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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헤어빔을 지난 1월 저에게(2019.07.31~2019.08.04)

이른 아침 냉장고 문을 연 순간 보이는 달걀이 딱 두 개. 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눈 딱 감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양심이 작동해서 적어도 어떤 명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첫 번째 가장우선이라면 애엄마가 실질적이 가장이므로 그대로 두어야하고 두 번째는 몸무게 순이라면 딸아이가 가장 가벼우므로 그대로 두어야하고, 세 번째는 역시 만고의 진리 가나다순입니다. 제 이름이 강남석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도 제 아름을 누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네에 당첨 달걀 두개! (2019.08.04)





낮 동안 우리 집 일을 거드시는 아짐과 거의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조우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후 여섯시면 우리 집을 비우므로 저하고 마주칠 기회가 없었지요. 그간 누군가 궁금하기도 하고 항상 잘 정리된 집이 고마워서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아짐 역시 당황하면서도 처음 보게 되었다며 살짝 웃습니다. 제가 농담을 한마디 합니다. “우리 애엄마 보다는 제가 좀 더 잘생겼지요?” 그나저나 저는 그러면 토요일 포함 최근 4년간 단 하루도 여섯시 전에는 집에 없었다는 이야기인데.(2019.08.04)




비가 갠 하늘에 차례로 석수장이의 소원이었던 해와 구름의 숨바꼭질이 있습니다. 원래 하늘을 지배하던 해가 잠시 며칠 구름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자 지 마음껏 땅에게까지 비를 뿌리며 짓궂게 굴다 물러나기 아쉬웠던지 해를 술래 삼아 한바탕 놀고 있습니다. 그 모양이 마냥 애교스럽습니다. 앗! 하늘을 보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습니다. 한강의 길에 게가 나타났습니다. 바다도 아니고 강도 아닌 땅에서 보는 게에 절로 환호성이 터집니다. 오늘은 최고로 복된 날입니다. (2019.08.02)



엄니께서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 저를 위하여 매년 정초면 점을 보러 다니셨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엄니께서 신봉하시는 영암독천의 점쟁이 여 어른께서 저에게는 밀가루 음식이 맞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하셨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정말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각종 면은 자장면을 제외하고는 그릇의 3분의 1도 못 비웁니다. 라면 역시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잘 먹지 않습니다. 아아! 진짜로 점괘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의문입니다. (2019.08.01)



어제는 저희 부부의 노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애엄마의 사업 5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철저한 아웃사이더인 제가 알 리는 없고 다행히 퇴근 무렵 처제가 힌트를 주었습니다. 바로 그분에게 문자로 축하를 드리고 달리 다른 약속이 없던 터라 곧장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축하라는 게 따로 있습니까? 그분이 차려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으면서 “당신 반찬 솜씨가 최고다. 어쩜 이렇게 맛있게 버무릴 수 있는가?” 이런 칭찬을 늘어놓으며 다시 사업장으로 나가는 그분께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2019.07.31)



헤어빔을 지난 1월 저에게 선물한 이후 애엄마가 제 머리를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잔 머리가 많이 났네, 신기하네, 힘은 없지만 곧 머리를 덮겠네!” 이렇게 감탄을 합니다. 솔직히 늘 머리를 빗는 제가 느끼기에는 머리가 나는 게 아니고 기존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전 힘이 없는 단계이고 또한 점점 듬성듬성해져 탈모전신이 넓어지고 있는데요. 아니라고 부인하며 실망을 안길 수는 없어서 살짝 미소만 보이고 맙니다. 머리가 나서 정말로 애엄마에게 기쁨을 안겼으면 좋겠습니다. (2019.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