘이 너무 없어서 진짜로 내가 남자인가 스스로 의심할 때가 많았습니다. 여자로 태어날 사람이 잘못 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습니다. 뭐 지금이라고 그다지 나아지지 않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손에서 물건이 빠져나갑니다. 스마트폰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뒤쪽은 온통 금이 가 언제 깨져버릴지 모를 지경입니다. (201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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