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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이른 아침 남부터미널역(2019.06.26~2019.06.30)

요즘 술자리에서 거칠어져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말이 많은 것은 고사하고 말투도 사나워지고 화제 또한 정제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면 지인들이 저하고 술자리를 피하려고 할 것이며 관계 역시 멀어져갈 것입니다. 뭔가에 쫒기든가 뭔가에 집착해서 평상심을 잃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저를 바로 세우렵니다. 소홀했던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고 마음속을 비워내서 겸손과 감사, 사랑으로 가득 채워놓으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06.30)




남부터미널 주변에는 마치 제가 이곳에 자리할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우리 고향의 지명을 옥호로 하는 음식점이 두 곳 있습니다. 바로 삼학도와 영산강입니다. 음식 또한 남도위주여서 간간 이용하는데 그중 영산강이 이제 더 흐르지 못하겠다며 주저앉는답니다. 이제 삼학도만 외로이 그 자리를 지키겠는데요. 공교롭게도 삼학도는 목포의 눈물 1절에 영산강은 목포의 눈물 3절에 자리하고 있으니 오늘의 일 또한 목포의 눈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송가인으로 하여금..... (2019.06.29)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피스코티 선수가 지난 26일 상대팀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원래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피스코티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머니 집과 가까운 오클랜드에 양 구단의 쉽지 않은 트레이드로 옮겨왔다 합니다. 이제 어머니 돌아가시고 첫 친정팀 원정경기에서 이를 가상히 여긴 관중들이 박수로 격려한 것입니다. 피스코티와 양 구단도 존경스럽고 관중들 또한 존경스럽습니다. 침상의 어머니께 미안할 따름입니다. (2019.06.27)




오늘은 저의 아버지 학산 강세원 선생의 4주기 제삿날입니다. 동시에 제사를 준비하는 애엄마의 제사에 대한 가치관과 제사를 치르러 오는 여동생들의 제사에 대한 가치관 사이에서 제가 절묘하게 그 접점을 찾아야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음은 여동생들과 같이하면서 몸으로는 애엄마를 따르는 것이지요. 아무튼 아버지 스스로의 업적으로 만드신 사후 거처 국립 현충원 충혼당에서 그래도 남보다는 편하게 모실 수 있음을 감사드리며 오늘도 엎드려 절 드리렵니다. “아부지 지금도 그렇게 술 많이 드시오?”

(2019.06.26)



이른 아침 남부터미널역 개찰구에서 한 아가씨가 넘어집니다. 당연히 눈이 그리로 갈 수밖에요. 긴 생머리에 진한 화장, 아주 짧은 치마, 한눈에 봐도 술에 잔뜩 취한 취객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 아가씨 제 뒤를 따라오면서 욕을 퍼붓습니다. “시발! 왜 쳐다보는 거야? 나를 좋아하는 거야 나 존나~~시러, 개 시러!”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습니다. 눈 한번 잘못 돌려 이거 무슨 낭패입니까? 되돌아서서 한마디 할까하다 그냥 제 길을 갑니다. 한참을 따라오는가 싶었는데 속도가 느려 멀어졌습니다.

(201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