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 아침 자고 있는 식구들을 위해 아침밥을 하러 나섰습니다. 언제나 정확한 계량에 의한 과학적 밥 짓기를 추구하는 제가 평소와 같이 물과 쌀의 비율을 정확하게 1;1로 가져갑니다. 그런데 쌀을 씻다가 글쎄 쌀을 한 컵을 넣는지 두 컵을 넣는지 쓸데없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도무지 알 수 없어 그냥 운명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밥통에서 윤이 자르르 흐릅니다. 운동의 제1법칙 즉 관성의 법칙이 또 다른 형태로 오늘 저를 구제했습니다. (2019.08.11)
어제 서초동 예촌 한정식 집에서는 전남대학교 산하 14 기의 전국모임이 있었습니다(목포에서 김영철 형제가 참여했으므로). 특히 12기 최희동 형님께서 바쁘신 가운데도 시간을 쪼개 자리를 빛내주셨으며 모교에서는 한은미 부총장님과 경영대 이장섭 교수님께서 축하사절로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양석, 정성태, 이관섭, 강남석 이렇게 70년대 광주에서부터 지금의 서울에까지 화제를 넓혀가며 폭탄주 파도타기가 그칠 줄 몰랐습니다. 희동형님 잘 내려가셨습니까? (2019.08.10)
개봉 박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임박했나 봅니다. 올해 첫 선물의 영광은 막내처제에게 돌아갔습니다. 가벼운 여름용 골프 의상입니다. 칼라도 고상해서 저 또한 고상한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 것입니다. 오늘 이 옷을 기점으로 경향 각지에서 선물이 쇄도 할 것입니다. 칠월철석으로부터 일주일 뒤인 음력 칠월십사일이 저의 생일이므로 곧 다음 주 입니다. 우리 집 최고 명절의 지위는 빼앗긴지 오래지만 그래도 뼈대는 아직 남아있는지라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저의 날이 계속됩니다. (2019.08.10)
잠자리 한마리가 저에게 안기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단골숙제 곤충채집의 제1호가 언제나 잠자리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잠자리였으니, 그 다음이 뭐 배추흰나비, 호랑나비,풍뎅이,사슴벌레, 여치등등이었지요. 당연 매미도 훌륭한 채집대상인데 꼭 제 키보다 높은 곳에 있어 잡기 난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의 여름은 온통 매미들의 전성시대입니다. 나무 하나에서 열마리 잡기는 쉬운 죽 먹기입니다. 흔해서 그런지 오히려 잡는 사람 또한 보지 못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일곱 시 무렵 밥통에 밥이 없습니다. 마침 딸아이가 집에 있어서 혹시 가엾은 아버지를 위해서 밥을 하려나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기대는 저 혼자만의 생각일 뿐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나섰습니다. 과학적 계량에 의한 방법으로 정성을 들이니 고실고실한 밥이 금방 탄생합니다. 한술 떠 넣으며 딸아이도 권하지만 고개만 저을 뿐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한 시간여 흘렀을까요? 그 밥을 먹는 딸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빠 밥이 정말 맛있네, 어쩜 이리 잘 하셔요!"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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