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조금 급한데 갈 때마다 청소 아짐이 계셔서 다시 왔다 가기를 몇 번 후 드디어 자리를 찾았습니다. 급한 흐름을 잡는 데까지는 좋았으나 여유로워지자 비로소 주위가 보입니다. 이런 화장지가 없습니다. 해결책은 옆 칸으로 옮겨가는 것인데요. 기도비닉 (企圖秘匿) 을 유지해야 하고 바지 단속을 어디까지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아무도 없는 틈을 노려서 바지와 속옷을 그냥 걸친 채로 껑충껑충 뛰어야합니다. 자 저의 이 작전은 어떻게 끝났을까요? 오늘은 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요, 네에!(2019.07.06)
퇴근 길 전철 안 서있는 제 앞 의자에 앉은 일곱 명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그중 둘은 이어폰까지 끼고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제 뒤쪽 좌석의 일곱 명도 모두 스마트폰을 보거나 들고 있습니다. 전철 속 모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9년 간첩식별요령이 있다면 이렇게 바꿔야할 듯, 복잡한 전철 속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일단 수상한 사람으로 111이나 113으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19.07.04)
술 취해 들어와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해 냄새가 창궐한다며 애엄마가 오줌 누는 자세를 바꾸라고 합니다. 순간 비참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 내가 벌써 이 지경까지 왔구나, 앞으로 늙어가면서 또 어디까지 자존심을 상해가며 자아를 상실하게 될까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뇌관은 여러 군데 있습니다. 뭘 먹으며 흘리기, 손에 드는 물건 놓치기, 불규칙한 대소변 주기, 떠올려야 될 사물이나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 일등. 78세 목표를 좀 더 낮춰야할지 모를 일입니다. (2019.07.03)
손님이 가고난 후에야 제가 제품을 잘못 찍어 돈을 2만여 원 더 받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급히 뛰어 나갔으나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어 카드사에 문의 했더니 전화번호 하나를 불러줍니다. 아뿔싸! 그런데 이 전화가 팩스번호입니다. 난감했지만 마지막 수단으로 이 번호를 인터넷 다음에 찍었더니 친절하게 여러 실린 글 중 회사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습니다. 무사히 돈을 돌려주고 신뢰를 쌓은 하루 역시나 길은 가까운데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2019.07.03)
서초동 인근 아파트의 저보다 손위 아짐 한분이 커피 두 잔을 사들고 오셨습니다. 훤칠한 키에 세련되게 자른 머리, 나이보다 열 살은 족히 어려보입니다. 가게 열고부터 지금까지 저와 인연이 계속되고 있으니 벌써 14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오늘 역시 중국의 아들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에 출발해서 과거 우리 첫 만남의 날까지 올라갑니다. 말미에 제가 농담을 한마디 합니다. “왜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서로 연애할 생각을 못했을까요?” 아짐께서 한술 더 뜹니다. “언제 술이나 한잔 하지요!”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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