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시를 갓 넘긴 시간 양복을 입은 아재 한 분이 가게에 들어오면서 은행 문이 몇 시에 열리냐고 물어봅니다. 대답할 시간도 없이 본인의 양복 안주머니에서 미국에서 왔다며 여권을 내어 보입니다. 바로 제 머리 속으로 돈을 빌려달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 갑니다. 그런데 웬걸 100달러짜리 한 장을 좀 바꿔달라고 합니다. 그거야 식은 죽 먹기. 환율대로라면 116,000원이라 해서 그대로 주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나갔는데 그때부터 내 남는 건 혹시 위폐 아닐까? 선은 선으로 끝나야지 이 무슨!
(2019.07.01)
지난 6월 아버지 제사를 끝낸 현충원에서 충혼당 뜰로 아들아이를 불러내 산의 나무들을 가리키며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여기에다 뿌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내가 결국 할아버지와 같이 있게 되니 혹시 제사를 지내더라도 할아버지 옆구리에 같이 놓으면 편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당연히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러겠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저는 조금 이르지만 저의 사후처리에 대해 아들아이에게 지침을 하달한 셈입니다. 아무 말도 없는 거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2019.07.01)
여러 요인으로 고속버스를 버리고 열차(srt)를 이용하면서부터 옆자리에 숙녀가 앉는 일이 부쩍 잦습니다. 지난 일요일 역시 작은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아가씨에 가까운 아짐이 자리를 했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옆자리에 여성분이 앉으면 좋기는 하면서도 다소 불편합니다. 의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 아짐 역시 제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같습니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는 책을 두 페이지도도 못 읽고 내려놓는가 하면 눈을 붙이는 듯 했다가 다시 뜨고 스마튼 폰도 길게 보지 못하고 만지작거립니다.
(2019.07.01)
6월 달은 말일에야 찾아뵌 우리 어머니 박복순 여사께서는 여전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가볍게 드셨는지 제가 가서 흔들자 슬쩍 눈을 떠서 알듯 모를 듯 미소를 2초간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그뿐, 다시 눈을 감으십니다. 말씀을 잃고, 웃음도 잃었느니 저를 알아보는지도 모르겠어서 어찌 모자지간의 만남이 다소 무덤덤합니다. 요즘 들어 부쩍 기력 역시 쇠약해져 하루 중 대부분을 주무신다는데 이생에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또한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올해는 넘기실 것을 희망하면서....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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