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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왼쪽 양말의 위쪽 무늬가(2019.08.19~2019.08.22)

지금 한강변에서는 토종인 며느리밑씻개 덩굴과 외래종인 가시박 덩굴과의 영토 전쟁이 치열합니다. 서로 땅을 늘리려는 싸움이 볼만 합니다만 아무래도 시어머니 지원을 받지 못하는 며느리밑씻개가 아메리카 원산 즉 미제인 가시박에 중과부적(衆寡不敵)입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당차게 꽃을 피우는 토종 덜굴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박주가리입니다. 오늘따라 그 향이 더욱 진합니다. 이래저래 인간세계나 식물세계나 살아가는 이치는 다 똑같습니다. (2019.08.22)




우리 고객 중 제일 나이 많으신 올해 구순의 할머니께서 가게 앞을 지나기시기에 얼른 나가서 큰 소리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며느리가 가만히 며칠 전 할아버지를 여의셨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으시고 기가 넘치시던 분인데 힘도 없어 곧 쓰러지실 것 같습니다. 두 분이 늘 다정하게 산책을 다니시고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시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았는데 할머니의 슬픔이 저에게도 전해왔습니다. 으짜든지 힘 내셔요, 할머니! (2019.08.21)




건물 청소 하시는 기 아짐보다 열 대 여섯 살이나 어려보이는 새 아짐이 얼마 전에 가세하였습니다. 역시나 젊은 나이답게 기존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시원한 원피스나 반바지 차림으로 일을 하시니 훨씬 육감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기 아짐이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하시며 온갖 일에 다 참견을 하는 반면 새 아짐은 오로지 자신의 일에만 열심입니다. 물론 저하고도 눈을 마주치는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아니 슬쩍 봤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2019.08.21)




서른한 살 먹은 아들 홍구가 여태까지 살면서 공부를 잘해서 저를 기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 우리 가족을 기쁘게 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어여쁜 처자를 사귀어서 곧 결혼이라도 할 생각 역시 눈곱만큼도 없으니 제가 아들로 하여금 기쁜 역사가 없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예고 없이 목포의 할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손자는 알아보셨다하니 제 마음이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2019. 08.20)




왼쪽 양말의 위쪽 무늬가 오른쪽 양말의 바닥에 있습니다. 어떻게 잘못 신으면 이런 현상이 나올까 의아해하면서 벗어서 다시 신기로 했습니다. 한쪽을 뒤집으면 같아질 거라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벗자마자 제 생각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애초에 집에서부터 짝짝이를 신고 나온 것입니다. 누가 발을 유심히 쳐다볼 리는 없으므로 그대로 그냥 신었으나 다시 보니 이 또한 절묘합니다. 서로 다른 무늬가 조화롭게 빚어내는 양말패션! 새로운 양말문화의 탄생입니다. (2019.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